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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늪 🍂 ​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지요. 누군가를 만나 깊은 사랑을 느끼고 또 그 사람으로 인해 가슴 시린 아픔을 느끼기도 하지요. 누군가에게 칭찬과 인정을 받고 기쁨을 경험하고 그 사람에게 비판이나 무시를 당해 분노를 경험하기도 하지요. 여러 친지들과 어울려 행복에 젖기도 하고 그들이 떠난 후 눈물 핑도는 외로움에 젖기도 하지요. 그 외에도, 오고 가는 여러 감정을 경험하며 살지요. 우린 그것들을 '내 감정'이라 생각하고, '내가 그렇다'고 생각하지요. '나에게'만 일어나는 '나만의 감정'이라 생각하지요. 그런 생각과 함께하면 점점 더 그 감정에 빠지게 되지요. 더 외로워지고 더 슬퍼지고 더 분노하게 되지요.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 이끄는 괴로움의 늪으로 가는 길이지요. 실은 그런 감정들은 모든 사람..
손오공 내가 끝없는 생각에 끄달릴 때, 남들도 그런 줄 알았죠. 생각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을 때, 남들도 고요해 보이더군요. 그동안 나만 바보같이 번뇌로움 속에 살고 있었네. 내가 성욕에 끄달릴 때, 남들도 성적 상상을 하며 살고 있는 줄 알았죠. 성욕이 가라앉고 제거되었을 때, 남들도 바르고 정직하게 살고 있더군요. 그동안 나만 발정난 돼지처럼 살고 있었네. 내가 이것저것 하고 싶은 욕망 속에 살고 있을 때, 남들도 그런 줄 알았죠. 욕망이 가라앉고 소멸했을 때, 남들도 고요하고 편안해 보이더군요. 그동안 나만 끈적이는 욕망 속에 피곤하게 살고 있었네. 내가 충족되지 않는 욕망에 짜증을 내고 불만족에 분노하며 살고 있을 때, 남들도 그런 줄 알았죠. 분노가 제거 되고 가라앉았을 때, 남들도 인욕하고 성인군자처..
나는 누구일까? ​ 누구든 말해 줘, 내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든 알려 줘,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이 길이 나에게 옳은 걸까? 이 여행을 시작해야 할까? 내 꿈이 나는 두려워 그 꿈이 나를 망가뜨릴까? 내 꿈인데도 두려워 그 꿈이 나를 배신할까? 나는 달일까, 얼룩일까? 나는 재일까, 불꽃일까? 나는 물방울일까, 파도일까? 나는 고요여야 할까, 폭풍이어야 할까? 누구든 말해 줘, 내가 누구인지 나는 왜 존재하며, 무엇이며, 나는 누구인지 나는 나 자신을 믿는 걸까?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 중요하기나 한 걸까? 누구의 어깨에 기대어 울어야 할까? 누구를 찾아야 할까, 많은 길들 속에서 목적지를 잃으면? 진실을 말해야 할까, 침묵해야 할까? 가슴을 따를까, 아니면 그냥 부서지게 둘까? 경계선을 넘을까, 이대로 멈출까? 계속..
법을 귀의처로 삼아[法歸依] "그대들은 자신을 섬으로 삼고[自燈明] 자신을 귀의처로 삼아[自歸依] 머물고, 남을 귀의처로 삼아 머물지 말라. 법을 섬으로 삼고[法燈明] 법을 귀의처로 삼아[法歸依] 머물고, 다른 것을 귀의처로 삼아 머물지 말라." _병 경(S47:9) Gilāna-sutta_ 🌷 3. 세존께서는 안거를 하시는 도중에 혹독한 병에 걸려서 죽음에 다다르는 극심한 고통이 생기셨다. 거기서 세존께서는 마음 챙기고 알아차리시면서 흔들림 없이 그것을 감내하셨다. 그때 세존께 이런 생각이 드셨다. ‘내가 재가신도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비구 승가에게도 알리지도 않고 완전한 열반(무여 열반, 빠리닙바나, 반열반)에 드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니 나는 이 병을 정진으로 다스리고 생명의 형성을 굳세게 하여 머무르리라.’ ..
법의 변질 '무아, 윤회, 열반, 상락아정' 등의 불교용어에 대한 오해와 진실 붓다는 ‘무아(無我)’라고 했습니다. 초기불교에서는 이 교리를 고수했습니다. 그러자 수많은 교단에서 ‘무아’의 교리에 반론이 시작되었습니다. ‘무아’이기는 하지만 어떤 개체적 성질을 지닌 개아는 존재할 거 아니냐? -인상(人相)- 뭔소리냐? 내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내가 소멸해버리는데 그럼 뭐하러 수행하느냐? 깨달음을 얻을 필요가 없지 않느냐? 그럼 나는 해탈을 추구하지 않고 중생으로 남겠다. -중생상(衆生相)- 깨달음이란 업을 완전히 정화해서 순수 영혼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순수 영혼은 영원히 존재한다. -수자상(壽者相)- 이렇게 ‘무아’에 대한 반론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가장 지독하게 공격한 곳이 브라만교(지금의 힌두교)입..
정법인가? ​ 부처님은 여러 경전에서 바른 선정 삼매를 계발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하셨습니다. “비구들이여, '바른 삼매'를 계발해야 한다. 충분한 삼매가 있으면, 법法(실상과 진리)을 '있는 그대로'(여실히) 바르게 볼 수 있다. 법을 '있는 그대로' 바르게 보면 법을 '있는 그대로' 바르게 안다." - 《사마디 바와나 숫따(삼매 계발 경), S.III.I.i.5》 "깟사빠여, 중생들이 하열해지고 정법正法(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이 사라질 때에는 학습계목은 더 많아지지만 구경의 지혜에 안주하는 비구들은 더 적어진다. 예를 들면 황금과 유사한 것이 세상에 생기지 않으면 황금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황금과 유사한 것이 세상에 생기면 황금은 사라지게 된다. 그와 같이 유사정법이 세상에 생기지 않는 한 정법은 사라지지..
선정 요즘 자꾸 선정에 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이 정말 선정이 무엇인지 알고나 그런 말을 하는 걸까? 그래서 누가 선정에 든다고 하면 그에게 네 가지를 질문하고 싶다. 1. 선정 상태에서 소리가 들리는가? 다리가 바닥에 닿아있는 느낌을 느끼는가? 외부에서 들어오는 감각을 인식하는가? 2. 선정 상태에서 생각이 여전히 일어나는가? 여전히 인식이 존재하는가? 3. 선정에 들 때 니밋따(빛과 같은)가 있는가? 4. 선정에 들었다가 나와서 그 선정을 회상할 때, 선정 상태에서 희열(들뜸이나 붕뜸, 또는 마음이 up된 상태)이 있었는가? 선정에 들었는데 소리가 여전히 들리고, 여전히 감각을 느끼고, 여전히 생각이 일어나고, 여전히 인식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선정이 아니다. 감각을 느끼고 인식한다면 반드시 마음이 일..
견성, 깨달음 그리고 열반 한 페친이 이런 질문을 해왔다.“스님, 남방에서도 견성을 말하나요? 견성이 깨달음으로 가는 경유지인가요? 견성이 특별한 수행 없이도 어느 날 갑자기 번개치듯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마치 복권 당첨 되는 것처럼. 또 견성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보면, 사마타 수행 체험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알아차림조차 사라진 그 무엇이라고도 합니다.알아차림만으로는 부족한 걸까요? 견성을 사마타, 위빠사나 수행과 관련지어 설명해 주십시오.”1. 견성 또는 깨달음의 의미사실 이런 고차원적이고 논란이 많은 문제에 대해 내가 토를 단다면 많은 사람들이 흥분할 것 같아서 질문을 무시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순전히 나의 견해를 말하려고 한다. (이런 글은 정중체로 써야 하는데....)견성은 ..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 ​ _ 🥀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정신적인(nama) 현상과 물질적인(rupa) 현상을 나와 동일시하지 않는 것입니다. 즉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나와 동일시하는 것을 이해하지 않고는 어떤 것도 극복될 수 없습니다. 왜 사람들은 혼란스러워 할까요? 그들은 이 몸과 마음을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마음 속에 탐욕, 성냄, 무지(망상), 집착, 불만, 자만심 등이 생길 때 그것을 자기 자신이라고 여기고 그것들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확대하거나 말하거나 행동으로 옮겨 버리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것들이 마음 속에 일어날 때 그것들을 뭔가 자기 자신의 인격적인 것으로 여기지 말고 자연스러운 마음의 현상(dharma, 법法)으로서 보는 일입니다. 그것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비현실적인 신념 ​ 지난여름 라다크의 레 시내에서 우연히 만난 독자가 내 숙소에도 찾아와 몇 번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한테 지나치게 잘해 주는 숙소 여주인 마담 쿤제스가 수상쩍은 눈으로 흘겨보며 내 유리잔에는 텃밭에서 재배한 박하 잎을 가득 넣고 그 고독한 여행자에게는 달랑 잎사귀 하나만 넣은 민트 티를 내오곤 해서 나를 무안하게 만들었다. 박하 잎 하나로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래서 마담이 안 보는 틈을 타 얼른 잔을 바꾸곤 했다. 나는 민트 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서른 후반의 그 여행자는 뜻밖에 마셔 보는 야생 민트 티를 무척 좋아해 눈치 없이 석 잔이나 연거푸 마시는 바람에 마담 쿤제스의 눈총을 심하게 샀다. 밭을 가리켜 보이며 박하 풀이 가득하니 마음껏 마..
내가 배우고 싶은 법(法) ​ "바람이라고 불리는 인과 연기적인 현상은 있지만 바람의 실체나 주체는 없다. 마찬가지로 고통이라고 불리는 인과 연기적인 현상은 있지만 고통의 실체나 고통 받는 주체는 없다." - 부처님 . 물질적인 현상이든 정신적인 현상이든 이 세상(우주자연)의 모든 현상은 자연적인 현상(자연현상)이자 인과 연기적인 현상(연기현상)입니다. 수행은 고통이라는 현상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수행의 목적과 결과는 고통라는 현상을 수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고통은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입니다. 내 마음대로 피하거나 없앨 수 없습니다. 고통을 거부함으로서 견딜 수 없게 됩니다. 피하려고 해서 못견디게 됩니다. 열린 마음으로 고통을 수용하면 괴로워도 미소지을 수 있게 됩니다. 고통은 있지만 고통 받지 않게 됩니다. - 용수비..
사마타와 위빠사나의 관계 ​ 사마타는 오감각과 생각을 멈추어 삼매를 닦는 수행이고 위빠사나는 오감각과 생각을 관찰하여 지혜를 닦는 수행이다. 좀 더 정확하고 소상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사마타는 호흡 등과 같은 한 가지 집중대상에 사띠(마음챙겨 알아차림)를 집중하여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오감각과 생각'을 멈추어 사마디/삼매를 닦는/계발하는 (선정 삼매에 드는) 수행이다. 한역 경전식 표현으로는 지止(멈출 止) 수행 또는 정定(사마디/삼매/定) 수행이라고 한다. 위빠사나는 사마타 후에 선정 삼매 상태에서 극대로 계발된 사띠(마음챙겨 알아차림) 능력을 사용하여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오감각과 생각'(달리 표현하면 오온 또는 신수심법)을 통찰(깊이 관찰)하여 빤냐/반야/지혜/통찰지혜를 닦는/계발하는 수..
종노릇 하지 말고 촌야에 묻혀 보고 듣는 것이 적으니, 무엇이든 줄어들고 단순해진다. 먹고싶은 것이 줄어들어 무엇을 먹을까에 대한 생각이 적어지고 하고싶은 일이 줄어들어 주어진 일에 대해 좋고 싫음이 없어진다. 이런저런 욕망이 줄어드니, 풀벌레 소리도 정겹고 햇살 한 자락에도 감사함이 느껴진다. 없어지는만큼 무언가 채워지는데, 그것은 사소하고 아무 맛도 없는 것들이지만 실은 참 맛있는 것이다. 남은 욕망들 잘 달래면서 종노릇 하지 말고 살아야겠다.
식욕, 수면욕, 성욕 ​ 식욕, 수면욕, 성욕; 인간의 3대 욕구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빠지지도 않고 억압하지도 않는 중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욕구의 노예가 되지 않고 욕구와 싸우지 않고 욕구와 벗하는 것입니다. 욕구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고 건강한 몸의 표현입니다. 식욕에 빠진다는 것은 음식에 지나친 중요성을 두고 입맛이 까다롭고 밥 한끼 먹기 위해 너무 많은 신경을 씁니다. 어떤 것을 먹고 싶은 것은 괜찮지만 안 먹으면 안 되는 절대적인 마음이 우리를 노예로 만납니다. 식욕을 억압 할 때도 있습니다. 몸에 좋은 것만 먹고 먹고 싶은 모든 것을 억압합니다. 이것은 자신에게 친절하지 못하며 결국은 불량 음식에 과식하게 됩니다. 맛있게 적당히 먹는, 자신에게 친절한 식습관을 만들어 보세요. 수면욕에 빠진다는 것은..
유발 하라리 - 명상의 본질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유발 하라리] 그러면 제가 이 질문들을 한꺼번에 답변을 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짧게 말씀드리겠는데요. 그러면 먼저 질문하셨던 내용, 제가 실제로 명상을 하는 것, 그리고 이것이 또 제가 하는 일하고 연관이 있는가라는 것을 말씀드리자면 제가 명상을 한 것은 한 15년, 16년 됐습니다. 그래서 위빠사나라는 명상을 하는데요. 이것은 제가 S.N.고엔카 라는 불교 전통의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겁니다. 그래서 매일 2시간씩 하는 거고요. 1년에 한두 달씩 이메일이나 이런 걸 다 끊고 명상만 하는데요. 명상의 본질을 말씀드리자면 그냥 단지 현실을 있는 그대로 흡수하는 겁니다. 그냥 앉아서 눈을 감고 주위에 무엇이 일어나건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의식을 하는 겁니다. 몸에서 그리고 내 마음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
The Art of Living - 삶의 기술 인류 3부작으로 전 세계적인 하라리 열풍을 몰고 온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의 '호모데우스' 첫 페이지는 다음과 같은 글로 시작됩니다.중요한 것들에 대해 애정 어린 가르침을 주신 스승 S.N. 고엔카(1924~2013)께 이 책을 바칩니다. 인터뷰 내용처럼 옥스퍼드 대학 박사과정 당시 S.N 고엔카 선생님의 위빳사나 명상법을 배우기 시작해 지금도 매일 아침, 저녁 2시간식 수련하고 있으며 일 년에 두 달은 위빳사나 센터 수련으로 휴가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전라북도 진안에 S.N 고엔카 선생님의 글로벌 명상센터 담마코리아가 있습니다. 《The Art of Living(삶의 기술)》은 인도와 미얀마가 합작(?)으로 배출한 세계적 명상지도자인 고엔카(1924~2013)의..
EBS 생사탐구대기획 3부작 DEATH 요즘 ‘웰다잉Well-dying’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웰다잉’을 글자 그대로 옮기면 ‘잘 죽는다’는 뜻이다. 아직 그 정의가 명확하게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품위 있고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이라고 하면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웰다잉’이란 말이 아직 낯설어도, ‘웰빙Well-being’이란 말은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알다시피 쾌적한 환경에서 즐겁게 사는 걸 ‘웰빙’이라고 한다. “이렇게 살아보니 좋다더라”, “아니, 내가 직접 해보니 그건 별로던데.” 같은 대화를 통해 찾아가는 더 나은 삶의 방식이 곧 ‘웰빙’이다. ‘웰다잉’은 그것을 죽음에 적용한 것이다. ‘웰빙’의 죽음 버전이 곧 ‘웰다잉’이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웰다잉’이란 저마다 꿈꾸는 이상..
물리학의 눈으로 본 세상
내 인생은 낡고 오래된 암자와 같다 불만족은 질병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탐욕, 자만심, 질투. 수많은 사람들이 미얀마를 떠나기를 원한다. 나는 여기가 오아시스처럼 좋은데 말이다. 사람들은 서로 서로를 공격적이 되도록 강화하고 또 강화한다. 그들은 행복이 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모른다. 당신의 모든 번뇌를 갖고서는 이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당신은 불행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언제나 무슨 잘못은 있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서로를 비난한다. “나는 불행해, 이건 그 어떤 이의 잘못 때문에 일어난 것이야.” 자기 자신의 잘못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언덕 위에서 매우 다양한 색조를 띄며 지는 해를 바라본다. 연노랑 색으로부터 시작해서 점점 더 짙은 붉은 색으로 일몰은 진행된..
꽃과 돌멩이 한 사두(힌두교의 방랑 수행자)가 갠지스 강변에 가부좌를 하고서 명상에 잠겨 있었다. 붉게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배경으로 새들이 무리 지어 날고, 순례자들을 가득 태운 배들이 천천히 흘러갔다. 명상을 하기에 더없이 평화로운 장소였다. 사두가 앉아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도비 왈라(빨래꾼)가 아침마다 빨래를 하는 장소가 있었다. 그날도 도비 왈라는 당나귀 등에 위탁받은 세탁물을 산더미처럼 싣고 와서는 바닥에 부려놓고 일을 시작했다. 대충 비누칠한 빨래를 둘둘 말아 물가의 평평한 돌에 힘껏 내리쳤다. 그렇게 한참 동안 일을 한 도비 왈라는 잠시 짜이(차와 우유와 향신료를 함께 넣어 끓인 인도식 홍차) 한 잔을 마시며 숨을 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물가에서 풀을 뜯고 있는 당나귀가 걱정된 그는 강둑에 하릴없..
네가 보여!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의 부시맨들은 덤불 숲에서 나오는 다른 사람의 모습이 보이면 이렇게 소리친다고 한다. "네가 보여!" 그러면 덤불에서 나오던 사람도 이렇게 화답한다. "나도 네가 보여!" 이것이 수 세기 동안 내려온 부시맨들의 인사법이다. 어느 책에서 이 인사법에 대한 소개글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들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의 존재를 먼저 인식하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관계의 본질적 의미가 담긴 지혜로운 전통이다. 오늘날 우리는 '내가 보여? 나를 먼저 봐 줘.'라고 요구하는 자기 주장의 시대에 살고 있다. 나를 돋보이기 위해 부와 지위와 명품들로 치장하며 그것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아니면 비이성적일 만큼 과장된 에고를 갖는다. 그래서 점점 더 가짜 인간이 된다. 나도 혹시 '네..
명상하고 있다는 징후 7가지 명상하고 있다는 징후 7가지◎ 마음이 더 산란하고 복잡해진 것 같아요. 알아차림이 없고 집중이 안 되는 것을 알게 되어요. 명상하고 있다는 대표적인 징후입니다. 스스로 기뻐하세요. 못 본 마음을 드디어 보게 되었어요! 마음이 명료해져서 보이는 것이에요. ◎ 감정의 기복이 심해요. 하루는 해탈 할 것처럼 행복하고 다음날은 우울해요. 몸안에 기운이 움직여서 감정 기복을 경험하게 되어요.◎ 명상의 기복도 심해요. 하루는 마음이 명료하고 기운이 잘 돌고 깨어 있어요. 다음 날은 알아차림이 뭔지도 모르고 기운이 무겁고 마음이 둔해요. ◎ 평소에 경험하지 못한 슬픔과 불안을 경험할 수 있어요. 마음이 고요해지면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감정이 드러날 수 있어요. 자신의 업을 보고 해소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입니다. ◎..
일본회의 - 요시다 쇼인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은 조선을 침략한 이토 히로부미의 스승이자 아베 신조 총리의 정신적 지주로 알려져 있고, 독재자 박정희가 가장 존경한다고 말했던 인물이다.A급 전범의 명부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도 원래는 요시다 쇼인 등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고 알려졌다.일본 우익들이 신처럼 떠받드는 요시다 쇼인을 살펴 오늘날 일본 극우가 왜 이렇게 기승을 부리는지 살펴본다.요시다 쇼인은 1830년에 태어나 1859년에 사망했다. 본명은 토라지로이며 쇼인은 아호다. 아베와 일본 우익의 결사체 '일본회의'는 메이지 유신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데, 메이지유신의 출발점이 다름아닌 요시다 쇼인이다.요시다 쇼인의 존왕양이(尊王攘夷) 사상은 다름아닌 일왕을 높이고 오랑캐를 구축한다는 사상이다. 지금의 일본 우익의 대표적 단체인 '..
스티브잡스의 명연설 - Stay hungry. Stay foolish. 유명 인사들의 경험이 담긴 명연설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때로는 인생의 나침반이 되기도 합니다. 오래 기억에 남는 이 영상은 스티브 잡스의 2005년 스탠퍼드대학 졸업식 축사입니다. 그의 이야기를 꼭 들어 보세요. ▶︎ 가치의 시대 : https://youtu.be/Tu8Xie5gQeg ▶︎ 연설문 전문 : https://news.stanford.edu/2005/06/14/jobs-061505
윤회 - 붓다의 무기(無記) 붓다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무기(無記)를 행한 물음 중의 하나는 사후에 우리의 자아가 존속하는가 아닌가의 물음이다. 즉 몸의 기능이 정지하여 부패하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의 자아, 개체적 목숨도 역시 함께 끝나는가, 아니면 몸과 독립적으로 지속되는가? 자아는 몸과 하나인가, 다른 것인가?붓다의 무기는 10무기 혹은 많게는 14무기로 정리가 된다. 이런 물음에 대한 무기는 곧 그중 하나를 긍정하는 상견 또는 다른 하나를 긍정하는 단견 사이에서 그 양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중도에 머무르는 태도로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흔히 붓다의 무기를 상견과 단견 사이의 논쟁 자체가 인간이 근본적으로 알 수 없는 사태에 대한 형이상학적일 뿐이기에 인간의 인식 능력의 한계를 자각한 침묵이라고 해석하지만 붓다의 무기는 ..
12연기란 12연기는 괴로움의 발생구조와 소멸구조다. 즉 어떻게 괴로움이 일어나고 어떻게 괴로움이 소멸하는지 그 인과의 고리를 설명한다. 12연기는 불교의 핵심교리라서 불자라면 다 알고 있는 이론이지만 설명하는 사람마다 복잡하게 설명하다보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여기서 뻔하고 복잡한 해석보다는 심플하면서 쉬운 해석을 해보겠다. "무명 - 행 - 식 - 명색 - 육입 - 촉 - 수 - 애 - 취 - 유 - 생 - 노사우비고뇌." 무명 : 유신견 행 : 과거의 유신견의 활동 식-명색-육입 : 과거의 유신견의 활동으로 만들어진 현재의 몸과 마음 촉 - 수 - 애 - 취 : 현재의 유신견의 활동 유 : 현재의 유신견의 활동으로 강화된 유신견 또는 변화된 유신견 생-노사우비고뇌 : 변화된 유신견으로 생겨날 미래의 ..
번뇌즉보리(煩惱卽菩提) 젊은 스님이 처음 미얀마에 도착했을 때는 2002년 2월 초순이었다. 시원했던 날씨가 이제 뜨거운 열대기후로 막 바뀌려던 때였다. 거리에는 2차대전때 생산되었을법한 차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이 세상에 출현한 모든 종류의 차들이 여기에 다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혹시 산업혁명 시대에 생산한 골동품 차를 하나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벼락부자가 될 수 있을텐데." 그는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택시를 탔다. 택시는 굴러가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내장은 거의 뜯겨나가고 계기판의 속도계는 눈금이 움직이지 않는데다 차 문은 내피가 없어서 창문의 작동원리를 쉽게 공부할 수 있었다. 그나마 운전대와 클러치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이 차가 움직일 수 있다고 증명하고 있었다. 도로는 군데군데..
이 세계 자체가 마야 였다 1988년 3월. 아침 열시경,부산 노포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그를 만났다.그는 나를 만나자마자 오뎅가게로 가서 긴 대나무 꼬치에 꿰어진 오뎅을 두어개 먹은 뒤 뜨거운 오뎅 국물을 홀~ 홀~ 마셨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그가 두번째 비어진 오뎅 꼬챙이를 내려 놓았을때 그가 먹은 오뎅값을 치루고 경주가는 버스표 두 장을 샀다.그때 우리 나이는 서른여덟살이 되어가고 있었다.푸슬푸슬 메말라간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 돌이키니 젊디 젊은 나이였다. 그 당시에는 불혹이라는 40을 코 앞에 두고 늙음의 길목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에 쫓기고 있었다.경주로 가는 버스안 창쪽에 앉은 나는 "이담에 죽어서 하늘나라로 갔을때 이렇게 살았습니다 하고 그분께 보여드릴 내 삶의 부스러기들을 담은 작은 소쿠리가 필요해요." 중..
눈부신 가을을 기대하며 날씨가 화창했던 오늘 오후, 나는 저습지를 가로 질러 햇볕을 받으며 완만한 오르막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약 250미터 앞쪽에 단풍나무로 무성한 소택지 윗부분이 빛나는 황갈색의 산등성이 위로 드러나는 것을 보았다. 그 소택지는 대략 3미터의 깊이에 100미터의 길이로 뻗쳐 있었는데 너무나도 강렬한 주황색과 적황과 노란색이 찬란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그것은 그 어떤 꽃이나 과일 또는 지금까지 그려진 그 어떤 그림에도 결코 뒤지지 않은 멋진 광경 이었다. ——중략 —- 이 나무들의 휘황찬란한 색깔과 넘치는 활력을 보고 이것이 도대체 무슨 영문이며 , 나무들이 혹시 무슨 나쁜 짓을 꾸미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이 읍의 교회 장로들과 독실한 신자들이 나와서 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었다. 나..
내가 태어났을 때 #1950년3월에 내가 태어났을 때앞산 용두산엔 봄바람이 불어 닥쳤고 자갈치 앞바다에도 봄바람이 파도를 일으켰다.자갈치 바다를 건너 영도로 갈 수 있는 영도 다리는 넘실거리는 싯퍼른 바닷물을 가르느라 올렸던 다리를 가끔 내려 놓곤 하였다.자갈치 시장에서 장을 본 사람들은 보따리를 안고 다리 끝에 서 있다가 다리를 들어 올리면 우루루 몰려서 다리를 건너 갔다.내가 어렸을때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영도다리 앞에서 이 신기하고도 흥미로운 장면을 가끔 보았다.내가 태어나서 백일이 되었을때 625전쟁이 터졌다.한강다리가 끊기기전에 용케 난을 피해온 사람들이 물 밀듯이 부산으로 들이닥쳐 우리집 앞산 용두산에 천막을 치고 다닥다닥 붙어 살기 시작 했다.부산시 광복동 1번지 2층 적산가옥 중 반을 떼 내어 피난 온 카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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