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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지구별 여행자外_류시화님

네가 보여!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의 부시맨들은 덤불 숲에서 나오는 다른 사람의 모습이 보이면 이렇게 소리친다고 한다.
"네가 보여!"
그러면 덤불에서 나오던 사람도 이렇게 화답한다.
"나도 네가 보여!"

이것이 수 세기 동안 내려온 부시맨들의 인사법이다. 어느 책에서 이 인사법에 대한 소개글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들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의 존재를 먼저 인식하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관계의 본질적 의미가 담긴 지혜로운 전통이다.

오늘날 우리는 '내가 보여? 나를 먼저 봐 줘.'라고 요구하는 자기 주장의 시대에 살고 있다. 나를 돋보이기 위해 부와 지위와 명품들로 치장하며 그것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아니면 비이성적일 만큼 과장된 에고를 갖는다. 그래서 점점 더 가짜 인간이 된다.

나도 혹시 '네가 보여.' 대신 '나를 봐. 내가 안 보여?'라는 내면의 외침을 반복하며 살아오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상대방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연결보다는 판단을, 투명한 느낌보다는 편견을, 연민의 마음보다는 우월감을 내세우지 않았을까? 누구나 자기 삶의 전사이며 영웅인데도. 개개인의 내면에는 불꽃이 있는데도.

인도 영화를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배우 중에 아미타브 밧찬이 있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가 고백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젊은 시절, 배우 경력의 절정에 이르렀을 때 한 번은 그가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여행 중이었다. 그의 옆 좌석에 앉은 승객은 단순한 셔츠에 바지 차림의 나이 든 신사였다. 행색으로 보기에 중산층이거나 교육을 잘 받은 사람 같았다.

다른 승객들은 일제히 아미타브 밧찬을 알아보았지만 신사는 그의 존재에 무관심해 보였다. 이따금 창밖을 내다보며 신문을 읽고 있었고, 승무원이 가져다준 홍차를 조용히 마실 뿐이었다.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아미타브 밧찬이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자 그 신사도 미소를 지으며 “안녕하시오." 하고 말했다.

두 사람은 간단히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아미타브 밧찬은 은근슬쩍 대화의 주제를 영화 쪽으로 돌리며 물었다.
"가끔 영화를 보십니까?"
남자가 대답했다.
"오, 자주 보진 않습니다. 몇 년 전에 한 편 보았을 정도입니다."

밧찬은 자신이 영화 산업 쪽에서 일한다고 지나가는 말처럼 말했다. 그러자 남자가 물었다.
"오, 그렇군요. 주로 어떤 일을 합니까?"
밧찬이 말했다.
"저는 배우입니다."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 정말 멋진 직업이군요!"
그것이 반응의 전부였다.

비행기가 목적지에 착륙했을 때, 아미타브 밧찬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저의 이름을 말씀 안 드렸네요. 저는 아미타브 밧찬입니다."
남자도 손을 내밀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말했다.
"나도 즐거웠습니다. 내 이름은 J. R. D. 타타입니다."

자항기르 라탄지 다다바이 타타는 인도 산업 발달에 가장 큰 역할을 한 타타 그룹의 회장으로, 인도 최초로 항공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으며 다국적 자동차 기업 타타 모터스, 철강 업체 타타 스틸, 가전제품 생산 업체 볼타스, 아시아 최대의 IT 회사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 타이탄 인더스트리, 에어인디아를 탄생시켜 인도 최고의 그룹으로 이끈 인물이다.

아미타브 밧찬은 이 경험을 통해, 아무리 자신이 우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항상 더 큰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고백한다. 마음 공부는 다른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환상과 집착을 벗는 일이다. 삶의 축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자기 안에만 틀어박혔기 때문이다. 이것을 알아차리는 데 나는 평생이 걸렸다. 우리의 정신과 영혼은 공통적인 바탕에서의 연결을 원한다. 그 연결이 우리를 치유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일은 먼저 "네가 보여."라고 말하는 것이다.


art credit_Ken Hermann <Flower Men of 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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