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3부작으로 전 세계적인 하라리 열풍을 몰고 온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의 '호모데우스' 첫 페이지는 다음과 같은 글로 시작됩니다.
인터뷰 내용처럼 옥스퍼드 대학 박사과정 당시 S.N 고엔카 선생님의 위빳사나 명상법을 배우기 시작해 지금도 매일 아침, 저녁 2시간식 수련하고 있으며 일 년에 두 달은 위빳사나 센터 수련으로 휴가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전라북도 진안에 S.N 고엔카 선생님의 글로벌 명상센터 담마코리아가 있습니다.
《The Art of Living(삶의 기술)》은 인도와 미얀마가 합작(?)으로 배출한 세계적 명상지도자인 고엔카(1924~2013)의 설법집이다. 한국어판으로 『그냥 바라만 볼 뿐이다』(서광 스님 역, 불광출판부) / 『단지 바라보기만 하라』(인경 스님 역, 경서원)라는 제목으로 두 권이 출간 되었는데 오래전에 절판된 것 같다. 인터넷에 검색을 하면 공개된 한글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다. 고엔카의 스승은 우 바 킨 거사이고, 우 바 킨의 스승은 사야 텟지 거사이다. 그리고 사야 텟지의 스승이 바로 유명하신 레디 사야도(1846~1923)이다. 남방은 경전과 계율이 부동의 기준이기 때문에 동아시아처럼 '스승의 전법(傳法)'이 중시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어느 정도의 계보는 인정되는 것 같다.
레디 사야도가 농부인 사야 텟지를 명상 지도자로 길러낸 덕분에 재가자 수행 풍토에 큰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다. 레디 사야도는 1915년에 열린 법회에서 사야 텟지에게 주장자를 물려주면서 "앞으로 6,000명에게 정신⋅물질의 법을 가르쳐라"라고 당부했다. 이러한 실천적 가풍 때문인지 고엔카의 설법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명료하다. 초등학교만 졸업한 사람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재가자 입장에서 아리송하고 가려운 부분을 확실하게 긁어준다.
원래 고엔카는 성공한 사업가였는데 어느날부터 지독한 편두통에 시달렸다고 한다. 각국의 의사를 찾아가도 편두통을 고칠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명상을 하면 지병 치료에 효과가 있을 거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 우 바 킨을 찾아가게 된다. 그런데 우 바 킨은 고엔카의 입방 신청을 단칼에 거절했다. 불법은 치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데, 만일 그가 수행을 해서 편두통이 치료되면 불교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이 말을 들은 고엔카는 관점을 바꿔 편두통을 치료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세계에 불교를 알리는 첨병이 되었다.
고엔카는 우 바 킨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서 10일 코스를 기본으로 지도한다. 10일 코스는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되는데, 사마타와 위빠사나를 병행해서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며칠 동안 들숨날숨 마음챙김을 통해 사마타를 닦고 그 힘으로 위빠사나를 진행하는 것이다. 사마타로 근접삼매 정도의 집중력을 얻고, 위빠사나는 느낌에 대한 관찰 위주로 진행된다.
1일차(사마타) : 자연스러운 호흡을 지켜봄
2일차(사마타) : 호흡이 콧구멍 안팎 또는 인중에 접촉하는 것을 관찰
3일차(사마타) : 윗입술과 콧구멍을 포함한 코의 삼각형 부분에 집중
4일차(위빠사나) : 머리에서 발끝까지 차례로 이동하며 느낌을 관찰
5일차(위빠사나) : 4일차 때 방식으로 느낌을 관찰하되, 위에서 아래로 한 방향으로만 관찰
6일차(위빠사나) : 4일차 때 방식으로 느낌을 관찰하되, 위 → 아래, 아래 → 위로 왕복하며 관찰
7일차(위빠사나) : 4일차 때 방식으로 느낌을 관찰하되, 좌우 대칭으로 관찰
8일차(위빠사나) : 머리에 물을 부은 것 같은 흐름을 따라 온 몸을 관찰
9일차(위빠사나) : 몸 내부를 앞뒤, 좌우로 관통하면서 관찰
10일차(자애관) :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방사함
이 책의 서두에서 고엔카는 의미심장한 비유를 들고 있다. 여러 개의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천재 교수가 배를 타게 되었다. 그는 늙은 선원에게 자기의 지식을 뽐냈지만 정작 수영을 할 줄 몰랐다. 배가 좌초하면 그가 자랑하던 '수영학'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고, 늙은 선원의 수영실력이 가치를 발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고엔카는 수영에 대한 이론에 박식하다 해도 물에 뛰어들지 않으면 수영을 배울 수 없다고 갈파하고 있다.
이것은 불교계에 던지는 메시지이다. 고엔카는 불교학자가 아니고, 스님도 아니다. 그들이 경전 분석에 몰두하며 아무리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해도 그것이 깨달음으로 이끌지 못한다. 수영학을 배울 뿐 수영을 배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엔카는 주변을 서성이지 말고 과감히 물에 뛰어들라고 말한다. 그리고 고엔카 거사는 수행코스를 끝마치고 돌아간 재가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하고 있다. 고엔카의 설법집 《The Discourse Summaries(법문의 요점)》에 실린 말씀을 인용한다.
잠자리에 들면 깊은 잠에 빠져들기 전에 5분 동안 느낌을 알아차려라.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5분 동안 느낌을 관찰하라. 이처럼 잠들기 전과 깨어난 뒤에 하는 몇 분의 명상이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만약 당신의 거주지 근처에 위빠사나 지도자가 살고 있다면 1주일에 1시간씩 그와 함께 명상하라. 반드시 1년에 한 번은 10일간의 집중수행을 하라. 매일의 수행은 당신이 여기에서 획득한 것을 유지시켜 주지만,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집중수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출처 : http://blog.daum.net/thanksbuddha/9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