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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지구별 여행자外_류시화님

꽃과 돌멩이



한 사두(힌두교의 방랑 수행자)가 갠지스 강변에 가부좌를 하고서 명상에 잠겨 있었다. 붉게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배경으로 새들이 무리 지어 날고, 순례자들을 가득 태운 배들이 천천히 흘러갔다. 명상을 하기에 더없이 평화로운 장소였다.

사두가 앉아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도비 왈라(빨래꾼)가 아침마다 빨래를 하는 장소가 있었다. 그날도 도비 왈라는 당나귀 등에 위탁받은 세탁물을 산더미처럼 싣고 와서는 바닥에 부려놓고 일을 시작했다. 대충 비누칠한 빨래를 둘둘 말아 물가의 평평한 돌에 힘껏 내리쳤다.

그렇게 한참 동안 일을 한 도비 왈라는 잠시 짜이(차와 우유와 향신료를 함께 넣어 끓인 인도식 홍차) 한 잔을 마시며 숨을 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물가에서 풀을 뜯고 있는 당나귀가 걱정된 그는 강둑에 하릴없이 앉아 있는 사두를 발견하고는 소리쳐 말했다.
"내가 짜이 한 잔 마시고 오는 동안 내 당나귀를 부탁해요."
그런 다음 사두가 듣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강둑을 올라가 짜이 가게로 향했다.

얼마 후 다시 강으로 내려온 도비 왈라는 아무리 둘러봐도 당나귀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는 사두에게 다가가며 큰 소리로 물었다.
"내 당나귀가 어디로 간 거요?"
도비 왈라의 고함 소리에 사두가 눈을 뜨고 물었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고함을 치는가?"

도비 왈라가 다시 소리쳤다.
"무슨 일이냐고요? 당나귀를 잠깐만 봐 달라고 부탁했는데 사라지고 없잖아요. 내 당나귀가 어디로 간 거요?"

사두는 어처구니가 없어 무시하는 투로 말했다.
"네 눈에는 내가 너의 당나귀나 봐 주는 사람으로 보이나? 내가 신을 추구하는 사두라는 것이 안 보이는가?"

사두의 말투에 화가 치민 도비 왈라도 물러서지 않았다.
"당신이 여기 앉아서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고 있을 때 내가 당나귀를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잖아."
사두는 모욕을 당해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뭐라고? 내가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린다고?"

그렇게 해서 두 사람 사이에 격한 실랑이가 벌여졌다. 사두가 먼저 도비 왈라를 뒤로 밀쳤고 도비 왈라가 몸을 피하면서 사두를 앞으로 자빠뜨렸다. 욕설이 난무하고 오기에 찬 헛발길질과 주먹질이 허공을 오갔다.

싸움은 이내 일방적으로 흘렀다. 오랜 세탁일을 통해 근육이 단련된 도비 왈라가 불규칙한 식사에 제대로 먹지도 못한 말라깽이 사두를 찍어 눌렀다. 사두는 빠져나올 수도 없이 버둥거리며 신을 소리쳐 불러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아무리 불러도 신은 무응답이었다.

원숭이들도 나무 위에서 구경하는 사이 주위 사람들이 뜯어말려 가까스로 싸움이 끝났다. 도비 왈라는 당나귀를 찾아서 떠나고, 얼굴에 피멍이 든 사두는 조용히 앉아 신에게 기도했다. 이때 신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신을 보자 사두가 울부짖으며 말했다.
"이렇게 나타나 주시니 얼마나 기쁜지요. 하지만 저 천민 빨래꾼에게 얻어맞으면서 그토록 애타게 신의 이름을 부를 때는 왜 도움을 주러 오시지 않으셨나요? 오랜 세월 당신에게 헌신했는데, 왜 저를 잊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수모를 당하게 내버려 두셨나요?"

신이 말했다.
"내 아들아, 그대가 나를 부를 때 나는 곧바로 달려왔었다. 그런데 도착해서 보니 두 사람이 똑같이 서로에게 주먹을 날리고 몸싸움을 하면서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그래서 누가 수행자이고 누가 빨래꾼인지 알 수 없었다. 분노와 복수심에 차서 둘 사이에 아무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두 빨래꾼이 싸우게 그냥 둬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 하자고."

세상은 언제나 싸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해독하기 어려운 언어로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로. 꽃과 돌멩이의 온기는 다르다고 서로 소리치지만 누가 꽃이고 누가 돌멩이인지 신조차 둘의 차이를 분간할 수 없다. 자신은 꽃이고 상대방은 돌멩이라는 신념하에 서로에게 돌멩이를 던지는 사람들, 이것이 싸움의 역설이다. 그들이 우리의 삶조차 딱딱한 돌멩이로 만들게 하지 말아야 한다. 당신은 지금 누구와 싸우는가?


art credit_Olav Haj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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