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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제26품, “바라문” 383힘써 흐름을 끊으라, 욕락을 없애라, 바라문이여! 행行의 멸진을 알면 무위無爲를 아는 자여라, 바라문이여! 384두 겹의 법[1] 속에서 저편에 이른 바라문이 될 때, 지자知者인 그에게서 일체의 결박이 사라진다. 385이편도 없으며 저편도 없으며 이편·저편도 없는 자, 무서움이 없으며 결박에서 벗어난 자 — 그를 일러 나는 바라문이라 하노라. 386선정에 든 자, 물듦 없는 자, 좌정한 자, 할 일을 마친 자, 흘러듦(漏)이 없는 자, 위없는 도리에 도달한 자 — 그를 일러 나는 바라문이라 하노라. 387태양은 낮에 빛나며 달은 밤에 빛난다. 크샤트리야는 무장할 때 빛나며 바라문은 선정에 들 때 빛난다. 그러나 붓다는 밤낮으로 온종일 광채로 빛나노라![2] 388악을 버렸으므로 바라문이라 하며 고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있게 여겼으리라. ​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 아, 나는 어린..
나는 내가 아니다 나는 내가 아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내 곁에서 걷고 있는 자 이따금 내가 만나지만 대부분은 잊고 지내는 자 내가 말할 때 곁에서 조용히 듣고 있는 자 내가 미워할 때 용서하는 자 가끔은 내가 없는 곳으로 산책을 가는 자 내가 죽었을 때 내 곁에 서 있는 자 그 자가 바로 나 이다.
조용하게 앉으라 ​ 조용하게 앉으라. 그리고 그 안에서 누가 너의 생각을 관찰하고 있는지 찾아보라. 주의깊게 바라보면 네 안에서 또 하나의 너를 발견하게 되리라. 그를 주의깊게 관찰하고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너 자신을 분명히 알게 되리라. 그렇게 안을 들여다보라. 네 안의 또 하나의 너를 찾으라. 그러면 완성이 가까우리라. ​ - 스와미 묵타난다
마지막 문자 할아범이 가고 50일. 얼굴을 못 본 지 80일. ​ 할아범에게 말했었다. 글보다는 말. 말보다는 표현을 하라고. ​ 아니다. 표현은 사라지고 말은 없어지고 글은 남는 것을. ​ 중환자실에 들어가기 전에 핸드폰을 넘겨주며 그 안에 글을 남겼다. 그리운 사람. 씩씩하게 살게.
타인의 말에 상처받지 않으려면 몇 주 전에 한 카페에서 불필요하게 덧글 논쟁을 했다. '뭐하러 이러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습관적으로 계속 반응을 하고 내 의견을 쓰고 있었다. 다음날 새벽에 내면에서 짤막하게 상념이 전해졌다. '논쟁을 해서 실제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자신이 옳음을 주장하는 일에 에너지를 쏟을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해결책을 생각해야 합니다. 감정을 제어하고 무엇이 최선인지 살펴보십시오.' 그 상념에 공감이 되어 이후로 불필요한 덧글 달기를 하지 않게 되었다. 논쟁에 휘말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들이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자기 존재와 동일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의견에 대해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을 자기 존재에 대해 공격하는 것처럼 느낀다. 자신의 감정과 반대되는 ..
자신에 대한 3가지 착각과 집착 '참나'를 찾기 위해 '가짜나'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에 대한 3가지 착각과 집착을 소개합니다. 1. 몸을 자신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합니다. 몸이 피곤하면 내가 피곤하다고 합니다. 몸의 안락함을 집착하고 통증과 불편함을 두려워 합니다. 몸은 자신이 아니라 잠깐 쓰고 두고 갈 렌트카에 불과합니다. 집착을 똑바로 알아보세요. 2. 감정을 자신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합니다. '나는 슬프다. 나는 기쁘다. 나는 불안하다.' 슬픔과 기쁨 같은 감정은 자신이 아닙니다. 구름은 하늘이 아니라 하늘에서 일어나는 현상인것 처럼 생각과 감정은 자신이 아니라 마음에서 일어나는 정신적인 현상뿐입니다. 참나는 생각과 감정을 비춰주는 순수자각 입니다. 착각을 똑바로 알아보세요. 3. 이름을 자신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합니다. ..
무지(무명)의 잠에서 깨어날 때 "물리적인 시간의 아침은 태양이 떠오를 때 밝아오지만, 깨달음의 아침은 무지(무명)의 잠에서 깨어날 때 밝아올 것이다." - 헨리 데이빗 소로, 中 . 사진 : 동터오는 새벽
똑바로 가거라. Life is a matter of Direction, not Speed. 삶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 헨리 데이빗 소로, 中
진정한 보배 중국 송나라 때 지방의 한 벼슬아치가 보석 감정인을 찾아왔습니다. "이 옥이 얼마나 값어치가 있는지 감정해 주시오." "이 옥은 너무도 구하기 힘든 진귀한 보석입니다." 사실 그가 옥을 감정한 이유는 송나라 재상 '자한'에게 청탁을 할 때 바칠 생각이었습니다. 당시 송나라는 명재상 자한의 바른 정치로 태평성대를 구가하고 있었고, 백성들은 모두 자한을 존경하고 칭송했습니다. 다음날 그는 그 옥을 가지고 자한을 찾아가 말했습니다. "이것은 정말 구하기 힘든 진귀한 옥입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소중하게 보관해 왔지만, 이제는 자한님께 바치고자 합니다." 그러나 평소 청렴함을 강조하던 자한은 이를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이 옥을 보배로 여기고 있으나, 나는 탐내지 않는 마음을 귀한 보배로 여기고 있..
나의 삶은 지리산 누룩실 골짜기에 지으려는 나의 오두막은 ‘내 사랑 모드’의 오두막처럼 다락방 침실을 만들 것이고. 소로우의 월든 호숫가 오두막 처럼 단순하고 소박해야 한다. 오두막 안의 배치는 지금 나의 거처로 사용하는 상주의 ‘아삶공’과 같은 형태가 될 것이다. 숲 속에 짓는 작은 오두막은 클 필요가 전혀 없다. 그저 자고 먹을 작은 침실과 따뜻한 부엌이 있으면 된다. 부엌에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바느질도 하며 음악을 듣고 명상 하면서 반찬 없는 밥을 지을거다. 오두막 둘레에 커다란 돌들을 깔아서 데크를 만들고 대부분의 일상을 데크에서 보내리라. 데크에서 뒹굴고 꽃이나 곡식을 말리며 달과 별을 보고 일광욕을 할 것이고 때로는 춤을 출지도 몰라. 8월초 월요일 건축회의 때 발표할 나만의 오두막 설계. 언젠가부터..
달려라 미니버스, 빼빼가족 이야기 다큐공감 44회_달려라 미니버스, 빼빼가족 두 번째 이야기 (2014.03.11 방송) 지난 6월 작은 미니버스로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 일주에 도전한 빼빼 가족. 반복되는 일상에 사표를 던지고, 가족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무모한 모험이자 도전! 온 가족이 빼빼 말라 ‘빼빼 가족’이라는 애칭을 얻은 이들의 여행은 지난 9월 전파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났고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험난했던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을 시작으로, 핀란드, 스웨덴, 프랑스 등을 거쳐 드디어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 포르투갈 로카 곶에 입성. 첫 번째 만남 후 6개월이 흐른 지금, 빼빼 가족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여행하고 있을까?
지견 명상 행 수행과 삶을 분리하면 안 됩니다. 가족관계와 직장생활과 자원봉사 전부가 수행의 길입니다. 좌선과 기도, 그리고 집중명상을 하는 이유는 삶에 더 깨어있고 인간관계를 잘 다루기 위한 것입니다. 좌선 할 때 호흡을 알아차리는 이유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마음을 잘 알아차리기 위한 것입니다. 진정한 자비수행은 기도가 아니라 실천입니다. 수행은 이론으로만 남으면 안 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수행의 3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첫째는 이론입니다. 이것은 지견이라고 합니다. 둘째는 (Self-integration) 이론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겁니다. 이것은 명상이라고 합니다. 셋째는 (Life-integration) 삶에서 실천하는 겁니다. 이것은 행이라고 합니다. 지견, 명상, 행; 이 3가지가 같이 있어야지 진정한..
늙음의 얼굴 지금보다 한참 젊을 때 인근 온천에 갔다가 단체로 오신 할배들의 참 거시기한 대화를 우연히 들은 적이 있다. 할배1 : 요새는 집에 할마이(부인)도 말을 안 듣고 젊은 다방 애들이나 어째 좀 거시기해 볼라 캤더니, 고것들이 애만 태우고 통 말을 안듣네. 할배2 : 갸들이 본래 뜸만 들이고 돈만 뜯어먹는다카이. 할배3 : 에이, 말도 마. 나도 갸들한테 갔다준 것만 해도 논 서마지기 값은 될끼다. 헐! 잠시 귀를 의심했다. 저것이 진정 저 쪼그러진 할배들사이에서 흘러나온 대화란 말인가? 그 때 나는 내가 남자라는 사실에 크게 절망했다. 나이들어 꼰대소리 듣지 않고 어른 대접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접은 커녕 천박하고 추한 늙음이 되지 않는 것만도 결코 쉽지 않다. 늙어서도 딸같고 손녀같은 젊은 여성..
녹색 당부 "지금 한국정부는 이른바 스마트팜이니 대규모 시설농이니 하는 것에 정신이 팔려 있지만, 그런 것이야말로 근본이 무엇인지를 망각한 뜬구름 잡는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속가능한 농사, 그리하여 생명의 보금자리인 땅을 영구적으로 지키려면, 농사는 철저히 생태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생태적 농사란 상업주의 논리와는 기본적으로 양립 불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농을 보호함으로써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 한국의 농업 관련 전문가들은 흔히 소농을 마치 사라져야 할 역사적 유물인 것처럼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미국식 대규모 영농, 즉 기계·화학물질에 의존하는 농법을 모범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요약하자면, 기후변화에..
나이듦의 혜택 나에게 늙어감은 참 좋은 것이다. 더 이상 불확실성으로 인해 잠 못 이루는 밤이 없고 더 이상 좌절과 실패로 인한 쓰라린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되는 나이. 이제 불안해 하며 무언가를 새로이 시작 하지 않아도 되고 이대로 머물어도 누가 되지 않고 부끄럽지 않은 나이. 구비진 길을 돌아 돌아 왔고. 가파른 길을 오르고 내리는 동안 발가락엔 물집이 잡히고 붉게 부풀어 올라 쓰라릴때도 있었지. 언젠가는 끝 날때가 있으리라고. 짐작은 하였지만. 갸날픈 실날 같은 앞 날을 아스라히 바라보이기만 하던 앞 날들을 막막하게 바라보곤 했었지. 그렇게. 봄이 가고 여름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가는 동안 세월이 가고 가고 가고 가더니. 어느새 다달았어. 이제는 스르르 손을 놓아도 될때. 녹색 벨벳의 낡아서 삐거덕 거리는 의자..
알아차림의 3가지 특징 * 앎 호흡을 느끼는 것, 보이거나 들리는 대상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이 있는지 아는 명료함입니다. * 무념 명상은 생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념 없이 보이고 들리고 느끼는 것입니다. 경험은 있지만 생각이 없어요. * 행복 집착과 저항이 없기 때문에 마음이 자유롭고 평화로워요. 이것이 알아차림의 선물입니다.
계영배(戒盈杯), 채움과 비움 임금님께 올리는 물건을 만드는 곳에서 좋은 기술을 배운 한 도공은 스승도 깨우치지 못한 기술을 익힌 뒤 '설백자기'라는 뛰어난 도자기를 만들어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불행의 씨앗이 되었다. 그는 방탕한 생활로 수많은 재물들을 모두 탕진해 버렸고 반성하며 다시 스승에게 돌아와 새로운 마음으로 색다른 작품을 만든다. 그렇게 도공 '우명옥'이 만든 걸작이 바로 '계영배(戒盈杯)'다. '넘침을 경계 하는 잔' 이라는 의미의 계영배는 분명히 바닥에 구멍이 뚫려있는데도 술이 새지 않는다. 하지만 잔의 70%이상 채우는 순간 술은 모두 새어나가 버린다. 계영배의 핵심은 여기있다. 잔에 술을 70%이하로 따랐을 때는 술이 조금도 새지 않지만 술을 70%이상 따르는 순간 술이 모두 새어버려 아무 것도..
사시불공 巳時佛供 - 어떤 스님과의 대화 -“남방에서도 사시불공을 합니까?” “하지 않습니다.” “아니, 부처님에게 공양을 올리지 않다니, 그들에게는 붓다에 대한 공경심이 없는 모양입니다.” “진짜로 붓다를 공경하기 때문에 공양을 올리지 않습니다.” “아니, 그 말에는 모순이 있는 것 같습니다.” “스님은 붓다께서 어딘가에 살아계시면서 음식을 올리면 받아먹고 물을 올리면 마실 거로 생각하십니까?” “붓다께서 먹고 마시지는 않더라고 그 정성은 받으시겠죠.” “그 정성을 받으시려면 붓다께서 어딘가에 살아계시면서 우리를 살피고 있어야 하겠군요.” “그럼 붓다께서 소멸해버렸다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려는 겁니까?” “소멸이라는 단어는 적합하지 않지만, 붓다는 마하빠리닙바나(대반열반)에 드셨습니다.” “붓다께서 대반열반에 드셔..
진짜로 중요한 것 진짜로 중요한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야.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걸 알아내는 게 내겐 참 중요해. 그 밖에 모든 것은 부수적인 것.
나는 누구인가 뭄바이 부근의 명상 센터에서 지낼 때의 일이다. 한 한국인 여성이 심한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아서 내가 신경정신과 의원에 데려가게 되었다. 먼저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진료 예약을 하면서 증세를 설명했다. 우리가 도착하자 의사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친절하게 맞으며 의자를 권했다. 검은 뿔테 안경에 지적인 인상이었다. 우리가 앞에 앉자 의사는 나에게 이름과 나이, 결혼 여부, 과거의 병력, 인도에 온 이유 등을 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내 대답을 받아 적었다. 그러더니 나더러 입을 벌려 혀를 내밀라고 하고는 검안경으로 내 눈의 홍채를 살폈다. 그리고 두통과 환청에 시달리는지 물었다. 나를 환자로 착각한 것이다. 내가 아니라 옆의 여성 때문에 왔다는 말을 할 겨를도 없이, 의사는 내 외모와 분위기..
고요함 고요함은 모든 지혜의 근본이 된다. 지혜로운 사람을 보면 맑고 고요함을 느낀다. 혼란스럽지 않고 심란하지 않다. 고요하기 때문에 맑고 밝은 지혜의 빛이 주변을 환하게 비춘다. 고요하고 고요하라. 비우고 또 비우라. 이것이 완전한 지혜에 이르는 길이다. 그리하여 완벽한 고요와 평화가 새벽 안개처럼 그대 영혼에 향기롭게 깃들기를 ~ picture_Karijini National Park, Western Australia. [출처 : 지혜림님 포스팅,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10221046046321245&set=a.2965884306567&type=3&theater]
산다는 것 어느새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나 싶고 하루하루 살아 온 날들이 손가락으로 헤아려 보면 아득아득한데 말이다. 알고도 모를 일. 산다는 것. 엄마가 90즈음부터는 자꾸 “지업다, 지루하다” 하셨다. 그 와중에도 “다시 태어나면 너거 아버지와 다시 살아보고 싶다“고도 하셨다. “다시 태어나 다시 만나서 살게 되면 좀 더 좋은 아내이고 싶다”는 거였다. 엄마는 아버지에게 한번씩 퍼 붓고 히스테리를 부렸으나 자주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도 오십대 중반에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늘 미안해 하셨다. 아버지가 돈을 못 벌고 엄마가 다섯남매를 먹여 살려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고 짜증 날때가 많았을까 싶은데 정작 돌아가신 분에 대해서는 좋은 기억만 남았나 보았다. 엄마가 스물두살. 아버지가 스물세살때 결혼 했다 했으니 못 살아도 삼..
매장과 파종 스물네 살의 가을, 학교 부근에 월세방을 구했다. 유리창이 군데군데 깨진 낡고 오래된 4층 건물이었는데, 그중 한 층을 세 얻어 살림집으로 개조한 가족이 여분의 방 하나를 나에게 세준 것이다. 서울 근교의 한강변 창고에서 지내다 학교 앞으로 돌아온 직후였다. 책을 벽에 쌓아 놓으면 겨우 누울 만큼 작은 방이었지만 거리를 내려다볼 수 있고 무엇보다 세가 쌌다. 학교와 가까워서 수업을 빠질 염려도 적었다. 이미 한 번 낙제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또 낙제를 했다가는 제적당할 가능성이 컸다.주인 격인 그 가족의 가장은 성격이 난폭하고 술주정을 일삼는 남자로, 내가 입주한 첫날부터 자기 아내와 딸에게 폭언을 퍼붓더니 손찌검까지 했다. 그 나이에 이미 나는 일 년 넘는 노숙 생활에다 강변 창고에서 물난리를 겪는 등..
꿈 같은 인생 그녀를 처음 본 것은 1978,9년 즈음의 부산. 조방앞. 부산진시장. 동아사약국 맞은 편 대명빌딩 2층 다방이었던 걸로 기억 된다. 대명빌딩 4층에는 생계형 요리학원이 있었다. 학원 안에 조그만 방 2개를 만들어서 딸 셋과 우리엄마, 그리고 엄마의 손녀딸과 외아들 부부가 살면서 요리학원으로 먹고 살던 시절이었다. 학원에 수강생들은 대부분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가난에 쩔은 남자 아이들로 외항선을 타고 돈 벌러 바다로 나가려는 청운의 꿈을 품고 요리학원으로 왔다. 요리를 배우려는 것보다 요리사면허증을 손에 쥐려는 것이 목적이었고 요리사면허증이 있으면 브로커를 통해 선원증을 발급 받을수 있었다. 선원증을 가지면 외항선을 탈수 있었고, 일단 외항선을 타면 배에서 하는 어떤 노동이라도 하면 되었다. 그들은 요..
상락아정常樂我淨 붓다는 ‘무아(無我)’라고 했습니다. 초기불교에서는 이 교리를 고수했습니다. 그러자 수많은 교단에서 ‘무아’의 교리에 반론이 시작되었습니다. ‘무아’이기는 하지만 어떤 개체적 성질을 지닌 개아는 존재할 거 아니냐? -인상(人相)-뭔소리냐? 내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내가 소멸해버리는데 그럼 뭐하러 수행하느냐? 깨달음을 얻을 필요가 없지 않느냐? 그럼 나는 해탈을 추구하지 않고 중생으로 남겠다. - 중생상(衆生相)-깨달음이란 업을 완전히 정화해서 순수 영혼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순수 영혼은 영원히 존재한다. - 수자상(壽者相)- 이렇게 ‘무아’에 대한 반론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가장 지독하게 공격한 곳이 브라만교(지금의 힌두교) 입니다. 신에게 헌공물을 ..
물리학의 눈으로 본 우주,세상, 그리고 우리 “인간은 아무 의미 없는 우주 속에서 자신이 만든 상상 속 행복을 누리며 행복하게 사는 존재다.” “원자는 불멸하니까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너무 슬플 때는 우리 존재가 원자로 구성되었음을 떠올려보라. 그의 몸은 원자로 산산이 나뉘어 또 다른 무엇인가의 일부분이 될테니까.” “태양과 별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강연의 시작과 함께 청중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태양과 별의 차이점에 대해 청중 곳곳에서 대답이 나왔지만, 김 교수의 답은 예상 밖이었다. “태양과 별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은 바로 ‘같다’입니다. 태양은 가까이 있는 별이고, 별은 멀리 있는 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수많은 점으로 보이는 별들이 사실은 지구와 가까워지면 ..
놓아버리기 『놓아버리기 (원제; Mindfulness, Bliss, and Beyond)』 목 차 1부: 수행의 행복 1. 수행의 기본 방법 Ⅰ 수행의 처음 네 단계를 통한 탄탄한 기초 쌓기 2. 수행의 기본 방법 Ⅱ 호흡이 아름다워지는 수행의 세 가지 높은 단계 3. 수행의 장애 Ⅰ 우리와 수행의 깊은 단계들 사이에 있는 다섯 가지 장애 중 두 가지 - 감각적 욕망, 악의 4. 수행의 장애 Ⅱ 나머지 세 가지 장애 - 나태와 혼침, 들뜸과 후회, 의심 5. 알아차림의 특성 알아차림, 문지기, 그리고 수행에서 성공하는 방법 6. 수행에 활기를 불어넣는 다양한 방법 마음을 즐겁게 하고, 지루함을 없애고, 기쁨을 일으키는 방법 7. 아름다운 호흡 선정의 성취 그리고 깨달음의 통찰 8. 네 가지에 대한 알아차림의 확립(..
정작 중요한 것은 팔만대장경 갓 출가했을 때, 30대의 젊은 혈기가 혈관을 질주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서울에 나들이하였는데 종로를 걷다가 한 열성적인 기독교인을 만났다. 그 여인은 손에 기독교 홍보물을 들고 의도적으로 나에게 접근해왔다. 나는 그 여인의 의도를 알고 부딪히면 나만 손해라고 생각해서 그녀를 피해서 전철을 타려고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그 악착스러운 여인은 지하철역까지 쫓아와 나에게 기어이 시비를 걸었다. 그녀는 그날 사탄의 자식을 구제하는 것이 평생의 숙원이라도 되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결코 평화롭지 않은 얼굴로 나에게 어리석은 도전을 해왔다. “이 세상에서 최고의 베스트 셀러 책이 뭔지 아십니까?” 기뽕(기독교 뽕)에 취한 그녀의 허접한 질문에 불뽕(불교 뽕)에 취한 내가 당할 리가 없었다. “호..
수행해야 할 때 수행해야 할 때 하지않고 업을 짓고 나서 몰아서 참회하고 수행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좋은 날씨 수행자'라고 합니다. 기분이 내킬 때만 수행한다는 것입니다. 고통에 매달리거나 피하려고 하는 것이 가장 오래된 끈질긴 습관입니다. 고통이 있을 때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만 알아차려도 큰 공부가 됩니다. 습관이 일어날 때가 습관을 닦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후라이팬은 뜨거울 때 잘 닦아지듯 번뇌가 있을 때 업을 닦을 수 있습니다. 마음의 변화를 보게 하는 것은 끈기있는 노력입니다. 조건이 좋을 때는 수행자답지만 어려움이 있을 때는 범부하고 다르지 않습니다. 습관에 매달리고 수행이라는 말조차도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불교의 원리는 번뇌를 도로 삼고 역경을 지혜의 재료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고통은 고통의 원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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