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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수월리 아삶공

나의 삶은


지리산 누룩실 골짜기에 지으려는 나의 오두막은

‘내 사랑 모드’의 오두막처럼 다락방 침실을 만들 것이고.

소로우의 월든 호숫가 오두막 처럼 단순하고 소박해야 한다.

오두막 안의 배치는 지금 나의 거처로 사용하는 상주의 ‘아삶공’과 같은 형태가 될 것이다.

숲 속에 짓는 작은 오두막은 클 필요가 전혀 없다.

그저 자고 먹을 작은 침실과 따뜻한 부엌이 있으면 된다.

부엌에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바느질도 하며 음악을 듣고 명상 하면서 반찬 없는 밥을 지을거다.

오두막 둘레에 커다란 돌들을 깔아서 데크를 만들고 대부분의 일상을 데크에서 보내리라.

데크에서 뒹굴고 꽃이나 곡식을 말리며 달과 별을 보고 일광욕을 할 것이고

때로는 춤을 출지도 몰라.

8월초 월요일 건축회의 때 발표할 나만의 오두막 설계.

언젠가부터 나는 그곳에서 은수자의 삶을 만끽하면서 더 늙어가고 마침내 죽어 가리라.

나의 육신이 종잇장 처럼 얇아져서 사르르 숨을 거두면 남은 이들이 활 활 불태워서 하얀 재를 숲에다 뿌려 주겠지.

나는 누룩실 숲의 정령이 되어 바람 소리와 물 소리에 소식을 전하리라.

내 몸의 일부는 인디언들처럼 땅. 바람. 숲의 정령이 되어 세상을 지킬 것이고

나의 영혼은 잠시 소울월드에서 쉬다가 다시 내려와 생명을 이어 가겠지.

- 문성희 선생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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