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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수월리 아삶공

수행자

내 삶에 있어서 선택지가 단 하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때 나는 비로소 가볍고 자유로와졌다. 

단순함은 명징성을 이끌어내 주었다. 

모든 헛된 욕구가 사라지는 순간이 올때가 있다. 

마음이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지쳐서 심심해질때 문득 휴식이 찿아오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 

살아있다는 것은 

내가 생명의 존재로서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을 아는 것 만이 삶의 精髓이자 에센스 라는 것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벌거벗음으로 생명의 투명성이 떠오르면 살아있음 그 단 한가지의 경이로움만으로도 소스라친다. 

어제 산나물 채개장 쿠킹클래스에 온 수강생중에 15,6년전 즈음 철마산 오두막에 온 적이 있었다는 젊은 여자가 있었다. 

그때 하룻밤을 재워 주면서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과 시간과 시간의 틈새에 있는 삶의 精髓와 에센스를 느껴보라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고 했다. 

스물몇살 이었던 그녀는 지금까지 그 말을 기억하며 살았다고 했다. 

그제서야 가물가물하게 그 기억들이 소환 되었다. 

그 깊은 산속 오두막을 기별도 없이 무작정 찿아온 20대 여인을 그대로 몰아낼수 없어서 하룻밤 재워 보냈던 기억과 함께 철마산 숲속 오두막에서 살았던 기억들이 매우 생소하게 되살아 났다.

인터넷도 터지지 않고 무선전화기는 마당끝 감나무 아래로 가야만 사용할수 있었던 시절. 

낯선 사람이 무작정 찿아오는 일이 간혹 있었다. 

어디서인가에서 얻은 주소가 적힌 종이쪽지 하나로 

또는 기장군청이나 철마면사무소나 철마면 파출소에 내 이름 석자를 들이밀고 거주지를 알아내어 찿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대부분은 중증환자 이거나 마음의 길을 찿아 헤메는 사람들 이었다. 

내 코가 석자인 나로서는 그들에게 어떠한 도움도 줄수 없었다. 

각자가 걸어온 삶의 결과물로써 오늘 이라는 현실이 내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니 만약에 다른 삶을 원한다면 걸어온 시간의 길이 만큼 되돌아가서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는 희망이 안되는 조언만을 들려 줄수 밖에 없었다. 

절망 속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사람들은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표정으로 실망을 안고 돌아 갔다. 

산에서 뜯은 나물과 한살림에서 구해준 곡식과 채소를 햇볕과 바람에 말려서 가루를 내어 먹고 살던 시절의 이야기다. 

한줌의 생식가루는 몸의 세포를 완전히 새롭게 정렬 시켜 주었다. 

이 시절 내 몸은 바람으로 정화 되었고 물과 하나가 되었으며 햇빛이 뼈 까지도 달구어서 단단하게 여며준다는 것을 느끼면서 살아 갔다. 

맨 발로 디딘 땅의 따뜻한 흙의 기운이 내 온 몸의 세포들을 감싸 안았다. 

살아가는데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물과 바람과 햇빛과 흙이 내 생명을 온전하게 치유하고 정화시켜 준다는 것을 온 몸으로 체득하면서 살때 였다. 

그런 것들은 돈을 주고 살수 없으며 내가 원할때는 언제든지 무상으로 사용 가능한 것들 이었다. 

살아가는데 돈이 필요 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온전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경험할때 였다. 

이 여인은 그 당시에 #월간정신세계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보고 찿아 왔다고 했다. 

그 기사는 이달희선생이 월간 정신세계사에 주필로 있을때 쓴 기사인데 이 기사를 계기로 샨티출판사와 인연이 되었고 #평화가갓든밥상 책이 출간 되었다. 

벌써 20여년 전 이야기다.

초 저녁부터 잠이 들었다가 잠이 깨인 한시경. 

내 의식은 점점 명료해진다. 

그렇다. 

살아있다는 것은 그토록 단순하고 명징하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 

그 하나만이 현실이고 실제이며 실존 이다. 

그 밖의 모든 것은 부수적인 것. 

부수적인 것들에 속아서 본질을 놓치는 일은 하지 말자. 

내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깨어 있다. 

하루하루 산다는 그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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