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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생활 속의 수행_남상욱님

길을 나선다 늘 익숙한 것에 편안하고, 편안한 것에 익숙하다.또 짐을 싼다. 그리고 길을 나선다.모르는 길이기에 익숙하지도 편안하지도 않을 것이다.어디를 가든 답은 없다. 다만, 새로운 세상에 부딪기며 한 뼘의 폭이라도 넓어지길 바랄 뿐...
고결한 미소 혼탁한 곳에 뿌리를 박고 어쩌면 저렇게 청초하고 고결한 미소를 지닐 수 있는지?부처는 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저자거리에 몸을 비비고 사는 사람들과가난하고 병든 사람들 속에 있다는 가르침이 떠 오른다.오늘 아침 이국의 낯선 거리에서 만난 연꽃이 절이 되고 법당이 되어 나의 경배를 받는다.모두 건강하고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누리시길....
행복이란 무엇인가 요즘 나이 깨나 든 사람들의 SNS에는 잘 먹고, 잘 살고, 건강하게 오래살고 행복하자는 말들이 넘쳐난다.또한 그런 모습을 사진도 찍어 올리며 전국구로 자랑을 일삼지만, 정작 어떤것이 진정한 행복인지에 대한 담론은 눈을 닦고 봐도 없다.생각컨데, 욕망의 충족에서 오는 행복은 일시적인 쾌락일 뿐이며, 어떤 정신적 가치나 목적도 없이 그저 잘 먹고, 잘 살자는 것 또한 추한 욕심일뿐,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진정한 행복(절대적 행복)은 끝없이 욕망을 추구하거나, 반대로 그것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것도 아니며, 자신과 세상의 욕망속에 살면서도 그것에 집착하거나 끄달리지 않는 중도에 그 길이 있다.어떠한 조건과 상황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행복도 행복이 아니요, 불행도 불행이 아닌 것을 아는..
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당신은 사람들을 그들이 생긴대로 보지않고 당신이 생긴대로 본다.누가 나를 속상하게 해서 그래서 기분이 나쁘다면 문제가 나에게 있는 것이다.바뀌어야 할 인간은 바로 내가 아닌가! 어떻게 내가 나를 화나게 만들 힘을 다른 누구에게 줄 수 있단 말인가? 내가 행복 할 것인지 불행할 것인지를 결정할 힘을 어떻게 다른 누구에게 줄 수 있단 말인가? ㅡ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ㅡ (앤소니 드 멜로)
생명을 대하는 태도 인도에 처음 갔을때 혼잡한 대도시 한가운데에 소들이 어슬렁거리는걸 보고 말할 수 없는 경이로움과 신비감을 느꼈다.심지어 기차역 대합실이나 플랫폼에서 어슬렁대는 소가 황당하고 엉뚱하기도 하여 절로 웃음이 나고, 마치 인간이 만든 문명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 처럼 천연덕스러워 묘한 통쾌함마저 들었다.그러나 인도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여러 동물들은 불편하기 짝이없고 때로는 두렵기까지한 존재들이었다.좁은 골목에서 마주치는 소는 언제 받을지 모르고, 밤길에 마주치는 개떼들은 두려움의 대상이며, 거리의 돼지, 염소, 당나귀, 말, 낙타 등 다양한 동물들의 배설물에 들끓는 파리떼는 더러움의 극치다.특히, 바라나시나 리시케시 등의 원숭이들은 포악하기 그지 없어 길거리에 과일이나 아이스크림 등..
나 좀 보아 주세요 '나 좀 보아 주세요' 라며 소리치는 이 작은 녀석들. 한적한 길 옆 외진 곳에 누가 또 이 꽃을 볼 수 있을까 싶지만,누가보든 말든제 생긴대로의꽃을피우는게법계의모든 존재들아니겠는가?
화가 나면 화가나면 화난 이유를 되씹고 정당화 시키면서 화를 키우지 말자. 그냥 '괜찮아' 라며 그 화를 껴안아 보자. 그 때 화라는건 단지 어떤 못 마땅한 생각과 그로인한 가슴의 열기를 동반한 정신적, 신체적 현상에 불과함을 알게 될 것이다.외로우면 그것을 벗어나려 무엇엔가 의지하며 애쓰지 말자. 그냥 '괜찮아' 라며 그것을 껴안아 보자. 그러면 그것은 정말 괜찮은 것이 되고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고요하고 잔잔한 평화로 바뀌어 그것을 친구 삼을 수 있을 것이다.무언가 탐닉하고 집착하는 마음이 나를 괴롭히면 그 욕망의 발걸음을 조금만 멈추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 보자. 그러면 그 속에 무언가를 유난히 좋아하는 마음이 작용함을 알게 될 것이다.그 어떤 마음이건 '있는 그대'로 보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어났다가..
내 꿈은 사람들은 꿈을 꾸라고 한다. '꿈이 없는 자는 산 송장'이라고 까지 한다.하지만 내 꿈은 꿈이 없는 것이다.그럼에도 매일 꿈을 꾸는 건 내게 아직 욕심이 많기 때문이다. 원하는 게 많기 때문이다.무언가를 하고 싶은 꿈 무언가가 되고 싶은 꿈 무언가를 얻고 싶은 꿈 무언가를 원하는 그 모든 꿈이 사라지는 날비로서 내 꿈은 이루어 질 것이다.
오래된 친구처럼 배낭 꾸려서 집 나온지 한 달째!베트남을 거쳐 태국으로 들어와서 관광객들을 피해 발 길 닿는대로 흘러 들어 온 이 곳은 그 이름이 딱(Tak)이란다. 딱좋다! 내가 놀기엔 딱이다. 주변엔 현지인들만 이용하는 싼 숙소와 맛있는 길거리 음식이 늘려있고 영어는 통하지 않지만 먹고 사는데는 지장없다.어디든 시원한 그늘 한 자락 내주는 이름모를 동네의 나무밑이나 발 길 닿는 곳 어디든 널려 있는 절의 법당 한 켠을 차고 앉아 명상을하던 낮잠을 청하던 누가 뭐라는 사람도 없다.해질 무렵 강변에 앉아서 바라보는 석양도 아름답고 고즈넉히 찾아오는 낯선 곳의 쓸쓸함도 오래된 친구처럼 다정하다.
알아차리는 것 한 해가 지나고 또 한 살을 보태지만, 내 속에 들어있는 놈은 삼십이나 사십이나 오십대나 똑 같은 그 놈이다.끔찍하게도 나이를 먹는다고 사람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달라지기는 커녕 알량한 주관적 경험에 의한 고집만 늘어 꼰대 소리나 듣기 십상이다.그럼에도 사람이기에 조금이라도 나아지려 노력하는 게 사람다운 가치를 실현하는 것 아니겠는가? 숙고해 보건데, 내면으로부터의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 늘 주의를 기울이고 돌아봐야 할 것은 이런 것 들이다. 첫째, 사회적 관습이나 인간관계, 도덕적, 윤리적 규범따위에 내 자아를 얽어매고 있지는 않은지.둘째,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 선입관, 고정관념이 나를 지배하며 생각과 행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은지.셋째, ..
개념과 실재 얼마전 태국과 미얀마의 국경지역인 매솟에 며칠 머물렀다. 국경에서 바라본 자연의 풍경은 똑 같은데 여기는 태국, 저기는 미얀마라고 한다.문득, 영토는 존재하나 국가는 실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실감되었다. 한국이니 미국이니 하는 것은 어떤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영토와 거기 살고 있는 사람을 구성원으로 하는 하나의 개념이고 일종의 정치이데올르기인 것이다.한 해가 가고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데, 사실 이 나이라는 것도 실체가 없는 하나의 개념이기는 마찬가지이다.물론, 시간이라는 물리적 개념이 있고 시간에 따른 신체적 노화라는 실체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12월31일과 1월1일은 하루 사이로 한 해가 바뀌지만, 두 날짜 간에는 평상시와 비교하여 그 어떤 특별한 점도 없다.다만, 인간은 거기다가 망년이니 ..
내면에서 발생한 나의 몫 방콕에서 스리랑카에 가려고 일찌감치 수완나품 공항에 가서 체크인을 하는데, 왠걸 갑자기 나의 항공권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직원들이 급하게 이리저리 알아보았지만 카운터에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별도의 장소로 안내되어 갔더니, 거기서도 확인한바 내가 그 항공사 명단에 아예 없다는 것이다.여러직원들과 접촉을 했지만 결국 항공사와는 관계 없고 티켓을 구매한 여행사의 문제라는 답변을 끝으로 나는 아무런 대책도없이 쑤완나품 공항에 내 팽게쳐친 국제미아가 되어버렸다.참으로 황당하고 막막하였다. 티켓을 산 여행사는 인도에 있고 그것도 모바일로 구매하였으니 접촉이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된장, 그렇게 여행을 많이 다녔어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복잡한 마음을 애써 가..
마음을 바꾸니 스리랑카행은 결국 포기했다. 포기했다라기 보다는 그냥 놓아버렸다는 표현이 맞겠다. 쑤완나품공항에서 영문도 모른채 방콕으로 되돌아 올 때 이미 스리랑카를 꼭 가야된다는 생각을 버렸다.상대는 인도의 여행사이고 그 사람들 일처리 방식을 익히 잘 아는 터이다. 그 느려 빠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쉽게 인정하고 리스케줄을 빨리 잡아 줄리 만무 할 것이기 때문이다.조급해 하면 내 속만 터질 것이니, 리스케줄을 주면 다행이고 아니면 최대한의 환불이라도 받자는 게 애초의 생각이었다.아니나 다를까 리스케줄은 언제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긴 인내와 우여곡절 끝에 환불을 해준다는 약속은 받았다. 물론 언제 받을지 의문이고 통장에 들어와봐야 알겠지만 말이다.돌이켜보건데, 처음 항공권에 문제가 있어 공항을 이리저리 동분서주 ..
이 모든 것들이 있을 뿐이다. 게스트하우스 테라스에 앉아 있다. 아침 공기가 제법 서늘하다. 지붕들 사이로 메콩강이 보이고 초가을 같은 햇살이 인색하게 떨어진다. 골목길을 누비는 뚝뚝이 소리가 요란하다. 간간히 닭우는 소리도 들린다. 위장병이 찾아와 속이 더부룩하다. 서양인 부부가 아침을 먹는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불쑥 왔다가 제풀에 사라진다.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그저 이 모든 것들이 있을 뿐이다.
마음챙김 아침에 태국의 어느 공원에서 마음을 알아차리며 걷고 있었다.호수 주변의 어린 야자수를 보며 저것들이 더 크면 참 멋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을 알아차렸다.그리고 그것은 단지 미래에 대한 생각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자 그 생각들은 사라지고 다만 고요하였다. 그리고 보니 그 야자수들은 그냥 그대로도 괜찮았다.공원을 조금 더 지나자 화사한 옷을 입은 젊은 여인이 다가오자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을 알아차렸다. 그것도 생각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 생각은 사라지고 다만 고요하였다. 그리고보니 그냥 어떤 여자가 지나갔다.마음을 알아차리는 순간은 참으로 경이롭다. 겹겹이 쌓인 생각이 껍질을 벗고 어떤 대상이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낸다.위의 두 가지 사례에서 야자수가 크면 좋겠다는..
이미 가진것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별거 아닌 것들이 남들이 그렇게 가지고 싶어하는 가장 소중한 것인지도 모른다.삶에 바쁜 사람들은 훌쩍 떠나는 이를 부러워하지만, 여행에 지친 방랑자는 온기나는 집의 소박한 밥상을 그리워 한다.시골에 사는 사람은 도시의 화려한 불빛을 그리워하지만, 도시의 사람들은 시골의 한적한 흙냄새를 그리워한다.자식이 속 썩인다 하지만 자식 잃은 사람의 슬픔만 하겠으며, 삶이 아무리 팍팍하다 한 들 병원에 누워 생사를 오가는 환자만큼이야 하겠는가?오늘 이 순간 살아 숨쉬니 이것이야말로 가장 신비하고 감사한 일이다.★석 달 간의 유랑 끝에 돌아와 차진 쌀밥과 시래기 국에 김치하나 올려 놓으니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다.
지독한 외로움 홀로 몇 달이고 인도 땅을 헤맬 때 가끔 흙이라도 파 먹고 싶도록 지독한 외로움이 찾아오면 ‘그래, 괜찮아’ 라며 그냥 그것을 다정하게 어루만져 주었고, 그랬더니 정말 그것은 괜찮은 것이었고 아무런 문제가 되지않는 것이었으며 나아가 내 삶의 한 면을 비쳐주는 잔잔한 거울이자 같이 가야 할 덤덤한 친구였다.
달구경 어젯밤 외로움을 달래주는 일종의 상시 마약인 tv, 인터넷, 책, 전화기 등을 모두 팽개쳤다.그리고 전등을 끈 채 베란다에 홀로 누워 늦도록 달구경을 하였다.고요하고 적막한 가운데 상현달처럼 약간 모자란 기쁨이 동무로 찾아와 같이 놀았다.
욕심을 내려 놓으니 인도에 있을때 한 불교단체에서 인근의 걸인들을 모아 따뜻한 밥 한끼를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먼저 온 사람들이 실컷 먹고는 한 보따리씩 싸들고 가는 바람에 늦게 온 이들이 먹을 것이 없자 큰 소동이 일어나서 자칫 폭력으로까지 번질 뻔한 일이 있었다. 천석꾼은 천가지 걱정이고 만석꾼은 만가지 걱정인데, 거지는 당장 먹을 한 끼 걱정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데 그 한끼를 해결하니 또 다음 끼가 문제였던 것이다. 그 날 나는 소란의 현장에서 인간 본성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 끼를 해결하고 다음 끼를 챙기는 모습에서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이해할 것 같았다.본래 원시시대에는 사람이나 짐승이나 당장 먹을 음식밖에는 없었지만 먹을 것을 쌓아두기 시작하면서부터 신분과 계층과 불평등이 생기고 걱정이 커졌듯이,..
진정한 자유 자유는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사는 것 만이 전부가 아니다. 세상 그 무엇에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자유로울 수 있는 그것이 진정한 자유가 아닐까?나의 존재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그들에게 나를 만족시키고 내 행복에 기여하기 위한 그 어떤 기대와 요구도 없을 때,나의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고 외로움을 채워주는 매체와 도구와 관계들을 즐기면서도 언제든 그것을 놓아버릴 수 있을 때,'나라고 생각하는 것'과 나와 관계되는 그 모두를 던져버리고 온전히 직면하는 그 말 할 수 없는 충만함에 미소 지을 수 있을 때,실로 발 붙일 땅 한 조각없고 머리 둘 곳 조차 하나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럼에도 스스로 부족함 없이 모든 것을 구족한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때, 그 때 비로소 진..
공부지음 내가 수행처나 산속에만 있었다면 그저 고요한 것에 머물며 선정을 닦는 것을 최고의 수행으로 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세속에 살면서 자극을 주고 걱정거리를 던져주는 주변 사람들이 있어 그것을 '알아차림'하며 공부지을 수 있으니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더구나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온갖 잔소리에 바가지를 긁어대며 시시각각으로 공부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주시는 님이 계시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이런것들이 설사 희로애락을 들락거리는 번뇌덩이 일지라도 그 속에 공부처가 있어 그것이 흐르는 물처럼, 떠도는 바람처럼 덧없고 무상한 것임을 조금씩 알아가게 해 주니,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이 모든 것에 능히 자유자재하게 된다면 더 이상 공부지을 필요가 없는 경지에 오를 것이 틀림없을 것 같다.이 존재와 인연맺은 모든 분들 ..
자기다운 삶을 살아야 요즘 SNS에서는 참 좋은 말과 글들이 너무도 많이 돌고 있다. 행복해지는 법, 건강해지는 법, 잘 사는 법, 노년을 잘 보내는 법, 사랑하는 법 등 셀 수 없이 좋은 글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나는 이런 류의 글들에 대부분 공감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그들보다 잘나고 우월해서가 아니라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결국 실천이 문제이고, 무엇보다 남의 글 보다는 본인의 경험과 자각에 의한 것이어야 더욱 가치가 있고 생명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적어도 나이 오십이 넘도록 세상을 살았으면, 이제는 남의 생각에 의해 좌지우지 할 게 아니라, 누가 뭐라고 하던 자신의 가치와 철학에 따라 마음과 몸이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행복이든, 노년의 삶이든, 건강이든, 사랑이든, 삶의 어떤 분야이건 이제는 뭔가 자기만의..
타인에 대한 존중과 예의는 약 7,8년 전 미얀마를 여행하다가 사람들의 순박함에 매료되고 미얀마 불교에 관심이 많아져서, 약 한 달 간의 명상센터를 체험한 후 그 이듬해 미얀마의 한 사원에서 일정기간 출가수행을 하였다.미얀마에서는 외국인도 선원장께서 허락하면 출가할 수있고, 원하면 또 언제든 속세로 돌아 올 수 있을 뿐 아니라 단기든 장기든 출가자의 구분은 없다.불교국가인 미얀마 사람들의 스님에 대한 존경과 극진한 예우는 승복입은 것이 늘 부담스러울 정도로 대단했다. 물론, 그 분들이 나의 개별적 인격을 존경하는 게 아니라 승가를 존경하는 것이긴 하나, 그 승가의 일원으로 승복을 입는다는 건 여간 부담스럽지 않은 것 이었다. 생필품을 사기위해 가끔씩 들리는 가게의 직원은 승복을 입고 들어서면 앉을 자리를 권하고, 곧바로 시원한 물..
거룩한 밥 하려던 일이 잘 안 풀려 잠시 꼬여있던 마음을 맑고 맑은 허공에 헹구며 아파트 입구 모퉁이를 돌아서 오는데 경비실앞에서 큰 소리가 났다. 차창에 팔을 괸 젊은이가 아비 벌도 더되는 경비아저씨에게 큰소리를 치고 거부정한 허리는 옹알이하듯 중얼대며 서있다. 한마디 거들다가 덤으로 욕하나 얻어먹고 차는 횅하니 사라지니 덩달아 마음도 횅하다. 늙은 경비아저씨 세상의 시비 따위 아랑곳 않는 도인이거나 모욕의 무게보다 밥의 무게가 천만근은 더 무거운 그냥 사람일거다. 힘없는 사람에게 큰소리치고 간 님도 어지간히 치이고 받히며 힘들게 사는 님일 게다. 모두가 사느라 애쓴다. 점심을 먹으며 거룩한 밥에게 경의를 표했다.
와요! 소리가 뭐라 캅디까? 인도에서 견디기 힘든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극심한 소음이다. 귀청이 떨어질 듯 쉴 새 없이 울려대는 경적, 릭샤, 오토바이 소음 등은 인도를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기에 충분하다.북인도를 여행할 때의 일이다. 그 때 나는 ‘알아차림 수행(위파사나)’을 안지 얼마 되지 않는 초짜였는데, 수행을 아주 오래한 분을 우연히 만나 며칠 동안 같이 동행을 하던 중이었다.한밤중에 도착하여 숙소를 잡았더니, 바로 큰길 옆이어서 이건 뭐 소음이 장난이 아니었다. 창문 밖으로는 연신 울려대는 경적과 오토바이 소리에다 옆방에서는 누군지 크게 음악을 켜고 있었고 옥상에서는 몇몇이 큰 소리로 떠들고 있었다.누워서 잠을 청하는데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동행하였던 그 분께 약간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제의를 하였다. ‘선생님, 소..
삶의 나침반 비교적 이른 나이에 나는 직장에서 자발적 명퇴를 하고 바로 배낭매고 유랑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 때 미얀마 수행센터에 있었던 기간을 제외하곤 대부분을 인도에서 지냈는데, 겨울철 내리 삼년간 `마더하우스`에서 일(봉사)한 적이 있다. 콜카타에 있는 "마더 하우스`중에서도 내가 일한 곳의 정식명칭은 벵갈어로`니르말 흐리데이(Nirmal Hriday) 즉, `죽음을 기다리는 집`이란 뜻이다. 인도의 그 많은 노숙인들 중에서도 상태가 심각한 분들을 모셔오는 일종의 호스피스 병동인 셈인데, 나는 이곳에서 숱한 죽음들과 함께 했다. 그 중에서도 바로 옆 침대를 쓰던 두 분의 임종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한 분은 눈썹이 진하고 키가 훤칠한 분으로 약간의 치매끼가 있었지만 늘 다소곳하고 있는듯 없는듯 조용하신 분..
새해. 나를 위한 서원 밥벌이 하던 삼십년간 내 의지대로 산 것 보다 어쩔 수 없이 이 사회가 용인하고 요구하는 대로 산 것이 훨씬 더 많다. 그곳을 떠나고부터 자유롭게 살고 있지만 올해부터는 더 격렬하게 자유롭고 싶다. 남에게 좋은 소리 듣고자 일부러 애쓰지 않겠으며, 인격이 훌륭해 보이려고 스스로를 단속하지 않으며, 남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위선을 행하지 않을 것이며, 세상에 이름이 나기 위해 애쓰지 않겠다. 다른 사람의 기대와 인정, 칭찬과 존경 따위에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있는 그대로를 '알아차리고' 살겠으며, 남과 같은 방식으로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눈총을 받고 사람들의 구설에 오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 평생을 따라다닌 열심히, 성실히, 최선을 따위의 구속에서도 벗어나 무엇이나 적당히 하며, 걸림 없이 멋대로 ..
온전히 '알아차리며' 살도록 어릴 때 군대가는 동네 형들을 보면 까마득한 남의 일로만 보였다. 나이들어 장가드는 것이 그랬고 직장에서 돈버는 것도 다 남의 일로만 보였는데 그게 결국 자신의 일로 다가왔다.30대 세파에 시달릴 때는 불혹이되면 흔들리지 않겠거니 했건만 막상 그 나이가 되어도 마음은 별반 달라진게 없었고, 50이 되어도 흰머리가 나고 주름이 늘었을뿐 속에 들어앉은 놈은 20대나 30대의 그놈이나 똑 같다.백살이 된다 해도 변하지 않을 이 어린아이는 그저 눈만뜨면 맛난거나 찾고 즐겁고 좋은일 없나 궁리하고, 편안하고 병들지 않게 해 달라며 마냥 떼를 쓸 것이 틀림없다.이 천하의 철부지 놈을 잘 길들이고 달래서 그저 고집 덜 피우며 우는소리 하지 않게 하고, 젊은 여자 힐끗 거리며 추잡하게 Me too에 거론되는 일 없도록..
수행자의 행복은 미얀마 양곤에 있는 ‘마하시 선원(Mahasi Meditation Center)’은 오래전부터 한국 여행사의 패키지 관광코스이기도 하다. 특히, 이 선원의 점심공양 행렬은 관광객들의 플래시 세례를 많이 받는다. 그곳에서 머리깎고 출가수행 할 때의 일이다. 어느날 점심공양을 하러 발우를 매고 스님 줄에 서서 가는데, 우루루 몰려와 사진을 찍던 한 무리의 한국 관광객들 중, 어느 아주머니가 줄서서 가는 스님들이 모두 미얀마 스님들만 있는 줄 알고 한국말로 ‘에구~ 저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살꼬?’라며 혀를 끌끌 차고 안타까워 한 적이 있다. 우연히 그 때 적어놓은 메모를 보았는데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웃음이 났다.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무슨 재미로 살까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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