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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생활 속의 수행_남상욱님

내면에서 발생한 나의 몫

방콕에서 스리랑카에 가려고 일찌감치 수완나품 공항에 가서 체크인을 하는데, 왠걸 갑자기 나의 항공권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급하게 이리저리 알아보았지만 카운터에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별도의 장소로 안내되어 갔더니, 거기서도 확인한바 내가 그 항공사 명단에 아예 없다는 것이다.

여러직원들과 접촉을 했지만 결국 항공사와는 관계 없고 티켓을 구매한 여행사의 문제라는 답변을 끝으로 나는 아무런 대책도없이 쑤완나품 공항에 내 팽게쳐친 국제미아가 되어버렸다.

참으로 황당하고 막막하였다. 티켓을 산 여행사는 인도에 있고 그것도 모바일로 구매하였으니 접촉이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된장, 그렇게 여행을 많이 다녔어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복잡한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고 곰곰이 생각 해 보니, 일단 여행사와 통화를 해야 할 것 같아 아래층으로 내려가 줄을 서서 로밍을 하고 인터넷 싸이트를 다 뒤져 여행사 전화번호를 찿아내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통화를 했다. 

그러나 ARS 통화버튼 누르고 겨우 연결되어 몇 마디 하고 알아볼테니 기다리라고 하여 대기하는 도중 이미 데이터가 소진되어 통화는 끝나버렸다.

다시 그 넓은 공항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겨우 국제전화하는 곳을 찾아내 통화를 시도했지만 계속 전화는 끊어졌고, 결국 원인도 모르고 애를 쓰는 사이 비행기는 떠나버리고 말았다.

혹시나 다음 비행기라도 타려고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 로밍을 하고 통화를 시도 했지만, 끝내 다음 비행기까지 떠나고 아무런 원인도 알아내지 못한 채 속수무책이 되어 버렸다.

아침부터 하루종일 점심도 굶은채 그 넓은 공항을 동분서주하다가 결국 스리랑카 행은 포기하고 밤이되어 다시 방콕으로 돌아오는 길이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비행기를 타지못해 일정에 차질이 생긴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고스란히 날린 왕복항공료는 찾을 길이 막막하였다. 상대는 온라인 회사에다가 더구나 그 악명 높은 인도 여행사 아니던가?

밤중에 방콕에 다시 숙소를 잡고 피곤한 몸을 누이니 분하고 억울하고 아깝고 답답한 마음이 교차하여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러나 자리에서 일어나 차분히 경행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알아차려 보니 상황은 이러 하였다.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나갔고 뭔가 문제가 발생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촌각을 다투며 동분서주했고, 끝내 해결되지 않아 결국 다시 돌아왔다는 것, 이것까지가 사실(Fact)이였다.

나머지 황당하고 당황하고 답답하고 억울하고 아깝고 분한 이런 것들은 그 팩트로 인해 발생한 나의 감정이며, 그 과정에서 오갔던 복잡한 여러생각들은 그 팩트로 인한 개념(pannatti)이고 그것은 철저히 나의 내면에서 발생한 나의 몫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날 하루에 있었던 그 모든 일마저 사실은 이미 지나간 기억으로 바껴있었고, 그것은 개념을 지나 관념으로 박혀 있었던 것이지 그 순간 실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실재하지 않는 빈 껍데기를 안고 괴로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고, 그것은 결국 나만 손해보는 짓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잠을 자고난 뒤 차분히 자료를 분석하여 원인을 찾아냈다. 첫째로 여행사에서 문제가 있었고 그것을 메일로 통보했는데, 내가 여행중이라 보지 못한 것이다. 리컨펌을 하지 않은 것이 문제이나 근본적으로는 여행사의 잘못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여행사와 통화가 이루져서 환불이나 스케줄 변경을 할 수 있는 조금의 가능성이 보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확신할 수 없으며, 아마도 상당한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왜냐, 나는 방콕에 있고 거기는 믿을 수 없기로 유명한 인도회사이니까. 

따라서 지금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계속 여행사와 끈질기게 접촉하고 또 그 상황에 맞게 일정을 조정하는 것 밖에 없다. 

다만, 스스로 다짐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개념이나 관념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팩트만 보고 대처하자는 것이다. 

이런 경우 팩트 이외에 대부분의 것들은 부정적인 것이고 그것은 자신을 비롯한 누구에게도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 것이기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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