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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생활 속의 수행_남상욱님

거룩한 밥


하려던 일이 잘 안 풀려
잠시 꼬여있던 마음을
맑고 맑은 허공에 헹구며
아파트 입구
모퉁이를 돌아서 오는데
경비실앞에서 큰 소리가 났다.

차창에 팔을 괸 젊은이가
아비 벌도 더되는 경비아저씨에게
큰소리를 치고
거부정한 허리는
옹알이하듯 중얼대며 서있다.

한마디 거들다가
덤으로 욕하나 얻어먹고
차는 횅하니 사라지니
덩달아 마음도 횅하다.

늙은 경비아저씨
세상의 시비 따위 아랑곳 않는
도인이거나
모욕의 무게보다 밥의 무게가
천만근은 더 무거운
그냥 사람일거다.

힘없는 사람에게
큰소리치고 간 님도
어지간히 치이고 받히며
힘들게 사는
님일 게다.

모두가 사느라 애쓴다.
점심을 먹으며 거룩한 밥에게
경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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