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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생활 속의 수행_남상욱님

욕심을 내려 놓으니

인도에 있을때 한 불교단체에서 인근의 걸인들을 모아 따뜻한 밥 한끼를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먼저 온 사람들이 실컷 먹고는 한 보따리씩 싸들고 가는 바람에 늦게 온 이들이 먹을 것이 없자 큰 소동이 일어나서 자칫 폭력으로까지 번질 뻔한 일이 있었다. 천석꾼은 천가지 걱정이고 만석꾼은 만가지 걱정인데, 거지는 당장 먹을 한 끼 걱정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데 그 한끼를 해결하니 또 다음 끼가 문제였던 것이다. 그 날 나는 소란의 현장에서 인간 본성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 끼를 해결하고 다음 끼를 챙기는 모습에서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이해할 것 같았다.

본래 원시시대에는 사람이나 짐승이나 당장 먹을 음식밖에는 없었지만 먹을 것을 쌓아두기 시작하면서부터 신분과 계층과 불평등이 생기고 걱정이 커졌듯이, 지금 큰 부족함이 없는데도 내일을 미리 걱정하고 그것으로 인해 스스로 번뇌를 키우며 자족을 모르는 내 속에 가득한 욕심덩어리가 보였다. 부처님께서 왜 비구들에게 음식을 쌓아두지 말고 탁발을 하도록 하셨는지도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았다.

성경의 한 구절도 떠 올랐다.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 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그 때, 비록 배낭하나 매고 정처없이 떠도는 여행자이지만 하룻밤 몸을 누일 방도 있고 하루 먹고 다음날 먹을 양식도 있는데 무얼그리 근심걱정 속에 사는가? 라고 생각하니 참 편안하고 자유로웠다.

살면서 걱정거리가 생기고 마음이 지치는 날은 그 때 그 소란의 장면을 생각하며 욕심 한 덩어리씩 내려놓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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