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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생활 속의 수행_남상욱님

수행자의 행복은


미얀마 양곤에 있는 ‘마하시 선원(Mahasi Meditation Center)’은 오래전부터 한국 여행사의 패키지 관광코스이기도 하다. 특히, 이 선원의 점심공양 행렬은 관광객들의 플래시 세례를 많이 받는다.


그곳에서 머리깎고 출가수행 할 때의 일이다. 어느날 점심공양을 하러 발우를 매고 스님 줄에 서서 가는데, 우루루 몰려와 사진을 찍던 한 무리의 한국 관광객들 중, 어느 아주머니가 줄서서 가는 스님들이 모두 미얀마 스님들만 있는 줄 알고 한국말로 ‘에구~ 저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살꼬?’라며 혀를 끌끌 차고 안타까워 한 적이 있다. 우연히 그 때 적어놓은 메모를 보았는데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웃음이 났다.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무슨 재미로 살까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 성욕, 수면욕을 비롯해 모든 감각적 욕망을 여의고 하루 두 끼 먹는 것과 4-5시간 자는 것 외엔 오로지 수행만 하고 있는 우리에게 무슨 세속의 낙(樂)이 있을까요? 

하지만 보살님,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여기 있는 수행자들은 세속에서 맛보지 못하는 나름대로의 낙(樂)이 있답니다. 모든 걸 버림으로써 모든 것을 얻는 이치를 터득하고 시간과 세월에 따라 결코 변하지 않는 진정한 행복을 누리고자 하거나, 지금 그 최상의 경지에서 노니는 분들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세속일 열심히 하시며 남에게 베풀면서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아주 가끔씩은 삶과 죽음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시고요.’ 

그렇다!
세속의 삶을 즐기는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즐기는 감각적 욕망들을 충족시키면서 쾌락을 얻고, 무언가 원하는 것을 얻을 때의 기쁨을 행복으로 삼는다. 그러나 수행자는 소유하지 않는 청정한 삶에서 즐거움을 얻으며, 수행의 여러 과정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출세간의 행복을 누리며 산다.

그러니 비록 세속에 살더라도 감각적 욕망을 멀리하고 출세간의 행복을 추구하며 늘 ‘알아차림’ 하는 자는 머리를 깎지 않았어도 진정한 수행자라고 할 수 있으며, 비록 머리 깎고 승복 입은 스님이라 할지라도 감각적 욕망을 추구하며 세간의 행복을 기웃거리는 사람은 스님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요즘 ‘미투’ 물결이 종교계로 확산되고 있다. 저열하고 시시하며 영원하지 않은 세속의 행복 따위는 가차 없이 차버리고, 인간계와 천상계에서 누릴 수 있는 최상의 행복을 찾아 나선 자들이 세속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덩어리 하나를 다스리지 못하고 파멸의 길로 가는 꼴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부디 다 까발려지기를 바란다. 성스러운 가사장삼과 사제복에 추악한 얼굴을 숨기고 대중을 기만한 종교권력자들을 이참에 모조리 뿌리 뽑고, 맑고 청정한 분들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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