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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생활 속의 수행_남상욱님

타인에 대한 존중과 예의는


약 7,8년 전 미얀마를 여행하다가 사람들의 순박함에 매료되고 미얀마 불교에 관심이 많아져서, 약 한 달 간의 명상센터를 체험한 후 그 이듬해 미얀마의 한 사원에서 일정기간 출가수행을 하였다.

미얀마에서는 외국인도 선원장께서 허락하면 출가할 수있고, 원하면 또 언제든 속세로 돌아 올 수 있을 뿐 아니라 단기든 장기든 출가자의 구분은 없다.

불교국가인 미얀마 사람들의 스님에 대한 존경과 극진한 예우는 승복입은 것이 늘 부담스러울 정도로 대단했다. 

물론, 그 분들이 나의 개별적 인격을 존경하는 게 아니라 승가를 존경하는 것이긴 하나, 그 승가의 일원으로 승복을 입는다는 건 여간 부담스럽지 않은 것 이었다. 

생필품을 사기위해 가끔씩 들리는 가게의 직원은 승복을 입고 들어서면 앉을 자리를 권하고, 곧바로 시원한 물을 쟁반에 받치고 나와 무릎을 끓고 머리위로 들어서 받치니 송구스럽기가 이루말 할 수 없었다.

하루는 길을 가는데 저쪽 반대편에서 허리가 꼬부라지신 할머니가 힘겨운 걸음으로 걸어 오셨다. 

차가 없는 꽤 넓은 도로에서 단 둘이 마주쳤는데 그 할머니는 굳이 나의 반대편 길쪽으로 건너 가셨다. 

그리곤 걸음을 멈추고 비켜서서 신발을 벗은채 나를 향해 깊이 허리를 숙여 합장을 하며 내가 다 지나갈 때까지 길바닥에 맨발로 서 계셨다.

너무 송구스러웠고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사실, 그때 나는 오랜 타국생활과 익숙치 못한 스님생활에 몸도 마음도 지쳐 잠시 바람을 쐬러 선방을 나온 길이었기 때문이었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승복입고 첫 탁발을 나갔을 때는 이른 새벽에 따뜻한 밥을 지어 차가운 아스팔트에 맨발로 서서 발우에 정성껏 담아주는 신도들의 신심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을 겨우 삼켰다. 

이러한 이들의 신심과 예우는 과연 내가 이 거룩한 밥을 받아삼킬 자격이 있고, 이런 대접을 받을 만한 가치있는 일을 했는가를 끊임없이 묻지않을 수 없었으며, 승복입고 지낸다는게 늘 칼날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이런 대우를 받는 게 너무 부담스럽고 혹시라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할까 싶어 일부러 외출을 자제했고 사람들의 예우를 받을때 마다 늘 자신을 돌아보며 부끄러워 했다.

사람은 자신을 존중해주는 사람을 결코 배신할 수 없으며, 타인에 대한 존중과 예의는 그 사람을 그에 걸맞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던 경험이었다.

그리고 일면식도 없는 이 외국인을 장기간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면서 부처님의 바른 길로 인도 해주신 미얀마 승가와 마하시 선원, 이제는 열반에 드신 존경하옵는 큰스승 아신 자틸라 사야도, 

그리고 너무도 순박하고 불심 가득한 미얀마 분들께 깊은 감사와 존경과 애정의 마음을 금할 길 없다.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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