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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생활 속의 수행_남상욱님

개념과 실재



얼마전 태국과 미얀마의 국경지역인 매솟에 며칠 머물렀다. 국경에서 바라본 자연의 풍경은 똑 같은데 여기는 태국, 저기는 미얀마라고 한다.

문득, 영토는 존재하나 국가는 실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실감되었다. 한국이니 미국이니 하는 것은 어떤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영토와 거기 살고 있는 사람을 구성원으로 하는 하나의 개념이고 일종의 정치이데올르기인 것이다.

한 해가 가고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데, 사실 이 나이라는 것도 실체가 없는 하나의 개념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물론, 시간이라는 물리적 개념이 있고 시간에 따른 신체적 노화라는 실체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12월31일과 1월1일은 하루 사이로 한 해가 바뀌지만, 두 날짜 간에는 평상시와 비교하여 그 어떤 특별한 점도 없다.

다만, 인간은 거기다가 망년이니 신년이니 이름을 붙이고 어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난리법석을 떠는 것이다.

이와같이 국가니 나이니 신년이니 하는 것 뿐만 아니라, 통상 우리의 머리속에서 한순간도 쉬지않고 작용하는 수많은 생각들도 하나의 개념이고 이름이며 그 어떤 의미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그 개념에 어떤 의미의 모양과 색깔을 칠하느나에 따라 개인의 하루하루가 결정되고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혜로운 이는 매 순간 일어나는 일에서 무엇이 개념이고 실체인지를 인지할 수 있고, 잘못된 개념에 속지 않으며 거기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이다.

저무는 한 해를 뒤로 하고 새해에는 일어나는 모든 일상에 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또 어떻게 그것을 지혜롭게 인지하며 살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병신년의 마지막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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