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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생활 속의 수행_남상욱님

생명을 대하는 태도


인도에 처음 갔을때 혼잡한 대도시 한가운데에 소들이 어슬렁거리는걸 보고 말할 수 없는 경이로움과 신비감을 느꼈다.

심지어 기차역 대합실이나 플랫폼에서 어슬렁대는 소가 황당하고 엉뚱하기도 하여 절로 웃음이 나고, 마치 인간이 만든 문명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 처럼 천연덕스러워 묘한 통쾌함마저 들었다.

그러나 인도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여러 동물들은 불편하기 짝이없고 때로는 두렵기까지한 존재들이었다.

좁은 골목에서 마주치는 소는 언제 받을지 모르고, 밤길에 마주치는 개떼들은 두려움의 대상이며, 거리의 돼지, 염소, 당나귀, 말, 낙타 등 다양한 동물들의 배설물에 들끓는 파리떼는 더러움의 극치다.

특히, 바라나시나 리시케시 등의 원숭이들은 포악하기 그지 없어 길거리에 과일이나 아이스크림 등을 들고 다니다가는 녀석들에게 날치기를 당하고 심지어 가방까지 뒤지는 밉상들이다.

몇해전 라다크에 봉사를 온 수의사의 말에 의하면 아시아에서 광견병에 걸리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인도인들이란다.

이쯤되면 결코 사람과 온갖 동물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엮어가는 이솝우화나 아름다운 동화 나라의 모습은 아닌것 같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본다. 이 세상은 얼마나 인간위주인가를,......

분명, 인간뿐만 아니라 태초에 저 동물들도 편히 살아갈 만큼의 영토를 이 세상에서 활당 받았을터, 현대의 도시화는 저들의 영토를 어떻게 짓밟아 버렸는가?

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인식은 커녕, 좁은 우리에 갇혀 인간의 한낱 먹이감으로서 저들을 얼마나 잔혹하게 사육하고 있는가? 또한 관광이란 이름으로 얼마나 그들을 잔혹하게 길들이고 학대하고 있는지.

그런면에서 비정한 도시의 한 귀퉁이나마 이들에게 선뜻 내주고 서로 몸을 부대끼며 함께 살아가는 인도인들의 생명을 대하는 태도에 깊은 애정을 표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비록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신화적 믿음에서 비롯되고, 더럽고 거추장스러우며 때론 위험까지 감수해야 되는 존재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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