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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0월15일 드디어 결제일 삼동결제(三冬結制)에 임하는 대중이 36명이다. 아침공양이 끝나자 공사가 열렸고 결제방이 짜여졌다. 결제방이란 결제 기간에 각자가 맡은 소임이다.36명의 대중을 소임별로 적어보면조실(祖室 1인)- 산문의 총사(總師)격으로 선리(禪理)강화 및 참선지도유나(維那 1인)- 포살(계행과 율의) 담당병법(秉法 1인)- 제반시식(諸般施食)담당입승(立繩 1인)- 대중통솔주지(住持 1인)- 사무총괄(寺務總括)원주(院主 1인)- 사중 살림살이 담당지전(知殿 3인)- 불공(객전각)담당지객(知客 1인)- 손님안내시자(侍者 2인)- 조실 및 주지 시봉다각(茶角 2인)- 차 담당명등(明燈 1인)- 등화(燈火)담당종두(中 1인)- 타종 담당헌식(獻食 1인)- 귀객식물(鬼客食物) 담당원두(園頭 2인)- 채소밭 담당화대(火臺 2인)..
6. 10월 20일 선방의 생태 -자신에게 비정할수록 견성길 열려--선객은 밥·옷·잠 3부족 불문율- 선방의 구성원은 극히 복합적이다. 실제적인 이질성과 내용적인 다양성이 매우 뚜렷하다.먼저 연령을 살펴보면 16세의 홍안으로부터 고희의 노안(老顔)에까지 이른다.세대적으로 격(隔)이 3대에 이른다. 물론 세수와 법랍(스님이 된 뒤로부터 치는 나이)과는 동일하지 않지만.다음에 출신 고장을 살펴보면 8도 출신들이 제각기 제 고장의 독특한 방언을 잊지 않고 수구초심(首丘初心: 고향을 잊지 않음)에 가끔 젖는다.대부분의 북방 출신들은 노·장년층이다. 학력별로 살펴보면 사회적인 학력에서는 교문을 밟아보지 못했는가 하면,대학원 출신까지 있다.불교적인 학력(강원)에서는 ‘초발심자경문’도 이수치 않았는가 하면 대교(大敎)를 마치고 경장(經藏)에 통달한..
7. 10월25일 선객의 운명 선방에 전래되는 생활규범이 있으니 그것은 두량 족난 복팔분(頭凉 足煖 腹八分: 머리는 시원하게, 발은 따뜻하게, 배는 만복(滿腹)에서 2분이 모자라는 8분)이다.의식주의 간소한 생활을 표현한 극치이다. 선방에는 이불이 없다. 좌선할 때 깔고 앉는 방석으로 발만 덮고 잠을 잔다.그래서 선객의 요품(要品)중의 하나가 바로 방석이다.이주할 때에는 바랑에 넣어가지고 다닌다. 선방의 하루 급식량은 주식이 일인당 세 홉이다.아침에는 조죽(朝粥)이라 하여 죽을 먹고, 점심에는 오공(午供)이라 하여 쌀밥을 먹고,저녁에는 약석(藥石)이라 하여 잡곡밥을 약간 먹는다.부식은 채소류가 위주고 가끔 특식으로 콩을 원료로 한 두부와 김, 미역을 보름달을 보듯 맛볼 수 있다. 선객이 일년에 소비하는 물적인 소요량은 다음과 같다.*..
8. 10월30일 포살-삭발·세탁 그믐이다. 삭발하고 목욕하고 세탁하는 날이다.보름과 그믐에는 불보살(佛菩薩)이 중생을 제도하는 날이기 때문에 세탁을 한다.특히 겨울철에는 내복을 입어야 하고 내복에는 이 따위가 있기 때문에 세탁을 하면 살생을 하는 결과가 된다.겨울철 목욕탕과 세탁장 시설이 협소하니 노스님들에게 양보하고젊은 스님들은 개울로 나가 얼음을 깨고 세탁을 하고목욕은 중요한 부분만 간단히 손질하는 것으로 끝낸다.날카롭게 번쩍이는 삭도(削刀승려의 머리칼을 깎는 칼)가 두개골을 종횡으로 누비는 것을 바라볼 때는 섬뜩하기도 하지만 내 머리카락이 쓱쓱 밀려 내릴 때는 시원하고 상쾌하다.바라보는 것과 느끼는 것의 차이 때문이다. 오후에는 유나(維那 총림의 모든 규율과 규칙을 총괄하는 스님)스님의 포살이 행해진다.삼장(경·율·론)중에서 율장..
9. 11월3일 선방의 풍속-지대방 생리 선방의 역사는 뒷방에서 이루어진다. 뒷방의 생리를 살펴보자.큰방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기다랗게 놓인 방이 뒷방(혹은 지대방)이다.일종의 휴게실이다. 개인 장구가 들어 있는 바랑이 선반 위에 줄줄이 담을 쌓고 있어서 누구나가 드나든다. 휴게시간이면 끼리끼리 모여앉아 법담을 주고받기도 하고 잡담도 한다.길게 드러누워 결가부좌에서 오는 하체의 피로를 풀기도 하고 요가도 한다.간병실과 겸하고 있어 병기(病氣)가 있으면 치료도 한다.옷을 꿰매는가 하면 불서(佛書)를 보기도 한다. 편지를 쓰기도 하고 일기도 쓴다.어느 선방이거나 큰방 조실(祖室 선(禪)으로 일가를 이루어서 정신적 지도자로 모셔진 스님)이 있음과 동시에 뒷방 조실이 있다. 큰방 조실은 법력으로 결정되지만 뒷방 조실은 병기(病氣)와 구변(口辯)이 ..
10. 11월7일 고행–유물과 유심의 논쟁 견성은 육체적인 자학에서만 가능할까. 가끔 생각해보는 문제다.우리 대중 가운데 특이한 방법으로 정진하는 스님들이 있다.흔히들 선객을 괴객(怪客)이라고 하는데 이 선객들이 괴객이라고 부르는 스님들이다.처음 방부 받을 때 논란의 대상이 된 스님은 명등(明燈)스님이다. 이 스님은 생식을 하기 때문이다. 시비와 논란의 우여곡절 끝에 방부가 결정되어 공양 시간에 뒷방에서 생식하기로 합의되었다. 그래서 소임도 간편한 명등이 주어졌다. 수두(水頭)스님은 일종식(하루에 한끼만 먹음)을 하고 원두스님은 오후불식을 한다. 그리고 간변(看病)스님은 장좌불와(눕지 않고 수면도 앉아서 취함)를 한다.욕두(浴頭)스님은 묵언(黙言)을 취한다. 개구성(開口聲)이란 기침뿐이다. 일체의 의사는 종이에 글을 써서 소통한다. 그 초라한 선..
11. 11월15일 본능과 선객 상원사의 동짓달은 매섭게 차갑다. 앞산과 뒷산 때문에 밤도 무척이나 길다.불을 밝히고 먹는 희멀건 아침 죽이 꿀맛이다.오후 다섯시에 먹은 저녁은 자정을 넘기지 못하고 완전소화가 되어위의 기능이 정지 상태였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상원사 김치가 짜냐? 주안 염전의 소금이 짜냐?”고 물을 정도로상원사 김치는 짜기로 유명하다.그런 김치를 식욕이 왕성한 젊은 스님들은 나물 먹듯이 먹는다.식욕을 달래기 위해서다.하기야 상원사 골짜기의 물은 겨울에도 마르지 않으니까염도(鹽度)를 용해시킬 물은 걱정 없지만. 선객에게 화두 다음으로 끈질기게 붙어 다니는 생각이 있으니그것은 식사(食思: 먹는 생각)다.출가인은 욕망의 단절상태에 있지 않고 외면 내지는 유보상태에 있을 뿐이라고이 식욕은 강력히 시사해주고 있다.그러면서 인..
12. 11월20일 올깨끼와 늦깨끼 ☪ 11월20일 올깨끼와 늦깨끼 조실스님 시자(侍者)는 열여섯 살이요, 주지스님 시자는 열아홉살이다.스무살 미만의 스님은 이들 두 사람뿐이다.나이도 어리지만 나이에 비해 체구도 작은 편이어서 꼬마스님들로 통한다.조실스님 시자가 작은 꼬마요, 주지스님 시자가 큰 꼬마다.작은 꼬마스님은 다섯살때 날품팔이 양친이 죽자 이웃 불교 신도가 절에 데려다 주어서절밥을 먹게 되었고 큰 꼬마스님은 불교재단에서 운영하는 동해안의 낙산보육원 출신이다. 낙산보육원에서 간신히 중학을 마치고 곧장 절밥을 먹었다고 한다.모두가 고아다. 작은 꼬마는 절밥을 12년 먹었고 큰 꼬마는 4년째 먹는다. 꼬마스님들은 대중들의 귀여움을 받는다. 측은해서도 그렇고 가상해서도 그렇다.그런데 꼬마스님들의 사이는 여름 날씨 같은 것이어서 변덕이 심..
13. 11월23일 식욕의 배리 (한밤중의 감자구이) ☪ 11월23일 식욕의 배리(背理 사리에 맞지 않음) 겨울철에 구워먹는 상원사의 감자맛은 일미다.선객의 위 사정이 가난한 탓도 있겠지만 장안 갑부라도 싫어할 리 없는 맛이 있다.요 며칠 전부터의 일이다. 군불 땐 아궁이의 꽃불이 죽고 알불만 남으면고방에서 감자를 몇 됫박 훔쳐다가 아궁이에 넣고 재로 덮어버린다.저녁에 방선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날 감자구이 담당 스님이아궁이로 감자를 꺼내러 간다. 뒷방에서는 공모자들이 군침을 흘리면서 기다린다. 감자는 아궁이에서 몇 시간 동안 잿불에 뜨뜻하게 잘 구워졌다.새까만 껍질을 벗기면 김이 모락모락 오른다. 맛은 틀림없이 삶은 밤맛이다.서너개 먹으면 허기가 쫓겨 간다. 잘 벗겨 먹지만 그래도 입언저리가 새까맣다.서로를 보며 웃는다. 스릴도 있고 위의 사정도 좋아..
1. 아잔 차 스님의 오두막 『아잔 차 스님의 오두막』은 불교 명상에 대한 아잔 차 스님의 간결하고 명쾌한 법문을 실었다. 풍부한 유머와 통찰로써 집착 없는 내면의 평화에 이르도록 돕는다. 잭 콘필드 박사는 작가이자 심리학자이며, 불교의 명상수행법을 서양에 소개한 중요하고 저명한 스승 가운데 한 사람이다. 1967년 다트마우스 대학에서 아시아 연구를 공부한 후, 태국, 미얀마, 인도 등지에서 불교 승려로 수행하였다. 1975년 그는 매사추세츠 바르에서 통찰 명상 모임(Insight Meditation Society)을 설립하였고, 그 후 캘리포니아 우드에이커의 영성 명상 센터(The Spirit Rock Meditation Center)를 공동 설립하였다. 임상심리학 박사이기도 한 그의 저서로는 지혜로운 마음(The Wise Hea..
2. 늘 알아차리기, 서문, 머리말 늘 알아차리도록 노력하십시오. 모든 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놓아두십시오.그러면 그대의 마음은 어떤 환경에서도 고요해질 것입니다.숲 속의 맑은 연못처럼...온갖 놀랍고 희귀한 동물들이 물을 마시러 그 연못으로 올 것이며,그대는 모든 존재의 본성을 또렷이 볼 것입니다.기이하고 경이로운 것들이 수없이 오고 가는 것을 볼 것입니다.하지만 그대는 고요할 것입니다. 이것의 부처의 행복입니다. -아잔 차 서문 나의 도반인 아잔 차 스님의 가르침을 소개하는 책에 서문을 쓰게 되어 참으로 기쁘다.우리의 세계는 지금 무척 흥미로운 시대에 와 있다. 서양 사람들은 동양의 것들인 요가와 권법, 명상을 배우고 있고, 동양 사람들은 서양의 것들인 과학, 비즈니스, 서양 예술과 철학을 배우고 있다. 지금은 음과 양이 매우 빨리..
새로 입문하는 수행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문 : 새로 입문하는 제자들에게서 가장 문제로 여겨지는 점은 어떤 것들입니까? 아잔 차 스님 :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견해입니다. 모든 사물에 대해, 자기 자신에 대해, 수행에 대해,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의견과 생각들입니다.이곳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지위에 있는 분들입니다. 돈 많은 사업가, 대학 졸업자, 교사, 공무원 같은 분들이지요. 그들의 마음은 사물에 대한 견해로 꽉 차 있습니다. 그들은 너무나 똑똑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너무나 똑똑한 분들은 얼마 머물지 못하고 떠나지요. 그래 가지고는 아무것도 배울 수가 없습니다. 사람은 똑똑함을 버려야 합니다. 마치 오물이 가득한 컵과 같으니 더러운 물은 아무데도 소용이 없겠지요. 썩은 물..
3.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기 제1부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기 아잔 차 스님은 단순하게 곧장 수행에 들어가라고 권한다. 다만,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고통과 해탈에 관한 진리는 바로 여기에서, 우리의 몸과 마음, 가슴 속에서 알려지고 경험될 수 있음을 이해하라고 한다. 스님의 말에 따르면, 팔정도는 책이나 경전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우리 자신의 감각 기관들, 즉 두 눈과 두 귀, 코, 혀, 몸, 마음의 지각 작용에서 발견될 수 있다. 이러한 감각의 지각 작용을 놓치지 않고, 그때그때 유심히 관찰하는 것, 알아차림을 연마하는 것, 이것이 바로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통찰의 길이다. 그 뒤로 오랜 세월, 수행에 헌신한 비구와 비구니, 재가자들이 이 길을 따르며 생생히 보존해 왔다. 아잔 차 스님은 우리 시대의 살아 있는 법의 대변자로..
4. 중도, 의심을 끝내는 법 중도 부처님께서는 우리가 한편으로는 욕망과 탐닉,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움과 혐오라는 이중의 길을 따르기를 원치 않으신다. 오로지 감각의 쾌락을 좇는 마음을 알아차리라고 말씀하신다. 화와 두려움, 불만족은 수행자의 길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의 길이다. 마음이 고요한 사람은 집착이라는 한쪽과 두려움과 혐오라는 다른 한쪽을 떠나 올바른 실천의 길인 중도를 걷는다.수행의 길에 나선 사람은 이 중도를 따라야 한다.“나는 쾌락이나 고통에 관심을 두지 않겠다. 그것들을 다 내려놓겠다.” 물론 처음에는 힘들다. 소방울이나 시계추처럼 앞뒤로 걷어차일 것이다.부처님께서는 첫 법문을 하면서 이 양 극단에 대해 가르치셨다. 왜냐하면 집착이 있는 곳은 바로 이 양 극단이기 때문이다. 행복에 대한 욕망은 한쪽에서 걷어찬다. 고통과..
5. 공부가 체험을 대신할 수 없다 말을 넘어서 스스로 보라 수행을 하는 동안, 나는 아는 것도 별로 없었고, 공부를 많이 하지도 않았다. 나는 오로지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따랐으며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공부했을 뿐이다. 수행할 때는 그대 자신을 잘 지켜보라. 그러면 지혜와 통찰력이 저절로 생겨날 것이다. 만일 그대가 명상을 하면서 이런저런 식으로 명상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면, 차라리 그 자리에서 당장 그만두는 편이 나을 것이다. 수행을 할 때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아야 하고, 수행이 어떤 식으로 되어야 한다는 관념조차도 버려야 한다. 이제까지 배운 지식이나 견해들은 옆으로 치워 놓아라.그대는 모든 말과 상징, 모든 수행 계획을 넘어서야 한다. 그러면 바로 여기에서 드러나는 진리를 스스로 볼 수 있다. 내면을 향하지 않는다면 결코 실상..
6. 닭똥을 줍는사람 닭똥을 줍는 사람 아잔 차 스님은 처음 영국을 방문했을 때 여러 불교 단체들의 초청을 받아서 순회 법회를 열었다. 어느 날, 저녁 법문을 마치자 기품 있어 보이는 여성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다. 그녀는 불교 아비담마 심리학 교재에 있는 89가지 의식 분류에 따라서 마음의 복잡한 사이버네틱스를 오랫동안 공부해 왔다. 스님은 불교 심리학 체계의 난해한 부분을 알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그녀가 공부를 계속하도록 도울 것인가? 부처님께서는 우리에게 놓아 버리라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우리는 처음에는 자연히 불법의 원리에 집착하게 된다.지혜로운 사람은 이런 원리를 받아들여 삶의 본질을 찾는 도구로 사용한다.스님은 이 여성이 마음을 공부하는 데 전념하기보다는 지적인 관념들에 사로잡혀 있음을 간파하고서 그녀에게 꽤 직설적으..
7. 관점을 바르게 하기 제2부 관점을 바르게 하기 버섯을 따러 갈 때는 어떤 버섯을 따야 하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고 아잔 차 스님은 주의를 준다. 마찬가지로, 영적인 수행을 할 때는 어떤 태도를 키우고 어떤 위험을 피해야 하는지, 마음의 어떤 성질을 북돋아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아잔 차 스님은 인내심과 용기를 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중도(中道)를 찾으려는 의지, 중도를 찾은 뒤에는 어떠한 유혹과 번뇌에도 굴하지 않고 그 길을 따르려는 의지를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그는 말한다. 탐욕과 미움, 망상이 올라올 때, 그것들에 굴복하지 말라. 낙담하지 말라. 어떤 상황에서도 늘 현재에 머물며 주의 깊게 지켜보고 결심이 흔들리지 않게 하라.꾸준히 수행에 전념하다 보면 자신이 겪는 경험들이 모두 일시적이며, 그래서 불만족스럽다는 ..
8. 번뇌를 굶겨라 번뇌를 굶겨라 이제 막 수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수행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경우가 많다. 수행은 그대가 번뇌에 맞서고 해묵은 습관들에 먹이를 주지 않으려 할 때 시작된다. 마찰과 어려움이 일어나는 곳, 그곳이 바로 그대가 일해야 할 곳이다.식용 버섯을 딸 때는 아무 버섯이나 무턱대고 따지 않는다. 무엇은 먹을 수 있는 버섯이고, 무엇은 독버섯인지를 알아야 한다. 수행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위험한 것들, 독사처럼 물어뜯는 번뇌들을 잘 알아야 그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통과 이기심의 뿌리에는 탐욕, 미움, 망상과 같은 번뇌가 있다. 우리는 번뇌를 극복하는 법, 번뇌에 지배당하지 않고 자유로워지는 법, 마음의 주인이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물론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부처님께서..
9. 분별하지 않는 마음 분별하는 마음 바른 이해란 결국 분별하지 않음을 뜻한다. 사람을 볼 때는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영리한 사람 어리석은 사람으로 나누지 않고 다 같은 존재로 보는 것이며, 꿀은 달고 맛이 좋지만 다른 무엇은 쓰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음식을 먹어도 흡수하고 배설할 때는 모두 같은 것이 된다. 그것이 하나인가, 여럿인가? 이 유리잔은 큰가? 작은 컵에 대해서는 그렇다. 주전자 옆에 놓이면 그렇지 않다.우리의 욕망과 무지, 분별심은 모든 것을 이런 식으로 왜곡한다. 이것은 우리가 창조하는 세상이다. 주전자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다만 우리가 이런저런 식으로 느낄 뿐이다. 선불교의 공안 가운데 ‘바람에 날리는 깃발’이야기가 있다. 두 사람이 깃발을 바라보고 있는데, 한 사람은 바람이 움직인다..
10. 마음을 길들이는 법 마음을 길들이는 법 우리는 자기 자신을 탐구하지 않는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집착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그저 욕망을 따르며 원하는 대로 하고 싶어 한다.우리는 무엇을 하든 늘 편안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편안하거나 즐겁지 않은 상태가 되면 우울해지고 화가 나고 싫어하는 마음이 일어나며, 다시 그런 마음의 덫에 걸려 괴로워한다.대체로 생각은 감각의 대상을 따르며, 우리는 생각이 이끄는 대로 따라간다. 그러나 생각과 지혜는 다르다. 지혜안에 있을 때 마음은 공하고 움직이지 않으며, 우리는 그저 알아차리고 받아들인다.감각의 대상과 접촉할 때 흔히 우리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계속 마음을 쓰고, 길게 얘기하고, 근심을 한다. 하지만 그런 대상들은 어느 것도 실체가 없다. 그것들은 모두 일시적이며 불만족스럽고 텅..
11. 세상의 문제들 세상의 문제들 많은 사람들, 특히 교육받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좀 더 조용하고 좀 더 소박하게 살기 위해 대도시를 벗어나 소도시나 시골로 옮겨가고 있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진흙을 한 움큼 집어 들고 힘껏 쥐면, 일부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올 것이다. 이와 같이 압박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빠져나올 길을 찾는다.사람들은 세상의 문제들에 대해, 다가올 인류의 종말에 대해 내게 묻는다. 그러면 나는 되묻는다. 세상적이라고 함은 무슨 뜻인가? 무엇이 세상인가? 모른다고? 세상이라고 함은 바로 이 모름, 바로 이 어둠이며, 무지가 있는 바로 이 자리를 뜻한다. 여섯 가지 감각기관에 사로잡혀 있으면, 지식이 아무리 발전을 해도 이 어둠의 한 부분에 불과한 것이다. 세상의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그런 문제들..
12. 스승을 따르라 스승을 따르라 법 안에서 자라는 동안 수행을 돕고 이끌어줄 스승이 필요하다. 우리는 마음을 집중하는 것과 삼매에 대해 크게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명상을 하다 보면 보통 때에는 일어나지 않는 여러 가지 현상들이 일어나게 된다. 이런 현상들이 일어날 때에는 스승의 인도가 매우 중요하며, 특히 그대가 그릇되게 이해하고 있는 영역들에서 더욱 그러하다.스승이 그대를 바로잡는 곳은 그대가 옳다고 확신하는 바로 그 부분일 경우가 많을 것이다. 복잡하게 생각하다 보면 하나의 관점이 다른 관점을 흐리게 하여 속아 넘어갈 수 있다.스승을 공경하고 수행의 규칙과 체계를 따르라. 스승이 그대에게 어떻게 하라고 하면 그렇게 하라.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두어라. 그러면 그대는 진실하게 노력할 수 있으며, 마음속에서 지혜와 통찰력..
13. 나무가 스스로 자라게 하라 왜 수행하는가? 한 무리의 여행자들이 아잔 차 스님을 찾아와서 세 가지 훌륭한 질문을 던졌다.왜 수행합니까?어떻게 수행합니까?수행의 결과는 무엇입니까?그들은 유럽의 어느 종교 단체가 보낸 대표단이었는데, 아시아에 있는 저명한 스승들을 찾아다니며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눈을 감고서 잠시 묵묵히 있던 스님이 세 가지 질문으로 답했다.왜 밥을 먹습니까?어떻게 먹습니까?잘 먹고 나면 기분이 어떻습니까?그리고 웃었다. 나중에 스님은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으며 가르침이라는 것은 사람들을 자기 내면의 지혜로, 자기 본연의 법으로 돌아가도록 인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리하여 스님은 이 사람들이 온 아시아를 돌아다니며 찾는 것을 그들 자신의 내면에서 찾도록 되돌린 것이다. --93쪽 나무가 스스로 자라게 하라 모든..
14. 제3부 삶이 수행이다 처음에는 좋아도 아잔 차 스님이 미국에 새로 세워진 수련원을 방문했을 때 많은 수련생들은 스님의 가르침에 매료되었으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사람들의 두려움과 집착을 놀리는 스님의 설법은 명쾌하고 단도직입적이면서도 애정 어리고 익살스러웠다. 그처럼 노련하고 유명한 스승을 직접 대하는 것은 무척 신나는 일이었다. 스님이 들려주는 새로운 이야기들,황색 가사를 입은 승려들, 새롭고 신선하게 법을 표현하는 스님의 설법은 하나같이 다 감동적이었다. 수련생들은 스님에게 좀 더 오래 머물러 달라고 요청했다.“제발 예정대로 일찍 가지 마시고 좀 더 오래 머물러 주세요, 스님이 계시니 저희는 참 행복합니다.”아잔 차 스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엇이든 처음에는 다 좋아 보입니다. 그렇지만 내가 여기에 계속 머물면서 여..
내가 왜 하필 저런 자식을 낳았을까? 왜 저런 남편을 만났을까? ☪ 거룩한 걸식 부처님은 기원정사에 계실 때천이백오십 비구와 함께 걸식을 하셨습니다.모든 인간과 천신의 공경을 받는 부처님이왜 밥 한 주먹을 얻기 위해 걸식을 하셨을까요? 그 깊은 본래의 뜻은사람들이 부처님께 무엇이든 베풀게 함으로써무량한 보시의 공덕을 짓게 함이었어요. 부처님께 보시한 공덕으로설법을 듣고 번뇌로부터 벗어나참 본성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었지요. 걸식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기쁘게 베풀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나에게 베풂으로써마음의 평화를 얻고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기쁨으로 보시하면서주는 나도 부처요, 받는 너도 부처요주는 그 무엇도 부처임을 바치는 그 순간 깨달으면서부처님의 자비와 지혜의 가피가 온 마음으로 스며들어서깨달음을 성취하게 하는 것입..
아잔 차의 마음 늘 알아차리도록 노력하십시오.모든 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놓아두십시오.그러면 그대의 마음은 어떤 환경에서도 고요해질 것입니다.숲 속의 맑은 연못처럼 …….온갖 놀랍고 희귀한 동물들이 물을 마시러 그 연못으로 올 것이며, 그대는 모든 존재의 본성을 또렷이 볼 것입니다.기이하고 경이로운 것들이 수없이 오고 가는 것을 볼 것입니다.하지만 그대는 고요할 것입니다. 이것이 부처의 행복입니다.
수행에 활기넣는 방법 - 자애명상 06. 수행에 활기를 넣는 방법 저는 수행의 모토를 ‘즐거움이 없으면 알아차림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종류의 수행만 계속 한다면 지겨워서 흥미를 잃고 포기할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계속 수행토록 하기 위한 재미의 요소로서 수행의 다양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장에서는 자애명상, 내버려두기, 걷기명상을 소개합니다. 방법은 호흡명상과 같습니다. 다만, 주의력을 두는 대상이 다를 뿐입니다. 자애명상과 자애계발 단계자애는 다른 사람의 지속적인 행복을 바라는 감정입니다. 어떤 잘못도 기꺼이 용서하는 선의의 감정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자애를 아이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에 비유하십니다. 너그럽고, 차별 없는 친절이 자애입니다. 자애를 계발하는 것은 모닥불에 불을 붙이는 방법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불쏘시..
알아차림의 특성 알아차림은 수행의 성공을 이끌어내는 정신적 능력 중 하나로, 몇 가지 특성을 지닙니다. 알아차림은 지시를 ‘기억’하고 성실하게 ‘수행’합니다. 부처님은 ‘알아차림’을 문지기에 비유하셨습니다. 만약 주인이 저택을 지키는 문지기를 고용했는데, 문지기가 도둑을 보고 잘 지켜보았다고만 답한다고 문지기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 할 수 없을 것입니다.이렇게 알아차림은 단순한 주의력, 그 이상입니다. 현명한 문지기는 지시를 기억하고 성실하게 수행하여 도둑을 막거나 경찰에 신고할 것입니다. 이렇게 ‘알아차림(mindfulness)’에는 ‘알고 있음(awareness)’과 ‘지시를 기억함(remembering)’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불교용어 빨리어 ‘사띠’ 또한 알고 있음, ‘기억’이라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됨)알..
마음이 미쳐 날뛸 때 장애의 공격을 받을 때 활용할 수 있는 부처님의 '날라기리 전략'을 소개합니다. 부처님의 적들이 부처님의 암살을 계획했습니다. 탁발하러 가는 가는 좁은 길에 날라기리라는 중독된 수코끼리를 풀어놓았습니다. 사람들은 돌진하는 코끼리를 보고 모두 피하라고 소리쳤습니다. 아난다 존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도망쳤습니다. 부처님은 가볍게 아난다 존자를 옆으로 밀치고 홀로 코끼리와 대면했습니다. '사랑하는 날라기리, 내 가슴의 문은 네가 무엇을 하든 너에게 열려있단다. 네가 코로 나를 내리치거나 발로 날 밟아버릴지라도 나는 네게 악의를 품지 않을 것이다. 나는 조건없이 너를 사랑할 것이다.' 이처럼 부처님께서는 그와 위험한 코끼리 사이에 부드러운 평화를 놓으셨습니다. 수행 중 마음이 미쳐날뛸 때 '날라기리 전략'을..
통제광에게 평화와 자애(慈愛) 보내기 통제광에게 평화와 자애(慈愛) 보내기다섯가지 장애는 놓아버림을 거부하는 여러분의 '통제광'에서 만들어집니다. 장애는 '아는 것(관찰자)'와 '알아지는 것(관찰되는 것)' 사이의 공간에서 발생하는데 이 둘의 관계에서 발생합니다. 여러분과 호흡사이에 기대감이 있다면 욕망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며, 적대감이 있다면 악의를 가진 것이며, 두 공간에서 걱정과 두려움을 인식한다면 결합된 장애를 갖고 수행하는 것입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이 알아차리는 무엇 사이에 평화와 친절을 둔다면 수행이 잘못될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 공간에 평화와 자애를 두십시오. 그냥 알아차리지 말고 무조건적 알아차림이라는 것을 계발하십시오. 이것은 결코 통제하지 않는, 아는 것이 무엇이든 끼어들지조차 않는 알아차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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