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룩한 걸식
부처님은 기원정사에 계실 때
천이백오십 비구와 함께 걸식을 하셨습니다.
모든 인간과 천신의 공경을 받는 부처님이
왜 밥 한 주먹을 얻기 위해 걸식을 하셨을까요?
그 깊은 본래의 뜻은
사람들이 부처님께 무엇이든 베풀게 함으로써
무량한 보시의 공덕을 짓게 함이었어요.
부처님께 보시한 공덕으로
설법을 듣고 번뇌로부터 벗어나
참 본성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었지요.
걸식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기쁘게 베풀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나에게 베풂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얻고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기쁨으로 보시하면서
주는 나도 부처요, 받는 너도 부처요
주는 그 무엇도 부처임을 바치는 그 순간 깨달으면서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의 가피가 온 마음으로 스며들어서
깨달음을 성취하게 하는 것입니다.
(중략)
사람들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아요.
오직 내 입장에서 내 얘기만 하고 있어요.
(중략)
부부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의 단점과 부정적인 면을 지적하지 마세요.
상채기를 헤집고 고치려 하지 마세요.
내가 먼저 남편의, 내가 먼저 아내의 마음의 맨 중심이 되어 주십시오.
그러면 아내는 남편을 위해, 남편은 아내를 위해
기꺼이 무엇이든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요.
이것이 걸식의 가장 큰 원칙입니다.
‘내가 왜 하필 저런 자식을 낳았을까?’
‘나는 왜 저런 남편, 저런 아내를 만났을까?’
하고 불평하며 비관하고 있지는 않나요?
그런 자식, 그런 남편, 그런 아내를 만나지 않았으면
내가 사람이 되지 않고 내 뜻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인연이 내게 온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 사람을 지존으로 지극히 섬김으로써
공덕을 지으라는 인연의 뜻입니다.
우리가 공덕을 쌓을 수 있는 것은
물질로서가 아니라 마음입니다.
마음을 바치지 않으니 항상 고통과 번뇌가 따르고
진정한 걸식이 이루어지지 않아요.
걸식은 타인이 나를 위해 기쁘게 베풀어서
진정한 공덕이 되게 하는 거룩한 보살행입니다. 32쪽
<발로 생각하지 말고 머리로 걷지 마라>중에서 - 덕일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