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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

8장 우리는 왜 여기 있을까 제8장 우리는 왜 여기에 있을까? 육신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머지 않아 볼 수 없게 될 테니 말이다. 육체는 어떻게 소멸할까? 얼음 덩어리를 생각해 보라. 아주 큰 얼음 덩어리를 햇볕 아래 놓아두고 지켜보라. 우리의 몸이 사라지는 바와 같다. 인간의 몸은 흙과 물, 바람과 불 네 가지 원소로 이뤄져 있다. 육신의 단단한 부분, 이를테면 살과 피부, 뼈 같은 것들은 흙이다. 액체로 된 부분은 물이다. 따뜻한 것은 불이며 몸 안에 흐르는 기류는 바람이다. 사람들은 해골을 보고 무서워한다. 나는 그들을 한 번도 자신의 모습을 본 적 없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수계식 때 수계를 받는 이들은 명상의 다섯까지 기본 주제인 몸의 털, 손톱, 이, 피부에 대해 배운다. 붓다께선 이 ..
9장 감각적 욕망의 홍수 제9장 감각적 욕망의 홍수 우리는 바깥만 보고 안을 들여다 보지 않는다. 우리는 형태와 소리, 냄새와 맛, 육체적 감각의 홍수에 침몰해 있다. 붓다께서는 지혜를 개발하는 기술만 가르쳐 주셨다. 스승들의 법문을 들으면서 왜 진리를 스스로 깨달을 수 없을까? 그것을 방해하는 ‘감각의 홍수’, ‘형성의 홍수’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형성은 곧 ‘존재와 윤회’이다. 감각적 욕망은 보고 듣고 맡고 느끼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것들은 스스로를 동일시하면서 마음이 그것을 붙잡고 얽어맨다. 형성은 태어남의 조건이다. 우리가 무척 아끼는 사과과수원이 있다고 치자. 지혜로 명상하지 않으면 과수원도 형성이다. 과수원을 ‘내 나무’라고 생각하는 한 만약 누군가가 도끼를 들고 나무 한 그루를 베려고 하면, 내가 죽는 마냥 ..
10장 진리의 두 얼굴 제10장 진리의 두 얼굴 삶엔 두 가지 길이 있다. ‘속세의 쾌락에 빠지느냐, 그것을 초월하느냐’, 지식에도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속세의 지식과 진정한 지혜라고 할 수 있는 초월적 지식’ 속세의 지식은 무지와 같다. 분명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며 끝도 없다. 칭찬과 쾌락을 따르는 속세의 목표를 중심으로 맴돌 뿐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한다. 그러나 복잡한 속세에서 진정으로 의미 있는 무언가를 성취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붓다께선 감각의 대상을 마라(악의 신)의 덫이라고 하셨다. 감각의 덫이야말로 마라의 덫이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사고도 마찬가지다. 감각에 탐닉하는 사람은 그물에 걸려든 물고기 신세와 같다.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고 당신은 양면을 다 보아야 ..
11장 흔들 수 없는 평화 제11장 흔들 수 없는 평화 나는 오늘 여러분께 ‘법’이라는 선물을 드리려 한다. 담마, 즉 ‘법’이란 무엇인가? 법은 우리가 가진 모든 문제와 고통을 파고들어 그것들을 서서히, 그리고 완전히 소멸시킨다. 법이야말로 일상 속에서 날마다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만 마음속에서 어떤 감정이 일어도 그에 대처할 수 있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하고 지혜를 깨닫기 위해서는 마음을 계발하고 훈련해야 한다. 명상의 주제는 멀리 있지 않고 바로 우리의 몸과 마음속에 있다. 마음은 빗물처럼 그 자체로는 순수하다. 깨끗한 물이 노란색을 만나면 노란색이 되듯이. 감각을 따라갈 때 마음은 혼탁해지고 그 속에서 길을 잃는다. 행복을 느끼면 행복에 빠져들고 고통을 느끼면 고통에 빠져든다. 끝없는 혼란의 연속으로 결국 사..
12장 치우치지 않는 마음 제12장 치우치지 않는 마음 마음을 고요하게 한다는 것은 균형을 유지한다는 의미이다. 평상시 마음은 고요하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다. 이런 마음을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몸을 튼튼하게 하려면 운동을 하고 힘을 길러야 하지만 마음을 강하게 하려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 않는 고요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좌선을 하면 마음이 정제된다. 선정의 첫째 단계에서는 다섯 가지 요인이 필요하다. 마음을 명상의 주제로 가져오고, 주제에 대해 명상하고, 환희(피티)가 명상의 주제로 떠오르고, 그 다음엔 행복(수카)이 따가온다. 이 네 가지가 모두 마음속에 함께 있으며, 고요 속에 세워진다. 그들은 결국 하나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 요소는 마음이 하나에 집중된 상태(에카가타)이다. 이미 네 가지 요소가 모두 있는데..
13장 조화 속의 길 제13장 조화 속의 길 좌선을 할 때 눈을 감으면 주의가 내면으로 향한다. 주의를 호흡에 집중하고 모든 감정과 알아차림도 그곳으로 모은다. 마음이 혼란에 빠져 집중할 수 없을 때는 최대한 크고 깊게 숨을 들이쉰 다음,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까지 내뱉으라. 수차례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져 마음은 모든 외적인 것을 버리고 알아차림이 견고하게 세워진다. 마음이 정화될수록 호흡도 정화된다. 모든 감흥이 또렷하게 느껴진다. 여기서 계율과 선정, 지혜가 솟는다. 바로 이것을 ‘조화 속의 길’이라 부른다. 마음속에 이러한 조화가 있는 한 혼란은 없으며 모든 것은 하나가 된다. 이것이 선정이다. 호흡을 오래 관찰하다 보면 호흡의 의식이 멈추고 아주 희미한 의식만 남게 된다. 이제 무엇을 명상해야 할까? 오직 우리의 앎,..
14장 마음훈련 제14장 마음훈련 아잔 문 선사와 그의 스승 아잔 사오 선사 시대에는 생활이 오늘날 보다 훨씬 단순했다. 아무도 배고픔에 대해 불편하지 않았고 불평하는 대신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웠다.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온갖 위험 속에서 끈기와 인내로 수행에 정진했다. 오늘날의 상황은 우리를 정반대로 몰아가고 있다. 끈기가 인내가 점점 약해지고 명상과 규범도 느슨해졌다. 고대 승려의 전통에 따르면, 승려는 스승 밑에서 적어도 오년은 배워야 한다.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고 여러 날을 지내야 한다. 말이 너무 많아서도 안되고 책도 읽지 않는다. 다만 마음만 읽을 뿐이다. 마음은 우리에 갇혀있는 무서운 호랑이 같다. 마음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말썽을 피운다. 그러니 당신은 명상과 선정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마음 훈련을..
15장 나를 알아야 남을 안다 제15장 나를 알아야 남을 안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물고기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그물을 천천히 끌어올려야 한다. 수행도 마찬가지다. 수행에 자질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수행의 길이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끈기와 인내를 발휘해야 한다. 몸부림치는 물고기를 다루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멈추지 않고 천천히 끌어올리면 된다. 물고기가 지쳐 더 이상 펄떡이지 않을 때 쉽게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만물의 무상함이야말로 불교 가르침의 바탕이다. 행복도 불행도 영원하지 않고 모두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런 깨달음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기분과 감흥에 대한 믿음을 거두어 드릴 수 있다. 세상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든 돌아가지 않든, 그것은 우리와 아무 상관이..
16장 마음을 지켜보라 16장 마음을 지켜보라 마음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마음이 조건 지어진 것들과 자아라는 개념에 현혹되었기 때문이다. 마음은 실체가 없는 일련의 상태일 뿐이다. 마음에 조건이 지어지기 때문에 마음이 움직인다. 좋아하면 좋아함에 조건 지어지고 싫어하면 싫어함에 조건 지어지는 것이다. 우리의 깨어있음이 이러한 마음의 증식을 따라잡지 못하면 마음은 세상을 따라 조건 지어지고 마음이 움직일 때마다 그 순간에는 인습적인 진리가 된다. 붓다는 이렇게 변하는 마음의 조건을 명상하라 하셨다. 불안정하고 불영속적이며 불만족스러운 모든 조건 지어진 현상은 제행(諸行)의 공통적 특징이다. 이것이 무명의 행(상카라)의 원인이자 조건이라는 연기의 법칙과도 통한다. 행은 인식의 원인과 조건이 되고 인식은 다시 정신과 육체의 원인과..
17장 자연의 이치를 따르라 제17장 자연의 이치를 따르라 수행은 직접 체험하고 깨달아야 한다. 명망있는 학자들은 초선, 제2선 등 정리하지만, 심오한 평화에 도달한 마음은 글로 기술된 이론으로 알 수 없다. 좌선하다 마음이 평정에 이르면 ‘초선일거야’하는 순간 평정이 깨어지고 만다. 마음에는 표지판이 없다. 수행의 속도는 우리의 통제권 밖에 있다. 나무를 심었다고 생각해 보라. 나무는 어느 정도의 속도로 자라야 하는지 스스로 알고 있다. 우리가 천천히 자라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미혹이다. 그저 우리가 할 일을 한다면 그에 따르는 결과가 있을 것이다. 땅을 파서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고 해충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이 해야 할 일이다. 그 뒤로는 믿음이 필요하다. 나뭇가지를 잡아당겨 더 빨리 자라게 할 수 없다. 그것은 자연의 ..
18장 마음의 불청객 대하는 법 제18장 지금 당장 시작하라 - 마음의 불청객 대하는 법 마음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가만히 관찰해 보면 참 재미있다. 마음의 이치를 안다면 이 과정이 어떻게 마음을 세뇌하는지도 알 수 있다. 정신적 감흥은 마음의 손님이다. 불청객이다. 우리를 찾아오는 불청객은 갖가지 방법으로 마음에 조건을 짓고 흔들어 놓으려고 한다. 손님들이 들고 온 문제가 우리 마음과 뒤엉키면 정신적 감흥이 발생한다. 그 문제가 무엇이든 어디로 우리를 끌고 가든 모두 잊어버려라. 그러한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어떤 손님이 다녀가는지 알고 있으면 된다. 명상을 할 때는 평상시에는 잘못이 아닌 일도 잘못이 될 수 있다. ‘오늘은 한 시 전에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겠어’라고 결심한 순간 이미 나쁜 업을 쌓는 것이다. 명상이 제대로 이뤄진 ..
19장 버림의 명상 제19장 왜 명상을 하는가 - 버림의 명상 왜 명상을 하는가? 마음이 알아야 할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을 분간하지 못하고 무엇이 고통을 일으키고 무엇이 의심의 원인이 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의심과 분노에 휩싸여 흔들리기 때문이다. 완전한 앎 즉, 매 순간 지속적이고 흔들리지 않는 깨어있음이 있을 때 이를 ‘평정’이라고 부른다. 알아차림과 스스로 깨어있음이 함께 있는 것이다. 지혜가 있으면 감각의 대상에 대한 통찰도 있다. 예를 들어 명상 중에 친구를 떠올렸다면 지혜는 ‘지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그만 잊어버려’라고 말한다. 내일 어디를 갈지 생각하다 보면 지혜는 ‘나는 관심없어. 그런 문제 따윈 신경쓰고 싶지 않아’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생각들이 떠오르면 ‘아..
20장 세상에서 가장 힘겨운 전쟁 제20장 세상에서 가장 힘겨운 전쟁 속세와 법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법이 있는 곳에 속세가 있고 속세가 있는 곳에 법이 있다. 번뇌와 싸우는 내면의 전쟁과 상대를 정복하는 바깥의 전쟁이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정복하는 대신 변화하는 감정에 인내심으로 저항하고 견딤으로써 마음을 정복해야 한다. 붓다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증오와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는 해로움과 불화를 일으키는 모든 것을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자신을 정복해야 한다. 번뇌와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과 싸워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힘겨운, 법의 전쟁이다. 선을 악으로 보든 악을 선으로 보든 우리는 세상을 본다. 견해를 갖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 견해에 집착하는 것이다. 마치..
21장 앉거나 서거나 제21장 평화는 이미 당신 안에 있다- 앉거나 서거나 앉아서 들숨과 날숨을 관찰하고 호흡에 익숙해져라. 마음이 한 치의 의심없이 호흡 곁에 머물도록 하라. 언젠가는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듯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듯이, 누가 그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듯이 그저 계속 노력해라. 먹을 때도 항상 깨어있으라. 음식을 씹고 삼키면 음식은 어디로 가는가. 어떤 음식이 입맞에 맞고 안맞는지 인식하라. 음식의 양도 가늠해 보라. 다섯 숟가락 더 먹으면 되겠다 생각이 들면 거기서 멈추고 적당한 양만 먹는다. 잠도 경계해야 한다. 잠은 꼭 한번만 자야 한다. 눈이 떠지면 곧바로 일어나고 다시 잠들지 말라. 눈이 떠지면 충분히 자지 못했더라도 일어나 세수를 하고 걷기 명..
22장 몸의 길, 마음의 길 제22장 몸의 길, 마음의 길- 감흥, 확실치 않아 명상을 위해 지나치게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 향이 타 없어질 때까지 절대로 일어나지 않겠어!’ 그러곤 눈을 떠 두세 번 확인해 보다가 자신을 책망한다. ‘난 정말 한심해! 구제불능이야!’ 이것은 악의의 훼방꾼이다. 집중하라는 것은 초연함으로 집중하라는 의미이지 자신을 옭아매라는 의미가 아니다. 수행은 꾸준히 해야 한다. 이것을 ‘자세를 불문한 수행의 일관성’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마음의 길은 무엇일까? 오늘 하루 몇 번이나 기분이 가라앉았나? 몇 번이나 기분이 고조되었나? 이런 것들을 스스로 알아야 한다. 마음의 감흥이 일면 좋아함이든 싫어함이든 선함이든 악함이든 ‘이건 확실치 않아’하면서 잘라내라. 모든 것을 불확실한 것으로 인식하면 그것들..
23장 알아차림 제23장 알아차림 붓다께선 우리를 대신해서 수행을 해줄 수는 없다고 하셨다. 수행의 결실은 가르침 자체가 아닌 우리 마음속에서 맺어지기 때문이다. 법은 수행 속에서 일어나고 수행을 통해 깨닫는 것이다. 수행은 ‘깨어있음’을 강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깨어있음이 지혜와 통찰의 원인이 되고, 마음의 이치를 알게 하고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는 방편을 알게 한다. 우리에겐 세상의 것을 통제할 능력이 없다. 우리는 그들의 주인이 아니고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통제하려는 순간 고통이 발생한다. 선정의 각 단계를 계발할 때 마음은 여러 단계로 움직이지만 수행의 기본 원칙을 명심해야 한다. 마음을 고요하게 하려고 애쓰면 마음은 고요해지지 않는다. 그것은 고요에 대한 욕망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자 하는 ..
24장 밤의 정적 속에서 제24장 밤의 정적 속에서- 두려움이 있는 곳으로 가라 화장터로 갔다.사실 가고 싶지 않았지만 스스로에게 강요했다. ‘마음이 그토록 두려워한다면 마음을 죽게 내버려 두겠어’ 내 자리 바로 옆에 시신이 묻혔다. 시체를 나른 대나무로 내 자리까지 마련되었다. ‘좋아. 죽을 테면 죽으라지. 죽어도 좋아. 사람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결국 죽기 위해서니까.’ 밤새 시신쪽을 바라보았다. 무서웠지만 참고 밤을 샜다. 아침이 밝아오자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휴! 살았구나! 아무 일도 없었어. 오직 나의 두려움뿐이었어.’ 오후 늦게 또 다른 시체 한구가 들어와 태워졌다. 시체 타는 것을 보면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여기 앉아서 죽어야지. 눈을 감은 채 죽으리라.’ 타버린 손이 코앞을 흔들고 있는 것만 같았..
25장 모든 것이 법이다 제25장 모든 것이 법이다- 법은 자연이다 과일나무에 꽃이 폈을 때 바람이 불면 꽃이 몇 송이 떨어지고 어떤 꽃은 바람을 견디고 남아 있다가 초록색 열매를 맺는다. 바람이 불고 다시 열매 몇 개가 떨어진다. 그동안 다른 열매가 익고 익은 열매도 결국 떨어진다. 인간에 대해 명상할 때 바람 속 열매를 생각해야 한다. 바람과 열매 모두 아주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다. 붓다가 된 자네이카 쿠마라 왕은 만물의 불확실성을 깨달은 좋은 본보기가 된다. 그는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고 망고나무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왕은 망고가 잔뜩 열린 망고나무를 보고 나중에 맛봐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 있었다. 수행하던 관료들이 망고를 갖기 위해 사방에서 망고나무를 흔들어 열매를 다 가져가 버린 ..
26장 코브라와 함께 살다 제26장 코브라와 함께 살다- 불꺼짐의 평화수행을 위해서는 마음의 모든 움직임, 모든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을 코브라를 관찰하듯 관찰해야 한다. 코브라는 독이 있는 뱀이다. 물리면 죽을 수도 있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도 마찬가지다. 알아차림을 바로 세울 수 있다면 바로 그곳에 분명한 이해가 있다. 이 두 가지는 다시 지혜를 불러온다. 알아차림, 분명한 이해, 지혜는 함께 움직이고 이렇게 당신은 밤이나 낮이나 항상 깨어있는 사람이 된다. 모든 현상은 끊임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생성과 소멸, 생과 사이다. 그것이 전부다. 이 깨달음은 세상에 대한 초연함을 일으킨다. 마음이 놓아버림의 경지에 도달해 모든 것을 본성을 따르도록 둔다. 행복이 느껴지면 그것을 알고 불행이 있어도 그것을 안다. ‘안다’는 건은 ..
27장 중도의 길을 걸으라 제27장 중도의 길을 걸으라 중도란 ‘쾌락에의 몰입’과 ‘고통에의 몰입’, 이 두 가지를 모두 초월한 길이다. 깨달음을 얻은 모든 붓다들은 최초의 설법에서 두 가지 극단 사이에 존재하는 감각의 세계에 갇히면 항상 동요할 수밖에 없고 결코 평화를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영원히 윤회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했다. 행복이나 불행, 쾌락이나 슬픔의 뿌리는 모두 욕망이다. 말하자면 행복한 순간 속에서도 비록 의식하지 못할지라도 고통이 숨어있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우리의 욕망대로 움직여 주지 않고 그저 그들의 본성을 따를 뿐이다. 고속도로 한가운데 앉아 질주해 오는 차를 보며 오지 말라고 화를 내며 소릴 칠 수 있는가. 고속도로는 차가 달리는 곳인데 차가 없기를 바란다면 고통을 겪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28장 열매의 맛을 아는 자 제28장 열매의 맛을 아는 자 수행을 하지 않으면 열매가 있는데 열매를 먹지 않은 것과 같다. 그래서 수행은 참으로 중요하다. 수행의 길에서 체험하는 모든 것은 결국 사성제다. 사성제는 몸과 마음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법을 알면 붓다가 우리 마음속에 있고 법이 우리 마음속에 있고 지혜로 이끄는 수행이 우리 마음속에 있다. 이는 우리가 선을 행할 때나 악을 행할 때나 그 행함의 본질을 분명히 인식한다는 의미이다. 붓다께서는 감흥과 마음을 떼어놓으라 하셨다. 마음이 행복과 불행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깨달은 자들이 번뇌를 타파했다는 말은 없앤 것이 아니다. 그랬다면 번뇌가 남아있지 않아야 한다. 사실 번뇌를 없앤다는 건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놓아버린 것이다. 감촉이 느껴지면 뒤에 이어지는 좋아함..
29장 놓아버림 제29장 놓아버림- 인습의 이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낸 인습에 불과하다. 우리가 만들어 놓고, 그 속에서 길을 잃고, 놓아버리지 못하고 제각기 다른 관점과 견해에 집착하고 있다. 인습을 거스르라는 말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불쾌함을 주지 않기 위해 인습은 존중되어야 하고 같이 살아가기에 인습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습과 해탈을 모두 이해하고 집착하지 않고 지혜롭게 행동해야 한다. 인습적 진리를 활용하되 그것을 진리로 믿어선 안된다. 옳고 그름과 관련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인습을 만들었지만 붓다께선 ‘고통’을 기준으로 삼으셨다. 사실 우리는 무엇이 옳은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실용적 관점에서 보면 옳은 것은 ‘우리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고통)을 끼치지 않는 것’이라..
30장 수행의 일관성 제30장 영원한 것은 없다- 수행의 일관성 불교의 가르침 중에는 들어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다. 서고 걷고 앉고 눕는 명상, 네 가지 자세의 일관성을 유지하라는 말이 내겐 그랬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네 가지 자세의 일관성을 유지하라는 것은 마음의 상태, 즉 깨어있음에 관한 것이었다. 기분을 알고 그 기분에 집착하고 있음을 알 정도의 일관성을 지니고 있다면 비록 놓아버릴 수 없는 상태라 해도 훨씬 나아진 것이다. 이정도면 수행이 50퍼센트에서 70퍼센트 정도는 완성된 것이다. 집착하지 말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듣는다. 이 말은 아무것도 느끼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아무 것도 붙잡지(느끼지) 않으면 명상도 그 무엇도 할 수 없다. 좋다고 하는 것, 나쁘다고 하는 것을 알고 놓아버리라, 보고 놓아버..
31장 바른 견해로 초연하라 제31장 바른 견해로 초연하라 법 수행은 습관을 거스르는 것이며, 진리는 욕망을 거스르는 것이다. 그래서 수행은 어렵다. 감정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다. 그러한 마음과 마음의 견해는 진리가 아니기 때문에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좀처럼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지혜로운 자의 태도가 아니다. 지혜로운 자는 모든 것에 귀를 기울인다. 무엇이든 항상 귀를 기울이고 무조건 믿지도, 무조건 배척하지도 않는다. 항상 중도에 머물며 삼간다. '여긴 이래서 싫고, 저긴 저래서 싫고...' 항상 그런 식으로 남을 탓한다. 춥거나 더우면 날씨를 탓하고, 모든 것을 탓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버리는 미친 개와 다르지 않다. 불만족은 그릇된 견해에서 비롯되는데 감각을 다스리는 훈련은 하지 않고 ..
32장 죽음을 앞둔 이에게 * 이 장은 임종을 앞둔 나이든 여인과 그녀의 가족들에게 했던 법문이다. 제32장 죽음을 앞둔 이에게 당신의 삶은 짧지 않았다. 눈은 많은 것을 보았고 귀는 많은 소리를 들었다. 참으로 많은 일을 겪었지만 그 모든 것은 그저 경험일 뿐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았다 해도 그저 맛있는 음식일 뿐이고 아름다운 것을 보았다해도 그저 그뿐이다. 여기 누워 스러져 가는 살덩이가 진리다. 이것이 바로 육체의 진리이며 붓다의 영원한 가르침이다. 내가 죽으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누가 그들을 돌보고 살아갈까. 두려움이든 생각이든 모두 속세다. 마음 속에 무엇이 떠오르든 그저 "이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이건 무상하고 불만족스럽고 자아가 아니야"라고 말하라. 집이 물에 잠기거나 불에 탈 때 오직 집만 쓰러지..
33장 네 가지 고귀한 진리 사람들은 너무 바빠서 법을 실천할 시간이 없다고 한다. 명상수행을 하는 것은 숨을 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호흡할 시간이 있다면 수행할 시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통이나 행복을 느낀 순간이 진리이며 법을 수행할 장소이다. 고통에는 두 가지가 있다. 평범한 고통과 특별한 고통이다. 평범한 고통은 조건 자체에 내재된 고통으로 자연의 조건으로 비롯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밖에서 안으로 기어 들어오는 특별한 고통이다. 특별한 고통은 사물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오고 독이 든 주사기로 주사를 맞는 것으로 그릇된 견해에서 비롯된다. 법수행은 결국 만물의 이치를 이해함으로써 고통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릇된 생각을 하면 우리는 세상과 싸우고 법과 싸우고 진리와 싸우게 된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가면 ..
34장 진정한 불교 후원자 수행자 제34장 붓다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보시 불교계를 후원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물질적인 보시로 먹을 것, 입을 것, 거처, 의약품 네 가지로 돕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붓다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보시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계정, 선정, 지혜의 삼학을 개발하는 수행을 통해 보시해야 한다. 개미굴에 숨은 도마뱀의 꼬리를 잡듯이 감각의 대상을 관찰해야 한다. 개미를 잡으려면 다섯 개의 구멍을 막고 하나를 열고 한 개의 구멍을 지켜보듯이. 눈과 귀, 코와 혀, 몸을 닫아버리고 마음을 남겨두고 관찰해야 한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지.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알아차림과 깨어있음이 있어야 한다. 마음의 힘을 길러 소리를 그저 소리(진리)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몸을 발..
35장 확실하지 않다 의욕이 넘치면 오직 자신의 생각만 옳은 것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진정한 깨달음을 얻은 자는 마음 속에 확고한 믿음이 있어도 그것을 광고하고 다니지 않는다. 믿음이 강한 사람, 자신감과 확신이 넘치는 사람에게는 지혜가 부족하다. 그들은 선정에는 능할지 몰라도 통찰력은 부족하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다섯 가지 힘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다섯 가지 힘은 믿음, 꾸준한 노력, 알아차림, 선정 그리고 지혜이다. 이 다섯 가지 힘은 바른 견해에서 나온다. 바른 견해란 모든 것이 불확실함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붓다를 비롯한 모든 고귀한 자들은 아무 것도 붙잡지 않았다. 인식하되 집착하지 않았다. 인식이 정체성이 되게 하지 않았다. 존재로 이어지지 않는 인식은 욕망으로 오염되지 않은 인식이다. 승려로서 사십여 년..
36장 고요한, 그러나 흐르는 물처럼 선정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확고하게 세워진 마음’이다. 선정을 개발하기 위해 마음을 가둘 필요도 멈출 필요는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마음을 고요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명상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동요가 있는 그곳에서 꺠달음도 일어난다. 감각이 없다면 지혜를 계발할 수 없다. 성실한 학생이라면 인식이 많을수록 좋다. 명상 수행자 중에는 감각을 피하려는 이들이 많다. 아예 감각과 대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감각이 우리를 가르치고 감각을 이해하는 것이 법 수행이다. 원숭이의 생태를 이해하고 나면 더 이상 원숭이가 거슬리지 않는다. 법수행도 마찬가지다. 법은 우리 자신에 관한 것이며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행하는 것이다. 자신을 관찰하라. 때로는 행복을, 때로는 편안함을, 아픔을..
37장 매순간 문제를 해결하는 법 몸이 아프거나 고통을 겪을 때 우리는 그것을 원치 않아 이나 을 염송한다. 이러한 염송은 일종의 주술적 예식에 해당하는 것으로 질병을 없애거나 삶을 연장하기 위해 왼다면 오히려 집착을 강화할 뿐이다. 몸의 진리를 알고 몸을 놓아버리고 집착을 버리기 위해 염송해야 한다. 질병이 찾아왔을 때 깨달음을 얻은 자라면 아무것도 잘못되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들은 질병을 미혹이 아닌 바른 견해로 다루었다. “나으면 낫는 거고, 낫지 않으면 낫지 않는 것이다.” 수행하되 수행의 결과도 보라. 마찰이 있을 때 수행은 흘러가지 않고 자아가 생성되고 모든 것이 딱딱해지면서 집착덩어리가 된다. 옳은 것이라 해도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집착하면 그른 것이다. 집착이 있는 곳에 놓아버림도 있다. 그 순간, 바로 그곳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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