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우리는 왜 여기에 있을까?
육신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머지 않아 볼 수 없게 될 테니 말이다.
육체는 어떻게 소멸할까? 얼음 덩어리를 생각해 보라. 아주 큰 얼음 덩어리를 햇볕 아래 놓아두고 지켜보라. 우리의 몸이 사라지는 바와 같다. 인간의 몸은 흙과 물, 바람과 불 네 가지 원소로 이뤄져 있다. 육신의 단단한 부분, 이를테면 살과 피부, 뼈 같은 것들은 흙이다. 액체로 된 부분은 물이다. 따뜻한 것은 불이며 몸 안에 흐르는 기류는 바람이다. 사람들은 해골을 보고 무서워한다. 나는 그들을 한 번도 자신의 모습을 본 적 없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수계식 때 수계를 받는 이들은 명상의 다섯까지 기본 주제인 몸의 털, 손톱, 이, 피부에 대해 배운다. 붓다께선 이 다섯 가지를 명상의 기본이고 이것들이 본래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다섯 가지는 모두 영원하지 않고 완전하지 않으며, 주인이 없고 그것이 진정한 ‘나’ 혹은 ‘나의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육체의 모든 조건은 자연의 이치를 따른다. 울거나 웃거나, 고통을 느끼거나 힘들어하거나, 살거나 죽거나 그 조건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자연의 이치를 멈출 수 있는 지식이나 학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치과에 갈 수는 있지만, 치료를 받아도 결국 이는 제 갈 길을 가게 마련이다. 따라서 젊음이 남았을 때 수행해야 한다. 진정한 귀의처는 바로 마음이다.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것을 잘 보지 못하고 중요지 않은 것들에 시간을 바친다.
들판에 일하거나 사무실에서 일할 때,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를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나는 왜 태어났는가?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여러 번 되풀이해서 물어보라. 그러면 지혜로워질 것이다. 그런 질문을 하지 않으면 무명에서 헤어날 수 없다. 지금 당장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아잔 차의 마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