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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아잔차의 마음

24장 밤의 정적 속에서

24장 밤의 정적 속에서

- 두려움이 있는 곳으로 가라

 

화장터로 갔다.

사실 가고 싶지 않았지만 스스로에게 강요했다.

 

마음이 그토록 두려워한다면 마음을 죽게 내버려 두겠어

 

내 자리 바로 옆에 시신이 묻혔다시체를 나른 대나무로 내 자리까지 마련되었다.

 

좋아죽을 테면 죽으라지죽어도 좋아사람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결국 죽기 위해서니까.’

 

밤새 시신쪽을 바라보았다무서웠지만 참고 밤을 샜다아침이 밝아오자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살았구나아무 일도 없었어오직 나의 두려움뿐이었어.’

 

오후 늦게 또 다른 시체 한구가 들어와 태워졌다시체 타는 것을 보면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여기 앉아서 죽어야지눈을 감은 채 죽으리라.’

 

타버린 손이 코앞을 흔들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대로 내버려 둬야지달리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

 

두려움이 계속 차오르다가 결국 넘치기 시작했다.

 

뭐가 그렇게 무서운가?’   죽음이 무서워!’

죽음이 뭔데 왜 그렇게 두려움에 떨고 있지죽음이 있는 곳을 찾아보게죽음이 어디 있는가?’

죽음이 내 안에 있군!’ 죽음이 자네 안에 있다면 왜 그것으로부터 달아나려하는가달아나면 죽을 테고달아나지 않아도 죽을텐데 말이야어딜 가든 죽음은 자네와 함께 있는 거야자네 안에 있으니 달아날 곳도 없네두려워하든 두려워하지 않든 죽는 건 마찬가지야죽음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없으니까.’

 

생각이 거기에 미친 순간 기분이 달라졌다두려움이 손바닥 뒤집듯 사라졌고 용기가 솟았다두려움을 느끼는 곳으로 가라거기서 자신의 두려움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라황혼이 내리고 점점 어두워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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