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썸네일형 리스트형 사랑의 단상_바르트 나는 이런 모순에 사로잡힌다. 나는 그 사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또 그에게 그 사실을 의기양양하게 시위한다("난 당신을 잘 알아요. 나만큼 당신을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걸요!"). 그러면서도 나는 그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볼 수도, 찾아낼 수도, 다룰 수도 없다는 명백한 사실에 부딪히게 된다. 나는 그 사람을 열어젖혀 그의 근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수수께끼를 풀어헤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는 어디서 온 사람일까? 그는 누구일까? 나는 기진맥진해진다. 나는 그것을 결코 알지 못한다. 민주주의의 요체는 무엇인가_유시민 산업화를 이룬 동력이 물질의 결핍이 주는 억압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이었다면, 민주주의를 세운 힘은 부당한 외적 강제와 제도의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와 존엄을 찾으려는 욕망이었다. 민주주의의 요체는 무엇인가. 첫째, 주권재민主權在民이다. 권력의 정당성 또는 정통성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다수 국민의 동의를 받지 않고 성립된 권력은 인정할 수 없다. 둘째는 국가권력의 제한과 분산, 상호견제다. 민주주의는 국가권력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입법권과 사법권, 행정권을 분리하고 선출 공직자의 임기를 제한하며 권력기관들이 서로를 감시하고 견제하게 한다. 셋째는 법치주의다. 시민의 자유와 권리는 오로지 법률로만 제한할 수 있으며, 정부는 헌법이 부여한 권한의 범위 내에서 법률에 따라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 피치자뿐만 아니라 .. 사건·사고, 부정부패_유시민 · 1970년 4월 8일, 막 지은 서울 마포구 창전동 '와우시민아파트' 한 동이 무너져 7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참사가 벌어졌다. · 1971년 12월 25일에는 서울 충무로의 23층 빌딩 대연각호텔에 불이 났다. 커피숍의 프로판가스 폭발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건물 전체를 집어삼켜 166명이 죽고 68명이 다치는 비극으로 번졌다. · 1993년 10월 10일 여객선 서해훼리호가 전북 부안 앞바다에서 침몰해 292명이 숨졌으며 생존자 70명은 대부분 인근 위도의 어선이 구조했다. · 1994년 10월 21일 아침 출근길에 한강 성수대교가 무너져 50여 명의 사상자가 났다. · 1995년 6월 29일 오후 서울시 서초동에 있던 삼풍백화점 건물이 주저앉았다. 무려 508명이 사망, 실종되었고 900명이 넘.. 주인의 자격_김진혁 솔리다리테(Solidarite), 즉 '연대책임의식' 사회 구성원은 개별적인 게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상호 의존적이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의 문제는 '너'의 문제나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공동체)의 문제라는 연대책임의식 이러한 연대책임의식 속에서 구성원들 개개인의 문제는 데모는 물론 다양한 사회 참여를 통해 선거 기간이 아니라도 언제든 '사회적 의제'(우리의 문제)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고 정치는 자연스럽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한편 연대책임의식이 결여된 사회에선 대학 등록금은 대학생들의 문제 쌀 시장 개방은 농민들의 문제 이동권은 장애인들의 문제 노후는 노인들의 문제 서로가 서로에 대해 무관심한 채로 각각의 문제들이 '우리 모두의 문제'로 자리 잡지 못하고.. 진보와 빈곤_헨리 죠지 부의 평등한 분배가 이루어진 사회에서는, 그리하여 전반적으로 애국심, 덕, 지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정부가 민주화 될수록 사회도 개선된다. 그러나 부의 분배가 매우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정부가 민주화 될수록 사회는 오히려 악화된다. 부패한 민주 정부에서는 언제나 최악의 인물에게 권력이 돌아간다. 정직성이나 애국심은 압박 받고, 비양심이 성공을 거둔다. 최선의 인물은 바닥에 가라앉고 최악의 인물이 정상에 떠오른다. 악한 자가 나가면 더 악한 자가 들어선다. 국민성은 권력을 장악하는 자, 그리하여 결국 존경도 받게 되는 자의 특성을 점차 닮게 마련이어서 국민의 도덕성이 타락한다. 이러한 과정은 기나긴 역사의 파노라마 속에서 수없이 되풀이 되면서, 자유롭던 민족이 노예 상태로 전락한다. 가장 미천한 지위의.. 우화 '고지식한 경찰견' 중 어느 도시에 살고 있던 한 마리 경찰견이, 어떤 죄를 지은 사나이를 뒤쫓으라는 명령을 받았다. 경찰견은 그 사나이를 쫓느라고 많은 지역을 지나쳐 뉴욕에 까지 갔다. 마침 자신이 좋아하는 두견 대회가 열리고 있었지만 경찰견은 나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뒤쫓고 있는 사나이가 유럽으로 달아날 낌새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나이를 태운 배는 프랑스의 항구 도시 쉘부르에 닿았다. 그리고는 파리를 지나 런던에서 에딘버러까지 뒤쫓았다. 에딘버러에서는 때마침 세계 양 재판 대회가 열리고 있었지만 경찰견은 역시 참석할 수가 없었다. 사나이는 다시 다른 곳으로 도망쳤고, 경찰견은 그 사나이를 뒤쫓아 차례차례 도시를 돌아서 피파크에 닿았다. 거기서도 유명한 피파크 사냥개들과 경쟁해 볼 틈도 없이 사나이를 뒤쫓아 신시내티로,.. 뉴스의 시대_알랭 드 보통 민주정치의 진정한 적은 다름아닌 뉴스에 대한 적극적인 검열이라고 여기기 쉽다. 따라서 무엇이건 발언하고 출판할 자유가 문명 세계의 당연한 동지라고 생각하기도 쉽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정치적 의지를 가진 사람들의 진을 빼는 데 검열보다 훨씬 더 교활하고 냉소적인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이 힘은 사람들 대다수를 혼란스럽고, 따분하고, 정신 사납게 만들어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일에 관여한다. 그리고 이는 가장 중요한 사안의 맥락을 대다수 대중이 단 한순간도 붙잡을 수 없도록 무질서하고, 복잡하고, 단속적인 방식으로 사건들을 보도하는 행위를 통해 이루어진다. 권력을 공고히 하길 소망하는 당대의 독재자는 뉴스 통제 같은 눈에 빤히 보이는 사악한 짓을 저지를 필요가 없다. 그 또는 그녀는 언론으로 .. 프리드리히 니체 # 신이 어디 있냐고? 좋다! 신은 죽었다! 우리가 그를 죽였다! 너와 내가! 우리는 모두 신을 죽인 살인자다! # 희망은 모든 악 중에서도 가장 나쁜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고통을 연장시키기 때문이다. # 지금 이 인생을 다시 한 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라. #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중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봤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볼 것이기 때문이다. # 이것이 삶이던가? 그렇다면 다시 한 번. # 너는 안이하게 살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항상 군중 속에 머물러 있어라, 그리고 군중 속에 섞여 너 자신을 잃어버려라. # 오늘 가장 좋게 웃는 자는 역시 최후에도 웃을 것이다. # 허물을 벗지 않는 뱀은 결국.. 정치 참여_버니 샌더스 "진짜 변화는 다수의 일반 시민이 목소리를 높이고, 투표에 참여하고, 정치에 참여할 때 일어날 수 있다. 우리가 함께 일어선다면 99%가 이기지만, 우리가 뿔뿔이 흩어진다면 1%의 부유한 사람들이 승리할 것이다."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적이 되는가?_김진혁 생산직 노동에 종사하며 몹시 가난한 하위 소득계층 이들은 현 제도와 생활양식 속에서 많은 고통을 받기 때문에 당연히 변화를 원하는 '진보주의' 성향을 갖게 될 거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 그러나 오히려 기존의 방식에 적응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소모함으로써 기존의 방식에 순응하는 '보수주의' 성향을 띄게 되는 하위 소득 계층 (…) 과연 우리사회에 '진보'는 가능한 걸까? # 뉴스타파 김진혁 PD 미니다큐_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적이 되는가? 행복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_존 F. 헬리웰 행복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 '어려울 때 의지할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가 행복의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어렵다. 그런데 어려울 때 누구한테 의지할 수 있다면 굉장히 행복해진다. 그렇다면 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충족시키기 위한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무엇이냐 "사람들이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바로 국가가 되면 되는 것이다." 어설픈 용서와 관용은 더 큰 악을 만들어 주는 토양을 제공한다_장 아메리 어설픈 용서와 관용은 더 큰 악을 만들어 주는 토양을 제공한다. 용서하지 마라. 관용하지 마라. 거대 악이든 작은 악이든, 반드시 악은 심판 받고 처벌 받는다는 역사적 흔적을 남겨라. 우리는 모든 권력을 '상상력'에게 주겠다_'프랑스 68혁명' 불의를 애써 못 본척하며, 사람들을 출신과 숙련 기술에 따라 나누는, 이 꿈쩍도 안하는 사회를 바꿔야겠다. 우리는 불가능한 것을 요구한다. 지금부터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 파괴의 열정은 창조적 희열이다.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경찰을 없애자. 서른이 넘은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우리는 모든 권력을 '상상력'에게 주겠다. 쓰레기는 청산의 대상일 뿐입니다_주진우 쓰레기는 대화의 상대가 아니고, 타협의 상대가 아니고, 청산의 대상일 뿐입니다. 생각하는 일은 매우 어렵고,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 훨씬 쉽다_한나 아렌트 생각하는 일은 정치적 자유가 있는 곳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며 그렇게들 한다. 하지만 저명한 학자들이 보통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참으로 불행히도 생각하도록 하는 힘은 인간의 다른 힘에 비해 가장 약하다. 특히 폭정 아래에서, 전체주의 세계에서, 수용소 안에서 생각하는 일은 매우 어렵고,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 훨씬 쉽다. 나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_정원 스님 “나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나의 죽음이 어떤 집단의 이익이 아닌 민중의 승리가 되어야 한다. 나는 우주의 원소로 돌아가니 어떤 흔적도 남기지 말라” 어떤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인지 아닌지 가르는 기준은 딱 하나_칼 포퍼 어떤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인지 아닌지 가르는 기준은 딱 하나 다수의 국민이 마음을 먹었을 때, 국민이 합법적으로 권력을 교체할 수 있으면 민주주의 진보의 가치를 반복해서 말해라_조지 레이코프 보수의 틀에 갇히지 않으려면, 미래 가치를 생산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라면, 민주적 가치를 지닌 언어를 되살려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진보의 가치를 반복해서 말해라. 일관성을 유지해라. 사실과 정책을 가치에 명확하게 연결해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쟁점의 대해 도덕적으로나 개념적으로나 투명하게 소통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가치를 인식하고, 우리가 스스로 믿는 바를 옳다고 생각하고, 이 일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 진보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방법을 알아야 된다. 경제적 발전이란 건, 인간이 누리는 실질적 자유가 확장되는 것이다_아마르티아 센 "경제적 발전이란 건 풍요로움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이 누리는 실질적 자유가 확장되는 것이다." 소득이나 부를 키울 수 있는데까지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짚었듯이 이런 건 단지 쓸모이고 연장에 불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경제 성장을 경제학의 지고지순한 목적으로 다룰 수 없다고 봅니다. 경제 발전이란, 우리 삶과 우리가 누리는 자유를 키우는 것으로 이어져야만 합니다. 자유란 우리 삶을 더욱 넉넉하고 너그럽게 만들어 장애를 줄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품은 뜻을 이루게 하고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힘입니다. 부디 한국의 미래가 꿈을 꾸는 게 가능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_이완배 우리 자녀들의 세대가 돈을 많이 벌어서 명품을 많이 걸치고 다니는 세대가 되기를 원하지 않아요. 자유로운 삶의 선택이 가능한 나라가 되길 원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성공하는 거 말고, 돈 많이 버는 거 말고,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꿈꾸고 그것을 가르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인간은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야 되고, 적절한 분배가 이뤄져야 하고, 나라의 가치가, 경제 시스템의 가치가 돈과 성공이 아니라 자유와 행복에 맞춰져야 합니다.부디 한국의 미래가 꿈을 꾸는 게 가능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먹고사니즘'이란 방패는 무럭무럭 자라 나를 가려준다._이정훈 먹고산다는 것의 지난함은 자신을 동정하게 한다. 그 동정은 자존감에 균열을 주고 '먹고사니즘'이라는 기괴한 철학으로 위법과 부도덕을 행한다. 그러나 '먹고사니즘'은 뜻 높은 지성들이 알아듣기 힘든 말로 설파하는 철학과 윤리에 우매한 대중이 맞설 수 있는 단 하나의 방패이기도 하다. 이 방패를 들고 있으면 잘난 놈들한테 기죽지 않아 좋다. 그사이 비겁해지고 무기력한 자신은 쪼그라들고 먹고사니즘이란 방패는 무럭무럭 자라 나를 가려준다. 청산 없는 통합은 오염입니다_전우용 "적폐청산과 사회통합 중 무엇이 중요한가?" 누가 또 이따위 황당한 질문을 만들어 국민을 현혹하는군요. 오폐수는 먼저 정화조나 하수처리장을 거친 뒤에야 강물과 '통합'할 수 있는 겁니다. 청산 없는 통합은 오염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이다_프랭클린 루즈벨트 내가 굳게 믿고 있는 것 중 하나를 다시 한 번 강조해보려 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이다. 두려움은 말도 안 되고, 생각도 없으며, 아주 불합리한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힘을 후퇴하도록 마비시키는 주범이다. 제3의 입장을 취하는 것은 밟고 밟히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긍정하는 것입니다_이오덕 "그런 밟고 밟힌다는 골치 아픈 문제는 안 생각하는 것이 좋아요" 해서 나는 또 불편한 느낌이 더했다. 그래서 "세상에 밟는 자가 있고 밟혀서 죽어 가는 자가 수없이 있는데 그런 것 나는 모른다 하는 사람은 제3의 입장을 취하는 사람이지요. 제3의 입장을 취하는 것은 밟고 밟히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긍정하는 것입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1cm라도 굴리고 죽자'_박주민 '역사의 수레바퀴를 1cm라도 굴리고 죽자' 국가의 기구는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얼굴과 체온을 가져야_이낙연 "국가의 기구는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얼굴과 체온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때로 눈물도 흘려야 한다는 게 제가 꿈꾸는 제도입니다." 1분 1초도 낭비하지 마라 / 아니오_정철 1분 1초도 낭비하지 마라 아니오 출근 시간 지하철 5호선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려고 뛰지 않아도 된다. 지각할 것 같으면 지각하면 된다. 지각이 두려우면 결근하면 된다. 아프다 핑계 대고 하루 종일 거실을 뒹굴뒹굴해도 된다. TV 리모컨에 달린 모든 버튼을 다 눌러 봐도 된다. 뒹굴뒹굴이 허리 아프면 설렁설렁 산책 나가도 된다. 길가에 핀 들꽃에게 말을 걸어도 된다. 들꽃 이름을 물어도 된다. 이름이 없다고 대답하면 그 자리에서 지어 주면 된다. 철수꽃도 좋다. 영희꽃도 좋다. 멋진 이름이 생각나지 않으면 그대로 길가에 한두 시간 서 있어도 된다. 앉아 있어도 된다. 누워 있어도 된다. 다 된다. 오늘 할 일은 내일 하면 된다. 휴대전화 하나 생산하는 일이 들꽃과 대화하는 일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일까. .. 1980년 6월 1일_이오덕 일기 1980년 6월 1일 오다가 교구청에 들렀다. 전남대학에서 나온 인쇄물을 읽었다. 아, 천인공노할 이 만행! 젊은이는 보는 대로 모조리 잡아 죽여 "오늘은 몇 마리 잡았나" 하는 것이 그 공수부대원들의 말이었다니! 역전 광장 분수대에 여학생을 매달아 발가벗기고 칼로 젖가슴을 도려냈다니! 그리고는 선량한 시민을 폭도라 하고 2천 명이 죽고 만 몇천 명이 부상하고 죽은 사람의 얼굴에 콜타르를 칠해서 알아볼 수도 없게 하고 아, 이 극악무도한 학살 행위가 이 땅 여기서 겨우 몇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에 벌어졌는데도 이놈의 경상도 땅에서는 그 폭도들의 욕을 하고 전라도놈들 좀 당해야 한다고 하고 주여, 하나님이여 당신은 어디 가 있나이까. 하루를 굶기고 또 하루를 잠재우지 않고 술을 퍼 먹인 공수부대에게 가서..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중 나는 그날 밤 아버지가 그린 세상을 다시 생각했다. 아버지가 그린 세상에서는 지나친 부의 축적을 사랑의 상실로 공인하고,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 집에 내리는 햇빛을 가려버리고, 바람도 막아버리고, 전깃줄도 잘라버리고, 수도선도 끊어버린다. 그 세상 사람들은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자식을 키운다. 비도 사랑으로 내리게 하고, 사랑으로 평형을 이루고, 사랑으로 바람을 불러 작은 미나리아재비꽃줄기에까지 머물게 한다. 아버지는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을 벌하기 위해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믿었다. 나는 그것이 못마땅했었다. 그러나 그날 밤 나는 나의 생각을 수정하기로 했다. 아버지가 옳았다. 모두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다. 예외란 있을 수 없었다. 은강에서도 신도 예외가 아니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_신채호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나라에 부처가 들어오면, 한국의 부처가 되지 못하고 부처의 한국이 된다. 우리나라에 공자가 들어오면, 한국을 위한 공자가 되지 못하고 공자를 위한 한국이 된다.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오면, 한국을 위한 예수가 아니고 예수를 위한 한국이 되니 이것이 어쩐 일이냐. 이것도 정신이라면 정신인데 이것은 노예정신이다.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할 것이다. 이전 1 ··· 3 4 5 6 7 8 9 ···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