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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사회

1분 1초도 낭비하지 마라 / 아니오_정철


1분 1초도 낭비하지 마라 
 
아니오 
 
출근 시간 지하철 5호선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려고 뛰지 않아도 된다. 지각할 것 같으면 지각하면 된다. 지각이 두려우면 결근하면 된다. 아프다 핑계 대고 하루 종일 거실을 뒹굴뒹굴해도 된다. TV 리모컨에 달린 모든 버튼을 다 눌러 봐도 된다. 뒹굴뒹굴이 허리 아프면 설렁설렁 산책 나가도 된다. 길가에 핀 들꽃에게 말을 걸어도 된다. 들꽃 이름을 물어도 된다. 이름이 없다고 대답하면 그 자리에서 지어 주면 된다. 철수꽃도 좋다. 영희꽃도 좋다. 멋진 이름이 생각나지 않으면 그대로 길가에 한두 시간 서 있어도 된다. 앉아 있어도 된다. 누워 있어도 된다. 다 된다. 오늘 할 일은 내일 하면 된다. 
 
휴대전화 하나 생산하는 일이
들꽃과 대화하는 일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일까.
잡지에 글 한 줄 쓰는 일이
들꽃 이름 짓는 일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일까. 
 
우리는 너무 부지런히 움직인다. 너무 많은 생산을 한다. 그중 절반은 별 의미 없는 움직임일 것이다. 별 의미 없는 생산일 것이다. 조금만 더 게으름을 피우자. 조금만 더 비생산적인 하루를 살자.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무 일도 안 하는 건 아니다. 지친 몸에게, 지친 머리에게 쉴 시간을 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채우는 시간이다. 그래, 우리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다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지 모른다. 
 

<정철 '꼰대 김철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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