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UDDHISM/無心님의 불교이야기

라구아디아 판사의 지혜

 

뉴욕 근처에 ‘라구아디아' 공항이 있다. 왜 하필 공항 이름이 발음하기도 어려운 ‘라구아디아’인지 그 유래를 알게 된 뒤 느낀바가 컸다. 그 이름에 얽힌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1930년. 라과디아가 판사로 재임하고 있었던 시절이다. 당시 상점에서 빵을 훔쳤다가 절도죄로 기소된 노인의 재판이 이루어졌다. 당시 판사였던 라과디아는 피고인인 노인에게 정중하게 질문을 하였다고 한다.

 "빵을 훔쳤던 적이 있었습니까?"

"아닙니다. 처음 훔쳤습니다."

"왜 훔치신거죠?"

"저는 선량한 시민으로 살았죠. 그러나 나이가 많은 이유로 일자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사흘을 굶었습니다. 배는 고픈데 수중에 돈은 없고, 그래서 눈에 뵈는게 없었습니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저는 빵 한 덩어리를 훔치게 되었습니다."  

노인의 답변을 들은 라과디아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이런 판결을 내렸다.

"아무리 사정이 딱할지라도, 남의 것을 훔쳤던 것은 잘못된 행동입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고 예외는 없습니다. 그래서 법대로 당신을 판결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당신에게 1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합니다." 

노인의 딱한 사정을 들은 법정 분위기는 라과디아가 용서해주리라 믿고 있었으나, 그 믿음을 깨고 라과디아는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이에 법정은 한참 술렁거렸고, 이런 분위기에도 라과디아는 굴복하지 않고 계속 논고하였다.

"이 노인은 이 곳 재판장을 나가면 또 다시 빵을 훔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노인이 빵을 훔친 것은 오로지 그의 책임만이 아닙니다.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이 노인이 살기 위해 빵을 훔쳐야만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방치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도 10달러의 벌금형을 내리겠습니다. 동시에 이 법정에 앉아 있는 여러 시민들께서도 50센트의 벌금형에 동참해주실 것을 권고합니다."

그러면서 라과디아는 자신의 지갑에서 10달러를 꺼내 모자에 담았다. 당시 법정에서 그의 판결에 대해 이의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고, 모두 권고를 받아들였다. 그렇게해서 거두어진 돈 57달러 50센트. 라과디아는 그 돈을 노인에게 주었고, 노인은 그 돈의 일부 중 10달러를 꺼내어 벌금에 내고 남은 47달러 50센트를 손에 쥐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법정을 나섰다고 한다. 

라과디아는 솔로몬의 지혜로움으로 삭막했던 당시 사회에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감동을 선사했고, 이에 감복한 뉴욕 시민들은 작은 키를 가졌던 그를 보면서 '작은 꽃(Little flower)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라과디아 판사가 내리는 판결은 공정정대하면서도 현명하고 자비로운 것으로 유명했다. 그가 그런 판결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지혜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지은 죄는 크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그의 지혜롭고 자비로운 판결은 많은 사람들에게 ‘자비란 무엇인가’를 일깨워주고 '나를 초월한 지혜로운 바른 사랑'(자비)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혜를 발산하게 했다. 

자비(나와 너를 초월한 지혜로운 바른 사랑)는 종교와 사상과 이념을 떠나서 모든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베푸는 삶이 곧 자비이다. 라구아디아 판사는 지혜롭고 자비로운 판결을 내리면서 사람들에게 진정한 삶, 지혜롭고 자비로운 삶의 의미를 가르쳐준 것이다.


 

(유한한 인생을)
가슴 아파하지 말고
나누며 살다 가자.
버리고 비우면 
또 채워지는 것이 있으리니 
나누며 살다 가자.

누구를 미워도
누구를 원망도 하지 말자.
많이 가진다고 행복한 것도
적게 가졌다고 불행한 것도 아닌 세상살이
재물 부자이면 걱정이 한 짐이요
마음 부자이면 행복이 한 짐인 것을..

죽을 때 가지고 가는 것은
'마음 닦은 것'(修行, 바른 지혜의 실천)과 
'복 지은 것'(자비행, 바른 사랑의 실천) 뿐이라오!

- 故 김수환추기경님 글, '남은 세월이 얼마나 된다고' 中에서



맨 위로 맨 아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