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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無心님의 불교이야기

‘현재형'의 언어만을 사용하는 인디오 부족


20년에 걸쳐 일곱 차례 아마존 밀림의 원주민들과 생활한 한 여행자는 오직 ‘현재형'의 언어만을 사용하는 인디오 부족을 소개한다. 이들의 언어에는 과거형이 없으며 미래형도 없다. 오직 현재형으로만 대화가 오간다.

'잠을 깬다.'
'별이 빛난다'
'사냥하러 간다.'
'늑대가 운다'
'먹는다.'
'맛있다.'
'배부르다.'
'잔다.'

어떤 언어학자는 이들의 언어 수준이 너무 원시적이어서 과거형이나 미래형으로 복잡하게 말할 수 없는 것이라고 평한다. 하지만 이 인디오들의 '현재형의 언어와 삶'에는 그들만의 지혜가 담겨 있다.

이들이 의지해 사는 아마존은 해마다 우기 때가 되면 강의 지류들이 범람한다. 그래서 어제까지만 해도 숲이었던 곳이 오늘 가 보면 연못으로 변해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때가 되면 온 부족이 그곳에 가서 물고기를 잡는다. 그러나 며칠 후 다시 가면 다른 부족들도 와서 물고기를 잡았기 때문에 남은 물고기가 별로 없다. 또 얼마 후에는 연못 자체가 사라지고 없다. 이미 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대자연 속에서 이들은 현재의 순간에 전념하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이들에게 과거에 좋았고 나빴던 기억은 중요하지 않다. 언제든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나쁘다고 해서 다음에도 나쁘리라는 법 또한 없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 인디오들은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의 기대보다 현재에 충실하게 되었고 현재형'의 언어만을 사용하게 되었다.

아마존 강의 지형과 마찬가지로 삶은 역동적인 범람과 변화를 계속한다. 비슷한 일상은 있어도 똑같은 순간은 없다.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는 "오늘 내가 본 것은 어제까지 내가 못 보고 지나친 것."이라고 썼다. 우주는 우리에게 현재의 순간 외에는 줄 것이 없다. 따라서 현재의 순간을 잃는 것만큼 큰 상실은 없다.

한 소년이 길을 걷다가 반짝이는 1루피(15원) 동전을 주웠다. 자신이 힘들이지 않고 돈을 발견했다는 사실에 아이는 무척 고무되었다. 그래서 날마다 고개를 숙이고 걸으면서 길을 살폈다. 그렇게 평생 동안 길에 떨어진 동전을 찾으며 바닥만 보고 걸은 끝에 1루피 동전 5,600개, 2루피 동전 1,900개, 5루피 동전 980개, 10루피 지폐 320장, 100루피 지폐 115장, 500루피 지폐 7장을 주웠다. 그는 이 많은 돈을 단순히 길에서 주웠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

이제 늙어서 고개가 기역 자로 꺾인 그는 그 돈들을 줍는 동안 수만 번의 숨막히는 석양을 놓쳤으며, 수백만 송이의 꽃을 그냥 지나쳤고, 수백만 장의 울긋불긋한 낙엽을 흘려보냈다. 수십만 개의 구름과 수천 마리의 새들을 놓쳤다. 수십만 명의 얼굴에 어린 미소를 알아차리지 못했으며, 그 미소에 번지는 햇살도 느끼지 못했다. 밤을 불러오는 지구, 날씨를 채색하는 비와 눈과 태풍은 동전 줍는 일을 방해하는 것들에 지나지 않았다. 허공에 흩날리는 꽃잎, 나무 껍질 위에 매달린 뿔 달린 벌레, 풀잎 끝 이슬방울들도…

그에게 영혼의 교감이나 진정한 환희 같은 것은 모르는 언어에 불과했다. 자신이 주운 녹슨 동전과 때묻은 지폐들 외에는 어떤 관계도 무의미했으며, 그래서 그의 존재 역시 그 동전과 지폐들 말고는 누구에게도 의미가 없었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삶을 화폐의 숫자들로 바꾸느라 수십만 번이나 진정한 보물을 잃었다. 그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살지 않은 삶, 부르지 않은 노래'야말로 고통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순간에 뛰어들면 살아 숨쉬는 삶은 노래가 된다.

picture_work by Lucy Campbell

- 류시화시인 포스팅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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