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제외한 자연의 모든 생명은
불필요한 것을 소유하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것을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를 자연의 생명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맑은 가난, 바로 청빈淸貧입니다.
청빈은 절제된 아름다움이며
자연의 한 생명으로서의 미덕입니다.
예전부터 깨어 있는 정신들은
자신의 삶을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가꿔갔습니다.
청빈의 덕을 쌓으려면 무엇보다 먼저
만족하고 고마워할 줄 아는
따뜻한 가슴을 지녀야 합니다.
우리들에게 편리한 물건 더미는 한없이 쌓여 있지만
그것을 사용하면서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또 그 물건과 그 물건을 사용하게 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우리가 많은 것을 차지하고 살면서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사람과 물건에 대한 고마움과 따뜻한 정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위에 견주면 모자라고 아래에 견주면 남는다’는 옛말이
행복을 찾는 방법이 어디에 있는지 깨닫게 해줍니다.
안으로 충만해지는 것은
겉으로 부자가 되는 일 못지않게
인생에서 중요한 일입니다.
사람은 안으로 충만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남쪽 인도에 살았던 불교학자인 용수가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문맥으로 볼 때 아마도 그 친구가 부자였는데 도둑을 맞았던 것 같습니다.
"그대가 항상 만족해 있다면
그대가 가진 모든 것을 도둑 맞는다 할지라도
그대는 스스로 부자로 여기리라.
그러나 만족할 줄 모른다면
아무리 부자일지라도 그대는
그 돈과 재산의 노예일 뿐이다."
오늘날 넘치는 물질의 풍요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줄 모르는 것,
이것이 현대인의 공통적인 병입니다..
그래서 늘 목이 마른 상태입니다.
겉으로는 화려할지 모르나
정신적으로 초라하고 궁핍합니다.
크고 많은 것만을 원하기 때문에
작은 것과 적은 것에서 오는
아름다움과 고마움을 잃어버렸습니다.
향기로운 차 한 잔에 고마움을 느끼고
산길에서 만나는 꽃 한 송이에 기쁨을 느끼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에게서 걸려온
다정한 한 통의 전화에 행복감을 느낍니다.
행복은 이처럼 일상의 작은 것들 속에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살되 욕망에 따라 살아선 안 됩니다.
욕망과 필요의 차이를 가릴 줄 알아야 합니다.
욕망은 분수 밖의 바람이고 필요는 생활의 기본 조건입니다.
욕심과 바람의 차이를 가릴 줄 알아야 합니다..
바람이 자신과 남에게 괴로움이 된다면 그 바람은 욕심입니다.
하나가 필요할 때 하나를 가져야지
둘을 가지면 가지고 있던 하나마저 잃게 됩니다.
청빈의 덕을 쌓으려면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단순과 간소함이란 본질적 세계입니다..
불필요한 것을 제외한 꼭 필수불가결한 것만 있는
결정체 같은 것입니다.
단순과 간소는 다른 말로 하면
침묵의 세계이며 텅 빈 공空의 세계입니다..
텅 빈 충만의 경지입니다..
여백과 공간의 아름다움이 단순과 간소에 있습니다.
마음을 비운 사람은
자유롭고 평화롭고 행복합니다.
- 법정스님, '맑은 가난, 청빈淸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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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淸貧)은
넘치는 부(富)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 법정스님, <산에는 꽃이 피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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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이 남긴 '맑은 가난, 청빈淸貧'의 가르침은 넘쳐나는 물질의 소비 속에 함몰돼가는 현대인들이 되새겨 봐야 할 가르침이다.
무소유와 맑은 가난을 대중들에게 설파하고 스스로 실천한 법정스님은 대중들의 가슴에 청빈한 수행자로, 맑은 가난이 맑은 마음과 맑은 행복을 준다는 가르침을 글과 몸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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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ure_파란 하늘, 하얀 빨래... 맑은 마음, 맑은 행복
; 하늘빛과 햇볕이 참 좋은 청명한 가을날이군요. 무엇이라도 잘 마를 것 같은 가을볕입니다.. 내 마음도 잘 빨아 가을볕에 말리면 참 좋겠습니다.. Have a good weekend in Autumn, dear all my friend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