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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無心님의 불교이야기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차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흙탕물에 더렵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그렇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큰 화두를 던져주시고 홀연히 떠나버리신 법정스님의 발자취를 다시 한번 꺼내어봅니다. 

살아 생전 철저히 무소유를 주장하시고 떠나실 때까지 철저히 무소유를 실천하신 분, 법정스님의 글은 

언제 읽어도 마음이 청량해짐을 느낍니다.

무소유를 만나고 나서 법정스님을 알게 되면서 그분의 가르침을 열심히 배우고 실천하려고 해도 

좀처럼 쉬이 되지 않음을 알지만 그래도 또다시 배우고 또 배웁니다. 

이제 스님을 뵙지는 못하지만 언제나 스님의 글을 가까이 함으로써 스님의 가르침을 늘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한 가지라도 소홀히 생각하지 않으셨지만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으시고 

진정으로 홀가분하게 자기다운 삶을 살다 가신 스님의 삶이 무소유의 삶임을 압니다. 

스님의 글은 몇 평에서 살고 어떤 차를 소유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소하지만 행복하게 아무런 욕심 없이 자신이 소유한 것에 스스로 만족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며 

그렇게 사는 것이 참 삶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줍니다.

살아 생전 무엇보다 실천을 중요하게 여기시고 

무엇 하나 당신의 소유 없이 청빈(맑은 가난)의 삶을 사시려고 하셨던 스님. 

자신이 잘못한 것에는 스스로 아주 지독하게 비판을 하셨던 스님. 

자신에게 엄격했던 진정한 수행자의 모습을 보여준 스님이 너무나 간절히 그립고 보고 싶어 집니다

"나도 없는데 하물며 내 것이 어디 있겠는가?"

아직 깨닫지 못한 중생이라 스님의 말씀을 다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실천하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마음을 울리는 스승을 만날 수 있었기에 행복했습니다.

입적하시기 전에 당신이 가장 좋아하시던 단팥죽 한 그릇을 드시고 싶어하셨다는 

소박한 스승의 마지막 모습에서 단팥죽을 좋아하는 나와 작은 연결고리가 하나 생긴 것 같아 작은 기쁨을 느꼈습니다. 

단팥죽 한 그릇은 나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담겨져 있습니다

50년대에 태어나 어려운 시대에 유년시절을 보낸 이들은 모두 공감할 것입니다. 

추석이나 설 명절이 아니면 새 옷이나 새 신발을 구경하지 못하던 시절, 

어머니 손을 잡고 큰 재래시장에 가서 새 신발을 신게 되었을 때에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날아갈 듯이 기뻤습니다. 

그리고는 빠질 수 없는게 어머니가 시장에서 사주셨던 단팥죽 한 그릇!.. 

그 기억은 나에게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려울수록 법정스님에 대한 그리움이 찾아 듭니다. 

한 번씩 찾아 드는 법정스님에 대한 추억은 나에게는 단팥죽 한 그릇의 추억과도 같습니다. 

삶이 다하는 날까지 법정스님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존재하실 테지만 

스님 살아 생전에 단팥죽 한 그릇 함께 나눌 수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2018년 추석 명절을 앞둔 어느 날, 법정스님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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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2005년 전남 순천 조계산 불일암에서 법정스님과 샘터 편집부장을 지낸 정찬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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