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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지구별 여행자外_류시화님

모든 것에는 금이 가 있어. 그래서 빛이 새어들 수 있지.

킨츠기 기법으로 수리한 찻사발



일본 무로마치 막부 시대의 8대 쇼군 아시카가 요시마사(1436~1490)는 혼란스러운 정치보다 건축과 예술에 탐닉하며 문화인의 길을 걸었다. 그가 전국에서 불러 모은 재능 있는 화가, 음악가, 무용가, 꽃꽂이 선생, 서예가, 도예가, 그리고 공예가들로 인해 히가시야마(東山) 문화가 꽃피어났다. 그의 별장을 사찰로 바꾼 교토의 은각사(긴카쿠지)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단순하고 정적인 일본 미의식의 원류라 불린다.

일본 최초의 다인으로도 일컬어지는 요시마사는 중국에서 전해진 다도를 처음 체계화시켰다. 그에게는 특별히 아끼는 찻사발이 있었다. 하지만 그 그릇 바닥에 균열이 생겨 이를 대체할 그릇을 찾아 중국으로 반환시켰다.

중국 측에서는 그런 뛰어난 청자 그릇이 지금은 없다고 여겨 균열이 더 진행되지 않도록 그릇에 꺾쇠를 박아 돌려보냈다. 요시마사는 돌아온 찻사발의 상태가 눈에 거슬렸다. 미적인 관점에서 볼 때 아름답지 않고 추했기 때문에 도예가들에게 다른 방식의 복원을 지시했다.

도예 장인들은 고민 끝에 금가루 섞은 옻칠로 금 간 곳을 메웠다. 금빛 선이 더해지자 찻그릇은 전보다 더 아름다워졌다. 깨진 그릇을 복원하고 수리한다는 단순한 개념을 뛰어넘어, 금이 갔거나 이가 나간 부분을 생옻으로 붙이고 금가루나 은가루 등의 안료로 장식해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이후 이 킨츠기(금으로 이어붙이기) 기법은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깨진 그릇을 킨츠기 기법으로 수리해 재탄생시키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그럼에도 그것을 내다 버리거나 새 그릇으로 대체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킨츠기 작가 나카무라 구니오는 말한다.

“그 그릇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 그릇에 담긴 자신의 이야기를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도 어느 한 부분 깨졌을 수 있다. 살아가면서 마음에 금이 가 철사나 호치키스 같은 것으로 임시 고정시키고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을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 것은 당신의 몫이다. 당신은 나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대양을 횡단하려고 했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을 이해하기도 전에 관계에 부딪쳤을지 모른다. 하지만 당신은 자기 존재라는 그릇을 내다 버리거나 다른 존재로 대체하지 않는다. 

그 그릇을 사랑하고, 그 존재에 담긴 자신의 삶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불완전하지만 독특한 불완전함이다. 어떤 그릇은 대체 불가능하듯이 당신 역시 대체 불가능한 존재이다.

상처 입어 금 간 자신에게 진실해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상처에는 더 깊은 아름다움이 있다. 왜냐하면 상처는 우리의 진실한 모습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진 상처는 우리 존재에 주의 깊게 귀 기울여 달라는 신호이며 무엇인가에 대한 갈망이다. 킨츠기 장인들이 그릇에 생긴 금에 사람의 의도를 뛰어넘은 경이로운 풍경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듯이, 실패와 상처를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 정신 예술이다.

시 한 편, 춤 한 동작, 혹은 노래 한 소절이 당신의 부서진 존재를 원 상태로 복귀시킨다. 아니 더 아름다운 작품으로 만든다. 금 간 곳은 생 옻칠을 통해 이음새가 더 강해진다. 상처가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했고, 나를 작가로 만들었으며, 여행을 통해 새로운 자아를 탄생시켰다. 그것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영감과 깨달음을 얻었는가. 

상처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하고 감동시키기 위해 글을 쓰고 여행한다. 시인이며 가수인 레너드 코헨은 노래한다.

“모든 것에는 금이 가 있어. 그래서 빛이 새어들 수 있지.”

지난 토요일 페이스북에 한 여성에 대한 글을 올린 이후, 그녀의 심리 치료에 도움을 주고자 관할 동사무소 담당자와 의논했으며, 담당자가 그녀의 가족과 통화했습니다. 하지만 가족 측에서 현재 이 여성에게 아무 문제가 없으며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사를 밝혀 더 이상의 접촉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마음챙김의 시』를 펴낸 출판사 대표도 이 여성의 편지를 받고 그녀와 직접 통화하며 상황을 이해시키려 노력했습니다. 저 역시 계속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여러분의 염려와 빠른 치유를 기원하는 마음에 감사드리며, 그 마음이 모아져 한 여성의 정신에 환하고 건강한 빛이 채워지기를 바라겠습니다.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연민을 가지라.
그들이 원하지 않더라도.
영혼이 뼈와 만나는 저 아래쪽에서
어떤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지
당신은 모른다.

- 밀러 윌리엄스(미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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