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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지구별 여행자外_류시화님

아침의 시


이따금 마음의 고통이 그대를 습격해
그대의 기쁨을 부술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 더 깊은 기쁨을 위해
그대를 준비시키는 것이니.
그것은 그대를 사로잡고 있던 가짜 즐거움들을
모두 쓸어 가 버리고,
그대 가슴의 나무에서 변색된 잎들을
흔들어 떨어뜨린다.
초록색 새 잎이 그 자리에서 자랄 수 있도록.
그것은 행복의 묵은 뿌리를 잡아 뽑는다.
그 아래 숨은 새 뿌리들이
환희의 토양 속으로 뻗어 갈 수 있도록.
아픔은 그대의 가슴으로부터 많은 것을 빼앗는다.
훨씬 좋은 것들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도록.

- 잘랄루딘 루미 <이따금 마음의 고통이> (류시화 옮김)


어느새 겨울이 와 붉은 잎들이 공중에 흩날린다. 저기도 붉은 잎, 그 너머에도 붉은 잎들. 계절의 변화만이 아니라 대기 중에 얼어붙는 마음이 있다. 그렇다, 심적 고통은 우리의 심장을 흔들어 그동안의 가짜 기쁨들을 쓸어가 버린다. 강박적으로 그 공허를 다른 것들로 채우려 하지만, 부질없는 일이다. 기다려야 할 것이다. 더 큰 기쁨이 그 자리를 채울 것이니.

이따금 시는 내게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말해 준다. 살아서 아픔을 느끼고 상실을 겪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우리는 매일의 삶에 시적이고 철학적인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그러다 마음이 아플 때, 시에 의지하게 된다. 사랑을 포기할 때 우리는 무엇을 포기하는 것인가?

지금 나는 생의 더 많은 시간이 내게 주어지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경험하지 못한 어떤 진실을 놓칠까 두려워서가 아니다. 그런 진실은 없다. 그보다는 좋은 시를 더 많이 가까이하고 싶다. 좋은 사람과 헤어지기 싫은 것처럼. 그 둘이 나를 더 살도록 돕는다. 나는 두 사랑을 가졌어라.

무로 사이세이(1889~1962)의 <눈 내리기 전>이라는 시가 있다.

오직 만나고 싶은 생각만 가득해
빙초산처럼 격렬한 것이
가슴 깊은 곳 훑고 지나갈 때
눈 온다 외치는 소리 들리네
어느새 하얗게 된 지붕 위

보고 싶은 생각이 사무쳐 '가슴을 태우는 빙초산처럼 격렬한 것'이라는 극단적 표현과 조용히 지붕에 내려 쌓이는 눈의 대비가 선명하다. 감정이 소용돌이칠 때 허공에서 내려오는 눈이 아름답다. '눈 온다'는 소리 들리나 귀 기울이는 날들이다.


art credit_ChingYang T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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