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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생활 속의 수행_남상욱님

두 달 간의 유랑을 마치고...


예전에는 미얀마 선원에서 수행을 하고 인도에 가서 실참을 하는 식으로 여러 해를 보냈습니다. 이번에는 순서를 바꿔 한 달간 유랑을 먼저 하고 한 달은 선원에서 보냈습니다.

'마하시 위빠사나'에서 행선, 좌선을 한 세트로 하는 것에 착안하여 한 달간의 유랑은 행선처럼 하고, 한 달의 선원 생활은 좌선처럼 여기며 두 달간의 안거를 난 셈입니다.

유랑 생활에서는 외부 대상과 그것과 함께 일어나는 마음을 알아차림의 주공부로 삼았고, 선원에서는 자신의 몸(물질)과 마음(정신)에서 일어나는 형성표상들을 공부삼았습니다.

어떻든 이런 식으로 미얀마 '마하시선원'과 인도 등지에서 짧게는 두 달에서 길게는 대여섯달씩 보낸 안거와 실참이 이번에 일곱번째이니 대략 '칠 안거'를 보낸 셈으로 재가수행자로서 이만한 홍복도 없습니다.

유랑생활에서는 현지인들의 삶에 가까이 가기 위해 유명 관광지보다는 이름없는 작은 마을들을 찾아 다녔고, 그 곳에서 만나는 소박한 풍경들이 정겹고 좋았습니다.

먹는 것은 뒷골목 로컬식당의 싸고 맛있는 음식들에 늘 감사했고, 특히 미얀마에서 500원에 먹던 노점 국수 '모힝가'와 200원 하는 '짜이' 한 잔에 참 행복했습니다. 그러니 일부러 맛집이나 한국음식점을 찾아나설 일이 없었습니다.

자는 것 역시 게스트 하우스나 현지인들이 주로 머무는 숙소를 발 닿는 곳에서 즉석으로 취하니 몸뚱이 하나 눕히는 것에 대한 선택의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물론, 가끔은 '아고다'에 몇 만원 특가로 나오는 3성급 호텔에서 조식과 손바닥만한 수영장에서 개헤엄을 즐기는 호사를 누리기도 하였습니다.

오랜 배낭 여행의 습성이 몸에 베여 먹고 자는 것에 꺼둘리지 않고 스스로 선택한 가난과 불편함과 낯선 환경을 즐기는 여행자는 어디를 가도 편안하고 자유로운 법입니다.

대부분의 번뇌는 상황이 아니라 조건지어진 마음과 탐진치가 지어내는 환상이며, 물질과 정신으로부터 형성된 모든 것들은 일어났다 사라지는 실체없는 법임이 절절히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들녘의 바람처럼 집 없는 자 되었다가 집으로 돌아왔으나, 어느 것이 집이고 들녘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으니 이 집도 정녕 내 집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 안에 지어지는 집의 대들보가 산산조각나고 서까래는 부서져 더 이상 윤회의 집을 짓지 않을 때, 들녘이거나 선방이거나 진정한 거처가 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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