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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생활 속의 수행_남상욱님

발길을 다시 미얀마 수행처로



그동안 잘 먹고 잘 놀았다. 1년 중 대부분을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았으니, 한두 달 쯤은 스스로를 규율에 메어놓고 살아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진정한 자유는 메어있으나 풀려있으나 그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 법이고, '메임과 풀림'이 다 이름이고 마음일 뿐이다. 그러니 배낭 메고 다니는 것이나 선방에 틀어 앉는 것이나 실제로 다르지 않은 것인지 몸소 점검을 해 봐야 되겠다. 먹고 싶은 것 먹고, 자고 싶은 대로 자며 세속의 즐거움을 누렸으니, 욕구의 그 반대편에 서 보는 것은 또 얼마나 의미있는 일이겠는가?


세상은 송년이다 신년이다 떠들썩하겠지만, 이 물건은 그 반대 적멸의 방으로 간다. 이제 여행은 여기서 접고 곧바로 미얀마 행 비행기를 탄다. 지난 수년간 발 때 묻은 법당과 경행대가 있고 열반하신 스승의 가르침에 목이 메이는 그 곳 '마하시 선원'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팔계를 수지하고 오후 불식과 최소한의 수면만 유지하며, 그간 누렸던 탐욕의 마음을 돌아보겠다. 세상과 연을 잠시 끊고 온전히 한 물건을 살피겠다.


가난한 나라의 공짜 밥 먹으면서 촌각이라도 허튼짓 하지 않고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인연 닿는 날까지 열심히 공부하겠다. 비록 세속의 유발 불자일지라도 수행에는 승속이 없는 것이고 부처님 법은 제 입으로 맛을 봐야 진짜배기이거늘, 허구한 날 남의 밥에 콩알이나 세며 말로만 천하의 진리를 주무르는 입(口)수행자는 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진여(眞如)는 오고 감이 없다 하나 세간의 눈으로 한 해를 돌아보니 범사가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다. 무엇보다 부족한 이 물건을 늘 성원해 주신 페친 여러분들께도 한없이 감사하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소식 없더라도 그러려니 하시고,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며
미리 크리스마스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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