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 시대에는 툭하면 아라한이 되어버리더라고요.
경전이나 주석서 등을 살펴보면 그 시대에는 수천 명 혹은 수만 명의 아라한이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요즈음은 아라한 한 분 만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데 말이죠. 그때는 아라한이 되는 커트라인이 낮아 쉽게 통과했나 생각도 들고요. 제가 ‘아라한들의 깨달음의 노래(장로게경)’를 번역해 올리니까 어떤 분이 이런 의문을 제기하기에 여기 한 번 문제를 풀어보려고요.(장로게경이 호응이 별로네. 나름 좋다고 생각했는데, 장로게경을 멋있게 번역해보려고 했는데 여기서 접어야 겠다.)
첫 번째 이유로 옛날 분들은 SNS를 안 했다고 하더라고요. 인터넷, 유튜브, TV, 영화, 게임, 소설, 만화, 등과 같은 정신을 홀딱 빠지게 하는 엔터테인먼트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아무래도 정신이 맑았을 거 아니겠어요?
두 번째 이유로 옛날 분들은 과거생에 수행경력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장로게경의 주석서에 의하면,
“어느 붓다 시대에 비구가 되어 열심히 정진했는데 그때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어느 붓다 시대에 부처님을 만나 공양을 한 끼 올렸는데 그 공덕으로 천상계와 인간계를 윤회하다가 고따마 붓다 시대에 어느 성에 어느 귀족 가문에 태어났다.”
대체로 옛날 분들의 레퍼토리가 비슷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과거생에 깨달음을 성취할 원인과 조건을 만들었다는 거죠. 믿기 힘들다고요? 그러면 넘어가고.
세 번째 이유로 옛날 분들은 12년 또는 16년 동안 빡세게 머리 굴리는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머리에 열나게 두뇌를 풀 가동하는 훈련도 안 받았고요. 머리에 쥐 나게 문제 풀이나 대입시험을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런 개똥철학으로 생각을 계속 굴려야 하는 훈련을 안 받았으니 아무래도 정신이 맑았을 거 아니겠어요? 경쟁의식을 부추기고, 우등생과 열등생으로 갈라서 우월감과 열등감을 심어주고, 끝없이 욕망을 자극하고, 끝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현대교육을 받지 않았으니 아무래도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있지 않았겠어요?
네 번째 이유로 옛날 분들은 생존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머리를 끝없이 굴려야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현대와 상황이 아주 달랐다고 하더라고요. 열대 지방이 원래 땅은 비옥하고 씨만 뿌려놓으면 저절로 자라는 곳이기는 하지만 말이죠. 붓다 시대에는 인도 인구가 그리 많지 않아 노는 땅이 많았고 대부분 숲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삶에 여유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아무래도 탐욕이나 분노가 훨씬 적었을 거 아니겠어요? 마음이 덜 오염되었다는 뜻이죠.
다섯 번째 이유로 옛날에는 의료시설이 열악해서 툭하면 죽어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역병이 돌면 싸그리 죽어 나가는 거죠. 치안도 좋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강도에게 살해당해서 죽고, 전쟁으로 죽고, 하여튼 늘 죽음 가까이서 살았던 거 같더라고요. 그러면 죽음에 대한 경각심이 항상 있지 않겠어요? 그때는 사성제의 첫 번째 법칙인 괴로움의 진리를 굳이 설파하지 않더라도 다 몸으로 체험하고 있지 않았겠어요? 거기에 비하면 현대인들은 ‘삶은 괴로움이다.’라고 하면 ‘거 무슨 해괴한 말씀인가요? 삶이 왜 괴로워요? 얼마든지 즐기며 살 수 있는데요. 기분이 언짢으신가요? 그러면 나이트클럽에 가서 술이나 먹고 한바탕 신나게 춤이나 춰봐요. 기분이 풀릴 거에요.’라고 말할 거라고요. 그리니 어찌 존재에 대한 의문이나 깨달음에 대한 열망이 일어나겠어요? 옛날에 비하면 현대는 죽으려고 해도 맘대로 죽지 못하고, 괴로움이라는 것도 실감이 안 나고, 온갖 즐길 거리가 가득한 거의 극락세계에 살고 있다고요.
그리고 여섯 번째 이유로 뭐니뭐니 해도 옛분들은 행운의 시기에 태어났다는 거죠. 왜냐하면 스승이 붓다이시잖아요. 붓다를 스승으로 만났다는 것은 떼놓은 당상이죠. 거의 로또에 맞은 거죠. 이보다 더 확실한 이유가 있을까요?
그 외에도 알지 못하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거예요. 붓다의 가르침이 사라지지도 않았고, 옛날보다 더 쉽게 가르침에 다가갈 수 있고, 쉽게 수행에 관한 훌륭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인데 말이죠. 아마도 현대인들은 몸으로 체득해야 하는 것을 머리로 풀려고 해서 아라한이 되지 못하는 걸까요?
[출처 : 무념스님 포스팅, https://www.facebook.com/mahabhante/posts/59092498164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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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정법正法(변질되지 않은 붓다의 가르침)을 바르게 공부하고 더욱 철저하고 바르게 실천해야 하는 이유. . .
부처님이 가르치신 (변질되지 않은) 바른 수행(팔정도 바와나; 팔정도를 계발하는/닦는 수행), 즉 실라 바와나(계행)-사마디 바와나(정행, 사마타)-빤냐 바와나(혜행, 위빠사나)는 이해하기에 난해하거나 실천하기에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수행의 성취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변질되지 않은 팔정도 바와나에 대한 부처님 가르침을 부처님 제자들처럼 (예컨대 사리자나 주리반특처럼) 계행에서부터 철저하고 충실하게 실천해야 합니다.
천재라는 사리자나 바보라는 주리반특도 부처님이 가르치신 바른 수행을 계행에서부터 철저하고 충실하게 실천하여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