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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지구별 여행자外_류시화님

정원사가 있는 곳에 정원이 있다



<정원사가 있는 곳에 정원이 있다>


'정원사가 있는 곳에 정원이 있다.' 이 말을 나는 좋아한다. 지금은 문을 닫은 로스앤젤레스의 보디트리 서점에서 발견한, 내 삶에 많은 영감이 되어 준 한 문장이다. 진정한 정원사는 특정한 정원만 가꾸는 것이 아니라 가는 곳마다 정원을 창조한다. 세상이 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만들어 나가듯이, 정원이 우리를 정원사로 만들지는 않는다. 우리가 정원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 오리건주에서 선 공동체를 운영하는 잰 초젠 베이스는 한 일화를 전한다. 어떤 식물학자가 선원을 방문해서 선원 주위에 있는 식물들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 선원 주변을 걸어 다니는 동안 그 식물학자는 연신 행복한 탄성을 지르며 말했다.
"놀라워요! 빨간 월귤나무가 정말 커요!"
"세상에! 노랑제비꽃이 이렇게 많이 핀 건 처음 봐요!"

잰 초젠은 식물학자를 따라다니면서 그가 어디를 가든 그곳에서 반가운 친구들로 가득한 아름다운 정원을 발견하는 내면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낯선 선원에 혼자 와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치던 풀과 나무들을 재탄생시켜 선원을 독특한 정원에 둘러싸인 장소로 만들었다.

이 일화를 이야기하며 잰 초젠은 새를 관찰하러 다니는 새 애호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한다. 어느 곳에 가나 그들은 독특한 새들을 발견하고, 그 새들과 자신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며, 그럼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새들의 세상이 창조된다는 것이다.

내 젊은 시절 영혼의 나침반이 되어 준 스승 오쇼는 '명상은 분위기'라고 말하며, 명상 수행자는 어디서든 명상적인 분위기를 창조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특정한 장소만이 명상을 위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앉아 있는 곳 어디에서나 명상적인 분위기가 펼쳐져야 한다. 그런 사람이 진정한 명상 수행자다. 명상에 대한 나의 고정 관념을 깨뜨려 준 가르침이었다.

인도 전통 음악계의 살아 있는 전설 중 한 명인 성악가 찬눌랄 미쉬라는 공연에 앞서 청중에게 "이곳은 무대나 음악회장이 아니라 큰 신전입니다. 신이 우리에게 노래하는 재능을 주었으며, 우리가 부르는 노래는 모두 신에게 바치는 노래입니다.”라고 말한다. 그가 노래를 하고 있으면 실제로 무대 위에 신들이 내려와 듣는 듯한 착각이 인다. 진정 그런 마음으로 노래하기 때문에 신전이 창조되는 것이다.

또 한 명의 대가인 피리 연주자 하리프라사드 초우라시아는 연주회에서 앙코르 요청을 받자 이렇게 말했다. "내가 봄을 한번 불러오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작은 피리로 봄을 찬미하는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1월이어서 북인도의 밤이 몹시 추웠는데, 그 피리 연주와 함께 화사한 봄이 청중의 마음에 창조되는 경이를 느꼈다. 두고두고 잊히지 않는 경험이다.

진정한 왕이라면 그가 머무는 곳이 곧 왕궁이다. 마찬가지로 음악가들과 정원사와 새 애호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머무는 곳마다에서 어떤 세상을 창조하고 있는 것이리라. '나는 어떤 종류의 정원사인가?' 스스로 묻는 요즈음이다.


photograph_Diana Grebny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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