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장편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 비견되는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는 기원전 10세기 경에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긴 세월에 걸쳐 완성된 작품이다. 인도인들이 "인생의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이 <마하바라타>에 있다."라고 할 만큼 인간과 신, 삶과 죽음, 선과 악에 관한 내용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합친 것의 10배 분량으로 기록되어 있다.
중심 이야기는 바라타 왕조의 왕좌를 놓고 벌어진 친족 간의 다툼으로 시작된다. 왕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장남 드리타라쉬트라는 태어나면서부터 장님이었기 때문에 차남 판두가 왕위를 물려받았다. 드리타라쉬트라는 100명의 아들(카우라바)을 낳았고, 판두는 다섯 아들(판다바)을 낳았다. 이 아들들이 장성하면서 '장남이 왕위를 계승한다'는 원칙을 놓고 갈등이 일어났다. 판두가 죽자 카우라바 형제들은 자신들의 아버지가 원래 장남이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왕좌를 물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판다바 형제들은 선왕이 자신들의 아버지이므로 왕위를 물려받을 자격은 자신들에게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원로들과 친척들의 중재로 왕국을 반으로 나눠 통치하기로 합의했으나 카우라바들은 만족하지 않았다. 그들의 계략에 말려 주사위 놀이에서 왕국을 포함한 모든 걸 잃은 판다바 형제들은 내기의 조건대로 왕국에서 추방되어 13년 간 온갖 고행과 모험을 하며 떠돈다. 마침내 정해진 기간이 끝나고 귀환을 시도하지만 카우라바들의 또 다른 속임수에 의해 좌절되자,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양측은 군사를 모아 현재의 델리 부근에 있는 쿠루크세트라 들판에서 진영을 가다듬었다. 이때 카우라바 형제 중 맏이인 두료다나와 판다바 형제의 셋째인 아르주나는 친척인 크리슈나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신의 화신인 크리슈나는 말했다.
"나와 잘 훈련된 나의 만 명의 병사 중 하나를 선택하라."
이에 두료다나는 만 명의 병사를 선택했고, 아르주나는 크리슈나를 선택했다. 크리슈나는 무기를 들고 싸운 것이 아니라 아르주나의 마부로만 참가했다. 그리고 18일 동안 벌어진 대전투에서 크리슈나의 지지를 받은 판다바 형제들이 승리를 거두었다.
신화는 말하고 있다. 신이든 인간이든 단 한 명의 진정한 지지자를 갖는다면 인생의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수만 명의 병사를 가지고 있다 해도 그들은 명령과 의무 때문에 당신을 따르는 것에 불과하다. 언제든 쿠르크세트라 들판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온 마음을 다해 당신을 지지하고 당신의 마부가 되어 주는 사람, 전생에서 이어져 온 것처럼 변함없이 당신 편인 사람을 단 한 명이라도 갖고 있다면 어떤 고난도 물리칠 수 있다. 군중 대신 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신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painting_Maroco Michi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