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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지구별 여행자外_류시화님

로종 - 마음의 반응 방식


삶에서 누군가의 부당한 비난과 공격을 어디까지 참고 견뎌야 하는가? 그것에 맞서 싸울 것인가, 아니면 마음 수행의 기회로 삼을 것인가? 왜 동일한 문제 앞에서 어떤 사람은 무너지는데 어떤 사람은 평정을 유지하는가?

인도의 보리달마가 중국에 선을 전했듯이, 아티샤는 티베트 불교에 중요한 역할을 한 벵골 출신의 승려이다. 티베트에는 7세기에 불교가 전파되었으나, 9세기 경 토착 신앙을 믿는 잔인한 왕 랑드라마의 탄압으로 쇠퇴의 길을 걸었다. 11세기에 이르러 여러 수행자들이 인도로 건너가 공부하고, 인도인 스승들과 교류하면서 불교가 다시 꽃피어나기 시작했다. 이 스승들 중에서 으뜸 가는 이가 아티샤였다.

당시 인도에서 티베트까지의 여정은 몇 달 동안 걸어서 거친 밀림과 4,500미터 높이의 협곡을 통과해야 하고, 때론 강도들도 상대해야 하는 고행길이었다. 아티샤는 이름난 학자이자 마음 공부에 관한 한 최고의 교사였다. 티베트 왕에게 정식으로 초청받아 그들의 넘치는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열두 해를 지내고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아티샤에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티베트로 떠날 때 아티샤는 인도인 요리사 한 명을 데리고 갔다. 이 요리사는 성격이 고약해 누구와도 문제를 일으켰다. 그의 거친 말투와 무례한 행동에 동행한 티베트인 수행자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요리사의 안하무인한 태도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스승 아티샤에게도 걸핏하면 비난을 퍼부었다. 위대한 스승이 그토록 불량한 수행원을 데리고 다니는 이유를 티베트인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히말라야를 넘는 힘든 여정만으로는 부족하단 말인가?

하지만 아티샤는 요리사의 행동에 화를 내거나 평정을 잃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험난한 여행에 따라나선 그를 애정으로 감싸곤 했다. 마침내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사람들은 아티샤에게, 티베트에 가면 충실하게 봉사할 사람이 많이 있으니 그 요리사를 해고해 인도로 돌려보내자고 요청했다.

아티샤가 말했다.
"그는 나의 요리사이면서 동시에 나의 스승이다. 그가 없으면 나는 누구와 인내 수행을 하겠는가? 나에게는 그가 필요하다."

그 한마디로 아티샤는 수행자들에게 현실의 문제를 마음 수행의 도구로 삼는 자신의 방법을 분명하게 예시해 주었다. 모두가 아티샤를 존경하고 극진하게 대하기 때문에 그 모욕적인 요리사는 에고가 커지는 것을 막아 주는 수행의 중요한 자산이었던 것이다.

아티샤의 이 접근법은 티베트의 대표적인 마음 수행법 중 하나인 '로종'을 탄생시켰다. 문제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문제에 대한 태도, 즉 '마음의 반응 방식'이 행복과 불행을 결정한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 로종이다. 고통에서 해방되는 길은 고통의 근원이 외부가 아니라 나의 내면에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로종은 오늘날 티베트 불교를 넘어 서양에서도 '마음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수행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문제는 요리사만이 아니었다. 요리사의 행동에 자극받아 분노하거나 인내심을 잃는 마음에도 있었다. 나 자신의 경험에서도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의 비난은 서서히 커져 가는 에고를 견제하고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것들을 들여다보는 좋은 스승이었다. 바깥의 '나쁜 날씨'를 안으로 끌여들여 '나쁜 날'을 만드는 것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날씨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날씨에 대한 반응'을 바꾸는 것은 가능하다.

로종이 무엇인지 전혀 몰라도 그 명상법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다. 그러나 비를 맞고 서서 축축함이 단지 마음에서 오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문제를 회피하고 삶으로부터 멀어지는 길이다. 현실에 대해, 혹은 현존하는 것들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것은 진정한 수행이 아니다. 매 순간 깨어 있음이 필요한 이유이다.

한 스승이 제자와 함께 여행하다가 폭력적인 남자아이들과 마주쳤다. 아이들은 뒤에 떨어져서 걷는 제자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며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마을을 지나 강가에 이를 때까지 그런 공격이 이어졌다. 이윽고 스승과 제자는 강을 건너기 위해 배에 올랐다.

아이들도 다른 배에 올라타고 따라왔다. 강 한가운데 이르자 아이들이 탄 배가 뒤집혀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전체 상황을 지켜보던 스승이 제자의 뺨을 후려쳤다. 제자는 어안이 벙벙했다. 자신은 아이들의 놀림에 화를 내지도 않았고 전혀 마음의 동요를 보이지 않았었다. 그래서 훌륭한 수행자라고 생각했는데 스승이 그를 혼낸 것이다.

아이들이 허우적거리는 곳으로 배를 몰고 가게 하면서 스승이 제자에게 말했다.
"저 아이들이 탄 배가 침몰하는 것은 그대의 책임이다. 그들의 잘못된 행동에 그대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나쁜 카르마를 쌓게 되었다. 그대가 그들의 나쁜 카르마를 막아 줄 자비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하늘이 그들을 벌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 스승은 덧붙였다.
"지혜로운 분노는 축복이다."


photograph_Phil Bor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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