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조화 속의 길
좌선을 할 때 눈을 감으면 주의가 내면으로 향한다. 주의를 호흡에 집중하고 모든 감정과 알아차림도 그곳으로 모은다. 마음이 혼란에 빠져 집중할 수 없을 때는 최대한 크고 깊게 숨을 들이쉰 다음,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까지 내뱉으라. 수차례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져 마음은 모든 외적인 것을 버리고 알아차림이 견고하게 세워진다.
마음이 정화될수록 호흡도 정화된다. 모든 감흥이 또렷하게 느껴진다. 여기서 계율과 선정, 지혜가 솟는다. 바로 이것을 ‘조화 속의 길’이라 부른다. 마음속에 이러한 조화가 있는 한 혼란은 없으며 모든 것은 하나가 된다. 이것이 선정이다.
호흡을 오래 관찰하다 보면 호흡의 의식이 멈추고 아주 희미한 의식만 남게 된다. 이제 무엇을 명상해야 할까? 오직 우리의 앎, 즉 호흡이 없음을 깨닫도록 명상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안정적인 형태의 선정이다.
계율, 선정, 지혜는 하나의 원과 같다. 마음이 고요하면 지혜와 선정의 에너지로 평정과 자제심이 생겨나고 그 마음이 보다 평화로워지고 정제되면 계율도 계발된다. 계율이 계발되면 이것은 다시 선정의 계발을 돕고 선정이 견고하게 확립되면 지혜가 떠오르는 것을 돕는다. 결국에는 길이 하나로 통합되어 항상 제 기능을 수행한다.
마음이 고요해지고 고요가 충분해지면 우리는 거기에서 나와 외부 활동을 관찰해야 한다. 고요한 마음으로 밖을 바라보면 지혜가 떠오른다.올바른 선정에 들면 고요의 정도와 상관없이 깨어있음이 있다. 완전한 알아차림과 분명한 이해가 있다. 바로 이것이 지혜를 만드는 선정이다.
지혜가 있으면 감각적 경험의 본질을 꿰뚫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결코 따라가지 않는다. 지혜가 있는 마음은 마음을 고르거나 선택하지 않는다. 지혜로부터 오는 평화는 행복은 물론 불행의 진리까지 보기 때문에 어떤 상태에 대한 집착이 일지 않는다.
- <아잔 차의 마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