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장 자연의 이치를 따르라
수행은 직접 체험하고 깨달아야 한다. 명망있는 학자들은 초선, 제2선 등 정리하지만, 심오한 평화에 도달한 마음은 글로 기술된 이론으로 알 수 없다. 좌선하다 마음이 평정에 이르면 ‘초선일거야’하는 순간 평정이 깨어지고 만다. 마음에는 표지판이 없다.
수행의 속도는 우리의 통제권 밖에 있다. 나무를 심었다고 생각해 보라. 나무는 어느 정도의 속도로 자라야 하는지 스스로 알고 있다. 우리가 천천히 자라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미혹이다. 그저 우리가 할 일을 한다면 그에 따르는 결과가 있을 것이다. 땅을 파서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고 해충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이 해야 할 일이다. 그 뒤로는 믿음이 필요하다. 나뭇가지를 잡아당겨 더 빨리 자라게 할 수 없다. 그것은 자연의 이치가 아니다. 우리가 할 일은 물과 거름을 주는 것뿐이다. 수행할 때도 마찬가지로 마음을 편히 가져야 한다.
이번 생에 깨달음을 얻는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다음 생까지 기다려야 한다 해도 상관없다. 우리에겐 법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다. 그 과정이 빠르거나 느리게 진행되는 것은 우리의 타고난 능력, 정신적 성향, 지금껏 쌓아온 공덕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으로 수행을 하면 평화롭게 수행할 수 있다. 말이 끄는 수레를 탈 때 수레를 말 앞에 세워서는 안 된다. 마음이 앞서서 가야지 결과를 재촉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수행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해하고 놓아버려야 한다. 타고난 능력, 정신적 성향, 쌓아 온 공덕에 따라 저절로 성숙되도록 내버려 두고 그저 해야할 일을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