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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생활 속의 수행_남상욱님

과정이 공부이고 여행이다



배낭 메고 집 나온지 보름 남짓 되었다.
오는 날부터 감기 몸살이 꽤 심했지만 여행중 흔히 있는 일인지라 그냥 아팠을 뿐 큰 괴로움은 없었다.

워낙 촌뜨기 빈농 출신이라 불가에서 금하는 음식 빼고는 무엇이든 잘 먹는 체질이니, 어느 나라에 가든 현지 음식에 바로 체적화되니 이것도 타고난 복이다.

참 자유로운 여행이지만 혼자 개척해 나가는 여행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장거리 이동에서 버스와 택시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늘 번거로운 일이다.

좋은 구경하며 먹고, 놀고 즐기자는 여행에서 불편은 곧 불만이다. 그러나 뭔가 이해하고 통찰하고자 하는 여행자에게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배움이고 여행 그 자체이다.

무엇보다 여행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본다. 목적과 기대에는 실망과 좌절이 있지만 과정에 의미를 두면 그 모든 것과 친하게 지낼 수 있다.

경치좋은 곳에 가는 것이 목적인 사람에게 버스나 기차의 기다림은 지루함 그 자체이겠지만, 과정을 즐기는 이는 그 기다림에서 여러 풍경을 보고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가다가 넘어지면 넘어진 김에 놀다가면 되고, 동가식 서가숙하며 먹고 자는 것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니 걸릴 것이 없다. 어딜가나 사람사는 곳인지라 딱히 좋고 싫음도 없고 그 곳의 특징을 즐기면 그 뿐이다. 

여행 중 사진을 거의 찍지 않으니 보여 줄 것도 없고, 마음 들여다 보는 공부를 하다보니 여행 글 치고는 느낌과 감정이 참 건조하다. 

야호, 하며 들뜬 마음으로 자랑할 마음도 없고, 모든 존재가 자기의 언어로 자기 삶을 노래하니 달리 할 말 또한 없다. 

일신의 안빈낙도와 달리 하루도 조용한 날 없는 나라 소식과 추위에 고생하는 분들께 그저 송구스런 마음뿐이다.
모두 각자 계시는 자리에서 평화롭고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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