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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無心님의 불교이야기

삼매[Samādhi] 계발 수행 실참(實參)

삼매(三昧)는 부처님이 사용한 고대인도어 '사마디(Samādhi)'를 한문으로 음사한 것이다. 부처님은 삼매(사마디) 상태를 경험하게 하는 수행(수련, 훈련)을 '사마디(삼매) 바와나(계발 수행) = 사마타'라 칭하셨다. 부처님은 팔정도를 '바와나(계발 수행)'의 측면에서 세 부분으로 그룹핑하여 가르치셨는데, 삼매(사마디) 계발 수행을 지칭하는 사마타(사마디 바와나)는 '정정진(바른 노력/정진), 정념(바른 사띠), 정정(바른 삼매)' 바와나를 통칭한 것이다.

부처님은 삼매를 색계(호흡과 같은 물질적 요소를 집중 대상으로 한) 삼매와 무색계(허공과 같은 비물질적 요소를 집중 대상으로 한) 삼매로 구분하시고, 색계 삼매를 자나jhāna(선禪; 선禪은 자나..선나..선으로 변천된 자나의 한문 음사)라 칭하셨다. 한문 경전에서는 대개 자나를 선정禪定이라고 번역하는데, 정定(고요할/안정할/평정할 정定)은 사마디를 한문으로 뜻번역(의역)한 것이니, 엄밀히 말하면 선정禪定은 '자나사마디'(선삼매禪三昧)다. (우리에게는 선정이라는 말이 익숙하니, 이하 '색계 삼매, 자나'를 '선정 또는 선정 삼매'로 표기함)

부처님은 선정禪定(선정 삼매)을 계발하는 수행의 집중 대상은 반드시 탐진치를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 당신이 가르치신 여러 가지 집중 대상(까시나) 중에서 호흡(아나빠나)이 가장 수승(훌륭)하다고 추천하셨다. 즉 부처님은 '아나빠나anapana 사띠sati'를 통해서 바른 선정 삼매를 계발하는 방법을 가장 추천하셨다.

부처님이 사용하신 고대인도어 '사띠sati'는 부처님 가르침(설법; 법法을 설명함)에서 '전념함, (되)새김, 기억함, 전념하여 또는 마음챙겨 알아차림, 빠자나pajāna(or 삼빠자나sampajāna; 대상을 바르게 알아차림, 빤냐로 봄/앎), 깨어있음' 등의 의미로 사용된다.

고대인도어 '사띠sati'를 3~4세기 경 중국에서는 '념念'이라고 한문으로 번역했다. 한문(중국어) 념念은 '지금(今)+마음(心)'의 합성어다. '사띠sati'를 한글(한국어)로 번역하면, 지금(현재 순간)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또는 작용)을 '전념하여(바르게 기억하여 또는 바르게 새겨) 마음챙겨 알아차림' 정도로 표현하면 유사하다

참고로 영어 경전에서는 '사띠sati'를 'mindfulness(주의깊음, 마음챙김), memory(기억함), recognition(알아차림), consciousness, intentness of mind, wakefulness(깨어있음) of mind, alertness, lucidity of mind, self-possession, self-consciousness' 등으로 번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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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정 삼매를 계발하는 수행과 사띠의 두 가지 측면

선정 삼매를 계발하는 수행은 '대상에 대한 고요한 안정'과 '대상에 집중하는 마음의 명료함'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갖고 있다.

선정 삼매를 계발하는 수행에서 사띠는 '대상에 전념함(대상에 마음챙김, 대상을 기억함)'과 '대상을 알아차림'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갖고 있다.

부처님이 팔정도의 한 부분으로 가르치신 '삼마samma 사띠sati'(정념正念)는 한문으로 번역할 때, '정전념正專念(or 정억념正憶念) + 정지正知' 또는 '정념지正念知' 정도로 번역하는 것이 사띠의 두 가지 측면을 보다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다.

즉, 삼마samma 사띠sati = '정전념正專念(대상에 대한 바른 전념, 대상에 대한 바른 마음챙김, or 정억념正憶念; 대상을 바르게 기억함, 대상을 바르게 새김)' + '정지正知(대상을 바르게 알아차림, 삼빠자나sampajā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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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선정 삼매를 계발하는 수행의 핵심요령

- '대상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과 '대상을 명료(선명, 또렷)하게 하는 방법' 이 두 가지를 반드시 정교하게 반복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 대상에 고요히 머물러 마음이 안정(대상에 고요히 안주)되면 혼침(대상이 명료하지 않음)이 발생하므로 선명(또렷)해지도록 해야 한다.

- 이때 대상을 너무 선명(또렷)하게 하려고 하면 도거(들뜸, 대상에 고요히 안주하지 못함)가 발생하므로 다시 대상에 고요히 안주하도록 해야 한다.

- 이런 과정을 정교하게 반복하면 점점 더 고요하고 명료하게 대상을 사띠하게 된다.

(눈을 감고 수행하는 경우, 혼침이 올 때 잠시 눈을 뜨거나 반개하고 하면 매우 효과 있음. 눈을 반개하고 수행하는 경우, 혼침이 올 때는 눈을 더 크게 뜨고, 도거가 오면 눈을 더 내리 뜨고 하면 효과 있음)

- 전념력은 대상에 계속 머물게 하지만, 정지력正知力은 도거와 혼침이 일어나는지도 알아차린다.

- 수행의 어느 시점(단계)에 어떤 정도의 도거와 혼침이 발생하는지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알아내야 한다.

- 사실 사띠의 두 가지 측면인 전념력과 정지력은 상호 보완적이다. 전념력이 강해지면 정지력도 역시 강해지고 정지력이 강해지면 전념력도 강해진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이 두 가지를 균형(balance)을 이루면서 발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 종국에는(선정 삼매에 든 상태에서는) 전념력과 정지력, 즉 대상에 대한 고요한 안정과 대상에 집중하는 마음의 명료함, 이 두 가지는 서로 상호 상승되면서 하나로 통합된다. 즉 선정삼매 상태에서는 고요한 안정과 집중의 명료함은 일체(심일경성)로써 나타난다.

- 네 번째 선정(4선정) 삼매 상태에 도달하면 즐거움(숙카)도 괴로움(둑카)도 벗어난(초월한) 평정심(우빽카) 상태의 심일경성(에깍가따; 마음이 완전히 한 곳으로 고요히 모여 있는 상태, 마음의 순수 고요집중 상태, 순수 고요집중의 사띠 상태)만 남게 된다. 4선정 삼매 상태를 통해서 평정심(우빽카)와 고요집중의 사띠 능력이 극대로 계발된다.

바른 선정 삼매를 닦는다는 것(바른 선정 삼매를 계발하는 수행)은 악기줄을 조율(튜닝)하여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것처럼 마음이라는 악기(심금心琴)를 다루는 그야말로 예술(art; fine skill, superior skill, 매우 정교하고 뛰어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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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적절한 수행 시간

- 초보자는 수행을 짧게(짧게 수행하고 바르게 끝낼 수 있게), 자주 많이 하는 것이 좋다. 선정 삼매를 계발하는 수행에 대한 이해와 수행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처음부터 수행 시간을 길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짧게 수행하고 바르게 멈출 수 있다면 다음번에도 수행하기를 즐기게 되지만 그 반대면 은연중에 싫증을 내게 되기 때문이다.

- 수행 시간이 자신의 현재 능력보다 길면 혼침과 도거가 일어나 선정 삼매 상태를 일으키기 어렵다.

- 수행을 끝낼 때는 반드시 맑고 고요한 상태로 끝을 내야 한다. 도거, 혼침 상태로 끝내면 안 된다.

- 이전의 상태가 맑게 끝내야 그 다음 번에도 맑은 상태로 시작 할 수 있다.

- 도거, 혼침 상태에서 수행을 끝내려고 마음먹으면, 일단 수행을 멈추고 짧은 시간 동안 몸과 마음을 재정비(예컨대, 앉은 채로 눈을 뜨고 몸을 약간 움직이고 심호흡 등을 함)하여 도거, 혼침이 없는 상태로 만들어서 다시 수행을 잠시 더 하고 맑고 고요한 상태로 끝낸다.

- 수행을 끝내고 1~3분 정도 수행을 반조한 후 자리에서 일어난다.

- 수행 반조 : 수행 중의 도거와 혼침에 대한 반조. 수행 중의 어느 시점(단계)에 어떤 정도의 도거와 혼침이 발생했는지, 어떻게 벗어났는지.. 등등을 반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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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선정 삼매를 계발하는 수행을 방해하는 장애 요소 : 도거 & 혼침

마음의 다섯 가지 장애, (1)감각적 욕망, (2)악의, (3)회의적인 의심, (4)도거, (5)혼침은 선정 삼매의 계발을 방해하는 요소이다. 선정 삼매를 계발하는 수행의 실천적인 관점에서 보면 (1)~(4)는 도거(들뜸)의 범주에 포함된다. 선정 삼매를 계발하는 수행 중에 발생하는 거칠거나 미세한 도거와 혼침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A) 도거(놓침, 들뜸) : 거칠게 또는 미세하게 집중대상(호흡)에 안주(안정)하지 못하고 고요히 머물지 못함

- 집중 대상을 놓침

- 거친 또는 미세한 망상(집중 대상 이외의 딴 생각), 감각(5감각+생각)에 대한 거친 또는 미세한 욕망(탐), 감각(5감각+생각)에 대한 거친 또는 미세한 악의(성냄; 진), 거친 또는 미세한 회의적인 의심(치)

B) 혼침(흐릿함) : 거칠게 또는 미세하게 대상이 명료(선명, 또렷)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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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육력六力 : 수행의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여섯 가지 힘

(1) 문력問力 : 들은 힘, 즉 '변질되지 않은 경전(부처님 설법)'(정법正法)을 읽거나 들어서 생기는 힘을 말한다. 문혜問慧(들은 지혜; 수따-마야-빤냐, 정법正法을 들어서 생기는 지혜)를 계발해서 생기는 힘

(2) 사력思力 : 문혜를 깊이 사유해서 더 깊이 기억하는 힘을 말한다. 평상시 깊게 사유해야만 수행 시 대상을 쉬 놓치지 않는다. 사혜思慧(사유지혜; 찐따-마야-빤냐, 正法을 깊이 사유해서 생기는 지혜)를 계발해서 생기는 힘

(3) 전념력專念力 : 대상에 전념해서 바르게 기억하는 힘을 말한다. 전념해야만 대상을 놓치지 않는다.

(4) 정지력正知力 : 대상을 바르게 알아차리는 힘이며 도거나 혼침이 왔을 때에도 똑바로 알아차리는 힘을 말한다. 도거, 혼침이 왔을 때 즉시 바로 알아차려야 쉬 벗어날 수 있다.

(5) 정진력正進力 : 즐거운 바른 노력으로 정진하는 힘. 수행의 진전 단계에 따라 정교하게 마음을 바르게 조율하여 도거와 혼침을 제거하는 노력을 말한다. 수행이 깊어짐에 따라 노력조차도 놓아버리는 것이 바른 노력인 단계도 있다. 수행이 깊어질수록 나(我)의 의지의 표현인 노력조차도 미세한 집착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6) 관습력慣習力 : 수행에 대한 습관의 힘을 말한다. 수행(수련, training)에 익숙해짐으로써 생기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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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선정 삼매를 계발하는 수행과정의 도식적인 단계별 진행 가이드

[I-A] 거친 도거 : 수행 초기 단계에 발생하는 '집중 대상을 놓침(잃어버림)'

- 마음이 흐트러져 대상을 놓친(잃어버린) 상태
- 전념하여 마음의 흐트러짐을 가라앉혀 대상에 안주시킨다.
- 수행 시 가장 큰 허물은 집중 대상을 놓치는 것(거친 도거)이다.
- 수행 시작 시 "마음을 집중대상 이외에 그 어떤 것에도 흩어지지 않게 하리라"고 굳게 다짐하여 대상에 강하게 전념(마음챙김, 바르게 기억함, 바르게 새김)한다.
(전념 : 대상을 항상 기억하여 잊지 않는 것. 마음을 대상에 고정시키는 것)

- 마음을 전념해도 흐트러져 대상을 놓칠 때
- 도거(들뜸)의 부정적인 결과를 사유함으로 가라앉힌다.
- 개인적으로 매우 슬펐던 기억(예컨대, 부모, 형제, 배우자, 자식의 죽음 등)을 잠시 떠올리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된다.
- 제행무상, 제행개고, 죽음, 윤회세계의 고통, 번뇌의 괴로움, 망상의 덧없음 등을 떠올린다.
- 평상시 사혜思慧(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정법을 사유해서 생기는 사유지혜)를 닦는 수행을 많이 했다면 거친 도거를 일으키는 망상이 일어날 때 바로 그 즉시 마음이 안정될 것이다.
- 거친 도거가 가라앉으면 대상에 안주했다는 생각을 일으켜 마음에 각인한 다음에 다시 계속 전념을 유지하는 것이 요령이다.

- 거친 도거를 제거하지 못했을 경우, 일단 수행을 멈춘 후 짧은 시간 동안 몸과 마음을 재정비해서 도거가 없는 상태에서 전념하여 다시 수행을 잠시 더 하고 끝낸다.
- 싫증이 난 상태에서 계속 무리해서 수행하게 되면, 방석만 봐도 피곤하게 되니 역효과가 발생한다.
- 초보자는 시간이 짧더라도 도거와 혼침이 없는 상태로 고요하고 명료하게 집중을 하는 게 좋다. 초보자는 수행을 짧게(짧게 수행하고 바르게 끝낼 수 있게), 자주 많이 하는 것이 좋다.

[I-B] 거친 혼침 : 수행 초-중반 단계에 발생하는 '대상이 선명(또렷)하지 않거나 가라앉아 보이지 않음'

- 거친 도거가 가라앉아 어느 정도 대상에 안주하면 혼침의 장애가 생기기 시작한다.
- 대상에 대한 정지력正知力을 높여서 대상을 또렷이 알아차린다.

- 혼침은 어리석음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 혼침이 오면 그 즉시 정지正知로써 알아차려야 한다.
- 대상에 머문 채로 혼침에 빠졌는가?(대상이 또렷한가?)를 중간 중간 수시로 정지正知한다.

- 마음을 전념해서 정지正知해도 대상이 선명하지 않거나 가라앉아 보이지 않을 때
- 잠시 즐거운 대상을 관상함으로써 침체된 마음을 북돋아준다. 자비의 빛(예컨대, 자신의 심장이나 마음에서 연꽃이 피어 매우 밝은 빛이 팟! 소리와 함께 정수리로 뿜어져 나와서 하늘 높이 올라간 후 천지에 자비의 빛이 퍼지는 것 등)을 관상하거나 선정 삼매 성취의 공덕을 떠올려 마음을 격려해서 혼침이 제거되면 다시 수행한다.
- 이렇게 해도 혼침이 심하거나, 자주 온다면 수행을 잠시 멈추고 몸과 마음을 재정비(예컨대 앉은 채로 눈을 뜨고 몸을 약간 움직이고 심호흡을 함 등)하거나 찬물로 세수, 간단한 요가, 청소, 경행 등을 한 후 혼침이 사라지면 다시 수행한다.
- 평상시 자비의 빛(예컨대 연꽃중심의 노란 꽃가루에서 방사되는 자비의 빛, 촛불, 태양, 마음이나 심장에서 방사되는 자비의 빛 등)을 관상하는 버릇을 들이면 도움이 된다.

[II-A] 미세한 도거 : 수행 중-후반 단계에 발생하는 '대상을 놓치지는 않았으나 미세하게 산란한 마음이 일어남. 마음이 미세하게 고요하지 않음'

- 대상을 의도적으로 너무 또렷이 알아차리려고 지나치게 노력하면 미세한 도거가 발생한다.
- 마음을 너무 조여서(대상을 너무 또렷이 알아차리려고 해서) 생기는 것이므로 약간 풀어줘야 한다.(예컨대 '고요히 내버려두기 명상' 등을 한다)
- 이러한 방법 등이 도움이 안 되고 해결이 안 되면 거친 도거로 발전한다.

- 도거란 감각(5감각+생각)에 대한 욕망(갈망)의 한 부분이므로, 망상(헛된 생각)을 싫어(혐오)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 도거가 너무 힘이 세거나 길어지면, 잠시 수행을 쉬고 염리심(싫어하는 마음)을 닦는 것이 필요하다.
- 제행무상, 제행개고(망상/산란은 고통의 근원이다. 번뇌다.. 등)를 사유하는 등 평상시에 사혜思慧(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정법을 사유해서 생기는 사유지혜)를 닦는 수행을 많이 했다면, 삼매 계발 수행 시 망상이 떠오를 때 바로 그 즉시 마음이 안정될 것이다.

[II-B] 미세한 혼침 : 수행 후반 단계에 발생하는 '대상에 고요히 잘 안주된 상태이나 대상의 명료함(또렷함)이 미세하게 약함'

- 마음이 고요해지면 미세한 혼침이 발생한다.
- 고요한 상태에서 정지력正知力을 약간 키운다.
- 이때 정지력正知力을 너무 높이면 미세한 도거(들뜸)가 다시 발생한다.
- 비파줄을 조율할 때처럼 적당한 때에 적당히 반복해서 조율(튜닝)해야 한다.

※ 매우 미세한 혼침
- 매우 미세한 혼침 상태를 선정 삼매 상태로 착각하는 큰 위험이 있을 수 있으므로 특히 조심해야 한다.
- 이것이 가장 나쁜 상황이다. 그 상태를 알아차리기가 너무 어려워서 선정 삼매 상태로 오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미세한 혼침 상태로 오랫동안 머문다면 마음이 점점 집중되고 호흡이 미세해진다고 하더라도 명료함은 점점 더 둔해져 멍청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미세한 혼침에 지배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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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선정 삼매를 계발하는 수행과정의 도식적인 아홉 단계

우리 마음은 여러 가지 대상을 쫓아 이리 저리 밖으로 달아나기 때문에 아래 구주심九住心의 각 단계는 그런 마음을 길들이는 관점에서 각 단계별 명칭이 붙여졌다. 즉 밖으로 이리 저리 달아나던 마음을 차츰 차츰 안에 머물게 하는 노력과 그 마음 상태에 대한 각 단계별 명칭이다.

1) 내주심內住心 : 항상 밖을 향하던 마음을 안(호흡)쪽으로 향하게 함
2) 속주심續住心 : 안으로 향하게 하는 마음을 지속시킴
3) 해주심解住心 : 안으로 향하지만 틈틈이 밖을 향하던 마음조차 해소시켜 안으로 향하게 함
4) 근주심近住心 : 밖으로 향하던 마음이 대상(호흡)에 근접하게 고정되어 이젠 안쪽으로 향하려고 함.
5) 복주심伏住心 : 마음이 조복되어서 항상 안으로 향하려고 함
6) 식주심息住心 : 밖으로 향하던 마음이 쉼
7) 멸주심滅住心 : 밖으로 향하려던 마음이 거의 다 멸함
8) 성주심惺住心 : 성성적적惺惺寂寂히 깨어 있어 조금만 노력해도 대상에 머묾
9) 지주심持住心 : 노력 없이도 마음이 지속적으로 대상에 머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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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주심九住心은 초선정 삼매 상태에 이르기까지 진행되는 선정 삼매를 계발하는 수행의 진행과정을 티벳불교에서 도식적인 아홉 단계로 나누어서 설명한 것이다. 자신의 수행단계를 이 아홉 단계와 대비해보면서 수행에 참조하면 도움이 된다.

(1) 내주심內住心 : 항상 밖을 향하던 마음을 안(호흡)쪽으로 향하게 함.

집중보다 산란/도거가 아주 아주 길다. 혼침과 도거가 아주 심한 단계로 잠시 잠깐 집중대상에 머물고, 오랫동안 머물지 못한다.

평상시에 선정삼매를 계발하는 수행에 관한 바른 정보(경전, 설법 자료)를 많이 보고 듣고 사유해서 문혜聞慧(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정법을 들어서 생기는 들은 지혜)와 사혜思慧(정법을 사유해서 생기는 사유지혜)를 키우면 도움이 된다.

(2) 속주심續住心 : 안으로 향하게 하는 마음을 지속시킴.

이전 단계보다는 좀 더 집중대상에 오래 머물지만 여전히 혼침과 도거가 심하고 집중 시간보다 산란/도거 시간이 길다.

평상시와 수행 전후에 삼매 성취의 공덕을 자주 깊게 사유한다. 그리고 평상시에 선정 삼매를 계발하는 수행에 관한 바른 정보(경전, 설법 자료)를 많이 보고 들은 것을 깊이 자주 사유해서 기억(각인)하는 사혜思慧(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정법을 사유해서 생기는 사유지혜)를 기억하는 힘(사력思力)을 키우면 도움이 된다.

(3) 해주심解住心 : 안으로 향하지만 틈틈이 밖을 향하던 마음조차 해소시켜 안으로 향하게 함.

이전 단계보다는 집중시간이 더 길어지고, 도거시간이 짧아진 상태이나 때때로 집중대상을 놓친다.

(4) 근주심近住心 : 밖으로 향하던 마음이 대상(호흡)에 근접하게 고정되어 이젠 안쪽으로 향하려고 함.

집중 대상을 놓치지 않으나 아직 거친 혼침(멍해진 상태, 대상이 흐릿한 상태)이 있다. 어느 정도 대상에 잘 안주하면 혼침의 장애가 생기기 시작한다.

(5) 복주심伏住心 : 마음이 조복되어서 항상 안쪽으로 향하려고 함.

거친 혼침은 없어졌으나 미세한 혼침(대상의 또렷, 선명함이 미세하게 약한 상태)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마음이 대상 안으로 너무 안주하면 미세한 혼침이 온다.

(6) 식주심息住心 : 밖으로 향하던 마음이 쉼.

미세한 혼침의 우려는 없어졌으나 미세한 도거기 있거나 미세한 도거-혼침의 순환에 빠질 위험성은 아직 있다.

마음이 평화로워진 상태이나 아직 미세한 도거(대상을 놓치지는 않았으나 마음이 미세하게 고요하지 않음)에 주의해야 한다.

(7) 멸주심滅住心 : 밖으로 향하려던 마음이 거의 다 멸함.

마음이 매우 평화로워진 상태로 미세한 혼침/도거에 빠질 위험성은 거의 없으나 정진력(즐거운 바른 노력)으로 미세한 혼침/도거를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

(8) 성주심惺住心 : 성성적적惺惺寂寂히 깨어있어 조금만 노력해도 대상에 지속적으로 머묾.

미세한 혼침/도거가 없으나 아주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마음이 끊어짐이 없이 성성적적히 대상에 머무는 상태다. 의도적인 노력을 내려놓고 고요한 집중을 즐기면서 적절한 시기에 아주 가끔 마음상태를 점검한다. 아주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혼침/도거 없이 원하는 시간만큼 대상에 머문다.

(9) 지주심持住心 : 노력 없이도 마음이 지속적으로 대상에 머묾.

약간의 노력도 필요 없이 원하는 시간만큼 성성적적히 대상에 머무는 상태다.

노력 없이도 원하는 시간만큼 성성적적히 대상에 머무는 습관의 힘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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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초선정 삼매의 성취

지주심 상태에서 니밋따(마음의 표상)가 생기기도 한다. 니밋따가 생기면 니밋따로 집중 대상이 옮겨진다.

지주심持住心 상태에서 성성적적히 대상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더라도 이것은 실제의 초선정 삼매 상태가 아니다.

지주심 상태에 더욱 익숙해져서 몸과 마음에 경안이 생기고 그 상태에서 희열(삐띠)이 일어나야 한다.

경안은 먼저 마음에서부터 일어나지만, 희열은 몸의 경안에서부터 먼저 일어난다.

그리고 (니밋따가 있었다면 니밋따는 사라지고) 지극한 행복(숙카)이 일어남과 함께 대상은 지복至福(지극한 희열과 행복; 삐띠와 숙카)으로 옮겨지고 마침내 초선정 삼매 상태가 된다.

《마하 사띠 빳타나 숫따(사띠 확립 정착에 대한 큰 경; 대념처경), D22》에서 부처님은 무엇이 '바른 삼매(정정正定)'인지 아래와 같이 설(설명)하신다.

"비구들이여, 무엇이 '바른 삼매(정정正定)'인가?

여기, 비구는 감각적 욕망을 버리고 불선한 것(不善法)에서 벗어나서, 마음의 탐색적 작용(위딱까)과 회귀반성적 작용(위짜라)이 있는 상태(위딱까-위짜라, 즉 마음의 미세한 흔들림, 진동 혹은 동요가 아직 남아있는 상태)에서, (세속, 감각적 욕망 또는 신체감각을) 멀리 벗어남에서 생긴 희열(삐띠)과 행복(숙카)에 대한 사띠(알아차림)의 심일경성(찟따-에깍가따)를 갖춘 초선정 삼매에 도달하여 머문다.

비구는 위딱까-위짜라(마음의 미세한 흔들림, 진동, 동요)를 가라 앉혀서 마음이 안으로 더욱 고요(평온, 평정; 우빽카)하고 집중된 상태가 되어 위딱까-위짜라가 없는 삼매에서 생긴 희열(삐띠)과 행복(숙카)에 대한 더욱 섬세하고도 확실한 사띠의 심일경성을 갖춘 두 번째 선정 삼매에 도달하여 머문다.

비구는 (상대적으로 거친) 희열(삐띠)을 가라 앉혀서 마음이 안으로 더욱 더 고요(평온, 평정; 우빽카)하고 집중된 상태가 되어 성인聖人(예류자~아라한)들이 말하는 '고요함(평정심; 우빽카)에서 사띠를 갖추어 행복(숙카)에 머문다'는 더욱 더 고요한 평정심(우뻭카)에서 오는 행복(수카)에 대한 더욱 더 섬세하고도 확실한 사띠의 심일경성을 갖춘 세 번째 선정 삼매에 도달하여 머문다.

비구는 이미 기쁨, 슬픔, 만족, 불만족의 느낌이 완전히 끊어졌고 이제 괴로움(둑카)도 즐거움(행복; 숙카)도 떠나서(벗어나서, 뛰어넘어서) 둑카와 수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온전히 청정한 평정심(고요함; 우빽카)에 대한 (온전히) 섬세하고도 확실한 사띠의 심일경성을 갖춘 네 번째 선정 삼매에 도달하여 머문다.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바른 삼매(정정正定)'라고 말한다"

<각주 : "비구들이여, 첫 번째 선정에 도달한 수행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마음의 다섯 가지 요소(작용 또는 현상)이 있다.

① 위딱까vitakka(심尋; 탐색적 작용)
② 위짜라vicara(사伺; 회귀반성적 작용)
③ 삐띠piiti(희喜; 희열)
④ 수카sukha(락樂; 행복)
⑤ 찟따-에깍가따citta-ekaggata(심일경성心一境性)"

- 맛지마니까야中部 43 『유명대경有明大經』 MN I,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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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든 삼매가 부처님이 설(설명)하신 초선정 삼매인지 아닌지는 마음 상태에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요소(작용 또는 현상)가 있는지를 점검하고 확인함으로써 판단할 수 있다. 이 다섯 가지 요소가 진정 무엇인가(어떤 것인가)는 초선정 삼매에서 나온 직후에 초선정 상태를 반조返照(되돌아 비추어 봄)해서 스스로 확인하고 알아내야 한다.

① 위딱까vitakka, 심尋(찾을 심), 심구尋求(찾을 심 + 구할 구) : (니밋따가 아니라) 지복至福[삐띠와 수카]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여 움켜쥐는(심구尋求하는) 마음의 탐색적 작용. 위딱까는 일종의 집착 작용이기도 하다.

니밋따nimitta는 초선정 삼매에 진입하기 직전의 마음 상태에 대한 물질적 표상을 말한다. 대부분의 경우 초선정 삼매 상태에 진입하기 직전에 니밋따가 수행자에게 나타난다. 그러나 사리뿟따(사리불, 사리자) 존자가 말했듯이 경우에 따라서는 니밋따 없이 초선정에 들기도 한다. (사마타 수행이 익숙해져서 선정의 자유자재를 이루면 손가락 튕길 사이에 입정할 수도 있다고 경전에서는 말한다)

니밋따가 나타나면 집중 대상(호흡 등의 까시나)은 니밋따로 옮겨진다. 초선정 삼매에 들면서 니밋따는 사라지고 집중 대상은 지복至福(삐띠와 수카)으로 옮겨진다. 청정도론과 같은 주석서(아비담마)에서는 니밋따가 초선정~4선정 삼매 상태에서도 계속 있고 이 니밋따를 계속 사띠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부처님은 그리 말씀하시지 않았다.

② 위짜라vicara, 사伺(엿볼 사), 사찰伺察(엿볼 사 + 살필 찰) : 위짜라는 위딱까(일종의 집착 작용)에 의해 멀어지는 초선정의 지복을 다시 무의식적으로 집착을 반성하고(사찰伺察하고) 위딱까를 놓아버림으로써 지복으로 반복하여 되돌아가는 회귀반성적 작용.

위딱까-위짜라 반복 과정은 초선정 삼매 상태에서 아직 남아있는 마음의 미세한 흔들림(진동, 동요)이다.

③ 삐띠piti, 희喜, 희열喜悦 : 고요한 희열, 기쁨. (수카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다소 거친 기쁨)

④ 수카sukha, 락樂, 안락安樂, 행복幸福 : 깊고 고요한 행복, 평온하고 아늑한 행복감.

⑤ 찟따-에깍가따citta-ekaggata, 심일경성心一境性(마음의 전일성) : 마음이 완전히 한 곳으로 고요히 모여 있는 상태, 순수 고요집중. 자아自我(스스로自 '나我'라는) 의식 사라짐; 고요한 멈춤, 시간의 멈춤, 시공時空 초월, 영원함, 궁극성, 비이원성非二元性(자신과 세계, 우주자연이 하나라는 느낌 또는 무분별) 등으로 느껴지기도(경험되기도) 한다.

초선정에서는 '지복至福(지극한 행복), 즉 삐띠(고요한 희열; 다소 거친 기쁨)와 수카(고요한 행복)'에 대한 '미묘하고도 확실한 자각[삼마사띠와 삼빠자나]의 심일경성[찟따-에깍가따]'을 이루며 삐띠와 수카는 구분되지 않는다. 세 번째 선정(三禪, 제3선정 삼매)에 도달해서야 이 둘(삐띠와 수카)이 분리되고 수행자는 3선정 삼매에서 나온 후에 반조를 통해서 삐띠와 수카를 구분하게 된다.

‘삐띠와 수카’는 물질세계(오감각의 세계, 감각적 욕망의 세계-욕계欲界, 또는 속세)의 어떤 것도 능가(초월)하는 ‘지복至福(지극한 행복, 더 없는 행복)’으로 경험된다. 마음 상태에 위의 다섯 요소가 존재하고, 물질적인 오감각(신체감각)의 인식(전오식前五識)을 포함하여 그 외의 어떤 것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때가 초선정 삼매 상태다.

초선정 삼매는 일상의식으로는 알 수도 없고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지극한 행복(지복至福), 신성한 황홀경, 마음의 청정함, 청정한 성스러움, 고요한 멈춤, 자아自我(스스로自 '나我'라는) 의식 사라짐, 비이원성(자신과 세계 혹은 우주자연이 하나라는 느낌), 궁극성, 시간의 멈춤, 시공(시간-공간) 초월 등의 느낌이 부수적으로 동반되는 체험이므로, 그 체험(느낌)은 수행자를 압도한다.

이러한 초선정 또는 유사 근접 삼매의 체험에 압도되어 미혹한(현혹된) 사람은 이 체험을 자신이 믿는 어떤 신(절대자, 신격화된 부처, 예수, 알라, 하느님, 브라만, 샤머니즘의 장군신, 조로아스터교의 거룩한 불의 신 .. 등)과의 합일 또는 접신, 신의 은총이나 강림 따위에 의해서 발생하는 초자연적인 경험(종교religion적 신비체험)이나 축복 따위로 오해하기도 한다.

부처님은 선정 삼매를 닦는 수행을 위한 집중 대상은 반드시 호흡과 같이 ‘욕망과 집착을 일으키지 않는' 바르게 검증된 대상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경고하셨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것이 비록 고귀한 어떤 대상, 어떤 신이나 신격화된 부처의 형상이라 할지라도) 자칫하면 그릇된 ‘욕망과 집착의 삼매’가 되어버려서 자신도 모르게 삶을 망치게 될 수도 있다.

예컨대, 무속종교(샤머니즘)의 장군신과 같이 사이비 종교에서 만들어낸 어떤 신의 형상을 대상으로 한 '유사(근사) 삼매 상태'(소위 접신 상태 등)의 경험(초자연적인 신비체험, 종교religion적 신비체험)에 현혹되어서 거기에 빠지면 삶을 망치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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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내용은 선정 삼매를 계발하는 수행을 하기 전에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즉 수행 시 발생하는 혼침, 도거의 상태와 그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아주 잘 이해하는 상태로 수행을 해야 한다.>

<수행의 어느 시점(단계)에 어떤 정도의 도거와 혼침이 발생하는지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알아내야 한다.>

<수행을 해보면 바른 삼매를 닦는다는 것은 마음을 악기처럼 다루는 그야말로 매우 과학적(=경험적+합리적)인 예술(art; fine skill, superior skill, 매우 정교하고 뛰어난 기술)임을 알 수 있다.>

<이론적으로 아는 것(지식, knowledge)과 그것을 경험으로 아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앎에도 거죽만 아는 앎이 있고 속 깊이 꿰뚫어 보는 앎이 있으니 후자의 관점에서 볼 때 전자는 참으로 안 것이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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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삼매 성취의 공덕

사람의 근기(경험, 소질, 적성, 성향, 성격, 여러가지 능력-인내력, 이해력, 집중력 등)에 따라 다르지만 선정 삼매를 계발하는 수행으로 삼매를 성취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게으름을 없애는 것은 매우 (어떤 의미에선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수행 전 후에 아래와 같은 부처님이 말씀하신 '삼매 성취의 공덕'을 깊게 거듭거듭 사유하는 방법도 매우 효과적이다. 삼매 성취의 공덕을 거듭 사유하면 희구심이 생기고 강한 정진력正進力(즐거운 바른 노력)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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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매 성취의 공덕

• 두렵고 어려운 일이 없게 된다.
• 마음에 근심 걱정이 없게 된다.
• 번뇌가 없어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강건하게 된다.
• 고통 없이 목숨을 마칠 수 있게 된다.
• 배불리 먹지 않아도 기쁨과 즐거움이 생긴다.
• 탐욕을 멀리 여의게 된다.
• 나쁜 마음이 없어진다.
• 마군(魔軍, 유혹)의 그물을 벗어버리게 된다.
• 모든 감각기관(육근)을 잘 지키고 보호하게 된다.
• 한결같은 평화로운 마음을 유지하게 된다.
• 모든 행위를 자비심으로 하게 된다.
• 무량공덕을 얻는다.
• 진정한 이익(진정한 행복, 괴로움의 근원적 소멸, 탐진치의 소멸, 마음의 부정성의 소멸, 나를 초월한 분별 집착 없는 지혜로운 바른 사랑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 주위 사람들을 진정으로 도와 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 중생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 위빠사나(사마타 후에 하는 깊은 정견·정사유 수행)로 둑카(괴로움, 번뇌)의 속박을 끊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 해탈과 완전한 바른 깨달음(正覺)을 증득할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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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아나빠나 사띠를 사용한 선정 삼매 계발 수행 Practice Guide

부처님은 '선정 삼매를 계발하는 수행'(사마타; 사마디 바와나)의 집중 대상은 반드시 탐진치를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 당신이 가르치신 여러 가지 집중 대상 중에서 호흡(아나빠나)이 가장 수승(훌륭)하다고 추천하셨다. 즉 부처님은 아나빠나 사띠 수행을 통해서 바른 선정 삼매를 계발하는 방법을 가장 추천하셨다.

왜냐하면 호흡은 우리 몸에 있는 수많은 작용(신체 작용) 중에서 '무의식적인 작용이면서도 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또한 '자연적인(자동적인) 작용이면서도 의도적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작용이며, 탐(갈망)•진(혐오)•치(갈망과 혐오에 대한 집착의 어리석음)를 일으키지 않는 작용으로 죽을 때까지 우리 몸에 항상 있는 작용이기 때문이다.

선정 삼매를 계발하는 수행에서 호흡은 사띠를 거친 수준(거친 감각, 의식/일상의식/표면의식 수준)에서 미세한(또는 깊은) 수준(미세한 감각, 무의식/잠재의식/심층의식/아뢰야식/바왕가 수준)으로 건너가게 하는 아치형태의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수행을 하다보면, 거친 수준에서부터 점점 더 미세한(또는 깊은) 수준까지 여러 수준의 사띠가 있음을 알게 된다.

※ 이하 내용은 아나빠나 사띠 수행을 통해서 선정 삼매를 계발하는 수행의 구체적인 실천 가이드(Practice Guide)다.

• 옷은 벨트가 없는 헐렁하고 편한 옷이 좋다.

• 식사는 오전 11시경에 아점으로 한 끼만 먹는 오후불식의 1일1식이 좋다.

• 잠자리는 빛이 차단된 고요한 곳이 좋다. 새벽 4시경에 일어나서 밤 9시경에 자는 생활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 집중수행 기간 동안은 반드시 묵언함이 좋다.

• 최소한 집중수행 기간 동안은 물론 평상시에도 계행을 철저히 실천함이 좋다. 몸과 마음을 청정히 하는 계행戒行(실라)은 정행定行(사마타)의 바탕(토대)이 되기 때문이다.

• 앉기 전 후에 간단한 요가(몸살리기운동 중 몇 가지 등), 절(108배 등), 포행(5~30분) 등을 하면 좋다.

• 앉은 자세 : 일상생활의 습관(자세)에 따라 평좌, 반가부좌, 결가부좌 중에서 오래 앉기에 편한 자세로 한다. 앉은 자세에서 허리를 곧추세우고 몸의 수직과 수평을 맞춘다.

; 1..3..5..10..20..40 분에 한 번 정도로 몸의 미세한 조정(튜닝; 남이 보면 거의 움직이지 않는 듯한 조정)을 통해 몸의 수직과 수평을 유지한다. 사실 가끔 하는 집중수행이라면 처음 1~3일 정도는 몸을 만드는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방석 : 0.5~3 cm 두께. 방석은 가능한 한 얇은 것이 좋다. 앉는 시간이 30분 정도 늘어날 때마다 0.5 cm씩 추가하되 3 cm를 넘지 않도록 한다. 엉덩이 받침은 자세에 익숙해질수록 엉덩이에 조금(1~5 cm) 걸치게 그리고 점점 낮게 받치고 결국에는 안 받치는 것이 좋다.

• 아나(들숨)-아빠나(날숨), 호흡을 의도적으로 조절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호흡을 사띠(전념하여 마음챙겨 알아차림) 한다.

; 평상시에 호흡을 10분 이상 알아차리는 행위는 해보지 않기 때문에 처음 1~3분은 잘 되지만 1시간 이상 호흡만을 사띠 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 호흡을 상상이나 생각으로 알아차리지 않는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이것도 그리 쉽지 않다.

• 수행을 시작하면서 "나는 지금부터 호흡의 웨다나(순수 감각; 들숨과 날숨의 부딪힘과 접촉)만을 분명하고 또렷하게 알아차릴 것이다."라고 속으로 세 번 굳게 다짐(마음챙김)한다.

• 호흡에서 발생하는 웨다나(판단 분별이 일어나기 전의 감각, 순수 감각)를 '있는 그대로' 분명하고 또렷하게 알아차린다.

- 예컨대, (1)윗입술 위-콧구멍 아래, (2)콧구멍 입구, (3)콧구멍 내부 터널에서 들숨과 날숨의 '부딪힘과 접촉'(웨다나; 순수 감각)을 '있는 그대로' 분명하고 또렷하게 사띠(마음챙겨 알아차림)하도록 노력한다.

여기서 호흡의 웨다나(순수 감각)를 사띠한다는 것은 호흡(몸에 드나드는 공기)의 느낌, 즉 콧구멍 주변(안, 밖, 인중)에서 발생하는 공기의 부딪힘과 접촉 감각을, '뜨겁다, 차갑다' 등으로 판단 분별하지 말고, 그냥 호흡의 순수 감각(부딪힘 또는 접촉 감각) 자체만을 마음챙겨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만약 '뜨겁다, 차갑다'를 계속해서 알아차리면 머리나 몸에 열이 확 오르거나 두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 1~2일차 : 아직 사띠가 거칠기 때문에 (2), (3)에서 들숨과 날숨의 '부딪힘과 접촉'(웨다나; 순수 감각)을 있는 그대로 또렷이 알아차리도록 노력한다.

- 3일차 이후 : (2), (3)에서 호흡의 미세한 웨다나를 알아차리는 사띠가 어느 정도 계발되면 (1)에서 들숨과 날숨의 '부딪힘과 접촉'(웨다나; 순수 감각)을 있는 그대로 또렷이 사띠 한다.

- (1)에서 들숨과 날숨의 '부딪힘과 접촉'이 알아차려지지 않으면, (1)에 마음의 주의집중을 계속 둔 상태에서 마음을 고요히 하고 기다린다. 그래도 알아차려지지 않으면 수차례 호흡을 약간 세게 하며 전념하여 마음챙겨 알아차리고 다시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되돌아온다.

• 호흡의 웨다나(순수 감각)에 대한 고요집중의 사띠가 어느 정도(1~10분 이상) 지속되면 영상(문양.. 빛 등)이 (자기의지와 상관없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영상이 story로 발전하면 상상(생각, 망상)이다. 영상이 story로 발전하지 않으면 영상이 있거나 없거나 관심을 두지 말고(영상을 없애려는 생각을 내지 말고) 호흡의 웨다나(순수 감각)를 사띠 한다.

• 생각(망상, 상상)이 일어나면 미소를 짓는다. 미소 짓기는 수행에 매우 큰 도움을 준다. 수행 전 후에 미소가 잘 지어지도록 손을 사용해서 얼굴(귀 포함) 근육 훈련을 1분 이상 한다.

• 호흡의 웨다나(순수 감각)만을 생각(망상, 상상) 없이 30분 이상 지속적으로 사띠할 수 있으면, 사띠의 수준이 어느 정도 잘 계발된 것이다. 사실 이 정도로 수행이 깊어지면 수행 도중에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대략적으로 추정하기도 어렵다. (1~3 시간 정도의) 수행을 마친 직후에 수행을 반조하고, 생각(망상, 상상) 없이 호흡의 웨다나만을 지속적으로 사띠한 시간을 대략적으로 추정해 본다.

• 수행이 이 정도 수준 이상이 되면 호흡의 웨다나(순수 감각)를 잘 알아차리려는 의도적인 노력(자기 의지의 표현인 의도적인 노력, 즉 의도적으로 집중하려는 노력)보다도 고요함이 주는 심신의 행복감에 온몸을 맡기고 고요함을 잘 유지함으로써 '고요함과 자연적인 집중'이 저절로 깊어지게 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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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상의 수행 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본인의 수행이 더 잘 경험되고 더 잘 숙달된 이후에 언급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선정 삼매를 계발하는 수행(사마타; 사마디 바와나, 정정진·정념·정정 계발 수행)의 단계가 깊어지면 '나(我)'의 의지의 표현인 노력조차도 놓아버리는 것이 바른 노력(정정진)이다. 수행이 깊어 질수록 '나(我)'의 의지의 표현인 의도적인 노력조차도 미세한 집착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부처님이 정정진(바른 노력/정진)을 팔정도의 한 부분으로 사마타(사마디 바와나; 정정진·정념·정정 계발 수행)에 포함시켜 가르치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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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은 마음(정신작용)의 습관적 행行(작용 or 반응; 상카라)을 바꾸는 것이다. 머리로는 이해를 했더라도 습관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오래된 습관을 바꾸는 데는 반복적이고 꾸준한 바른 실천(수련, 훈련, 연습, training)이 필요하다.

수행은 헬스장에서 근육을 키우는 훈련과 유사한 면이 있다. 수행은 일종의 정신근육을 키우는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바른 수행은 시간이 지날수록(정신근육이 바르게 키워질수록) 쉽고, 즐겁고, 행복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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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자신을 안내자에, 그리고 자신의 가르침(담마, 다르마, 설법; 법을 설명함)을 뗏목 또는 안내판에 비유하셨다. 부처님은 팔정도 바와나(팔정도를 계발하는 수행)가 어느 단계 이상으로 깊어지면 자신의 가르침조차도 참고서일 뿐, 각자 스스로의 바와나-마야-빤냐(수행지혜, 통찰지혜; 수행의 통찰 경험에 의해서 생기는 지혜, 통찰지)를 완성하라고 누누이 당부하셨다.

부처님의 가르침(설법, 경전; 안내판)이 매우 훌륭하기는 하지만 안내판(경전)의 detail에 집착하거나 안내판(경전)을 절대화(목적화) 해서 목적지(깨달음)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을, 부처님이 누누이 당부하셨듯이 경계해야 한다.

근자에 남방 불교국가들의 수행센터에서 아비담마[부처님 가르침(담마)에 대한 주석서, 참고서, 보조 자료]를 수행의 '부동의 준거'라고 표현하며 절대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매우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고 아비담마를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참고하여, 개개인 각자가 팔정도 바와나(팔정도를 계발하는 수행; 실라-사마타-위빠사나)를 바르게 실천하는데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개개인 각자의 깨달음의 증득(증명경험으로 득함)은 부처님이나 아비담마 저술자의 경험이 아니라 개개인 각자의 경험인 바, 깨달음에 이르는 길(과정)의 인과 연기적인 경험은 누구나 완전히 같지도 완전히 다르지도 않지만 어쨌든 부처님이나 아비담마 저술자의 경험이 아니라 개개인마다 다른 각자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누누이 강조하셨듯이 스스로의 경험으로 계발한 통찰 경험의 지혜(통찰지)만이 무명을 완전히 부수고 정각(완전한 바른 깨달음); 완전한 자유(해탈)와 평화(우빽카), 분별 집착 없는 지혜(빤냐; 반야)로운 바른 사랑(멧타-까루나; 자비)과 완전한 행복(니르바나; 열반)의 경지(상태)를 증득(증명경험으로 득)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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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팔정도 바와나'(실라-사마타-위빠사나)를 접하는 사람은 '팔정도 바와나'에 대한 변질되지 않은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正法)을 잘 가려서 자꾸 읽고 듣고 사유하면서 스스로 점점 더 명확하게 이해하여 숙지하고, 바른 수행처에 가서 초보적이나마 수행을 체험하고 질문하며 일단은 친숙해져야 한다.

학문은 정보(지식, 앎)를 날로 더해야 발전이 있고, 수행은 날마다 정보(지식, 앎)를 덜어내야 발전이 있다지만 그것은 어느 단계 이상으로 수행이 깊어진 후에 이야기다. 처음 수행하는 사람은 바른 정보(正法; 붓다의 바른 가르침)를 스스로 명확하게 이해하고 숙지해야 한다. 알 만큼 알고 익숙해져야 앎(지식)을 버릴 수 있다.

알고..버리고..깨달으리. '팔정도 바와나'[註]를 바르게 닦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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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팔정도 바와나 : 몸과 마음의 '행(行)을 닦음(修)'이라는 뜻을 지닌 '수행(修行)'은 '경작하다, 계발(열고 발전향상)하다'라는 뜻을 지닌, 부처님이 사용하신 고대인도어 '바와나bhāvanā'를 한문(중국어)으로 번역한 것이다. 참고로 영어 경전에서는 '바와나bhāvanā'를 'meditation(명상 수행), mental development(정신 계발), developing by means of meditation, cultivation by mind, culture(경작하다, 배양하다), increase(향상하다)' 등으로 번역한다.

우리에게는 수행이라는 말이 매우 익숙하니 바와나는 '계발 수행', 팔정도 바와나는 '팔정도를 계발하는 수행, 팔정도를 닦는 수행' 또는 '정각(완전한 바른 깨달음)에 이르는 여덟 부분으로 이루어진 바른 길(팔정도)을 계발하는/닦는 수행' 정도로 표현하면 그 의미가 유사하다.

부처님은 팔정도(정각에 이르는 여덟 부분으로 이루어진 바른 길)를 '수행(바와나bhāvanā; 계발 수행, 계발하는 수행, 닦는 수행)의 관점'에서 계戒(실라śīla; 정어·정업·정명), 정定(사마디samādhi; 정정진·정념·정정), 혜慧(빤냐paññā; 정견·정사유) 세 부분으로 그룹핑하시고,

설법(법을 설명) 시의 편의를 위해, '사마디(정定; 정정진·정념·정정) 바와나'를 사마타, '사마타 후에 하는 깊은 빤냐(혜慧; 정견·정사유) 바와나'를 위빠사나라고 이름 붙이셨다. '실라(계戒; 정어·정업·정명) 바와나'는 그냥 실라.

'팔정도 바와나, 즉 팔정도를 계발하는/닦는 수행, 실라(계戒; 정어·정업·정명)•사마디(정定; 정정진·정념·정정)•빤냐(혜慧; 정견·정사유)를 계발하는/닦는 수행'을 중국어(한문) 번역경전식 표현으로 말하면 '계행戒行•정행定行•혜행慧行'(계戒•정定•혜慧를 닦는 수행) 또는 '계戒•정定•혜慧 삼학三學'이고 부처님이 사용한 고대인도어로 말하면 '실라•사마타•위빠사나'(실라•사마디•빤냐 바와나)이다.

6근('안이비설신의'근, 달리 표현하면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닦는 실라[계행戒行, 실라 바와나]를 바탕으로 사마타[정행定行, 사마디 바와나]가 계발(열리고 발전향상)되고, 사마타를 바탕으로 위빠사나[혜행慧行, 빤냐 바와나]가 계발된다. 발전향상된 사마타는 실라와 위빠사나를 더 발전향상시키고, 발전향상된 위빠사나는 사마타와 실라를 더 발전향상시키며, 발전향상된 실라는 다시 사마타와 위빠사나를 더 발전향상시킨다.

부처님이 누누이 강조하셨듯이, 팔정도 바와나(팔정도를 계발하는/닦는 수행; 실라•사마디•빤냐 바와나, 실라•사마타•위빠사나; 계戒•정定•혜慧를 닦는 수행, 계행戒行•정행定行•혜행慧行)는 이렇게 연기(조건에 따른 상호의존) 방식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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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가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正法)을 따라
행복하고.. 평화롭고.. 자유롭기를(모든 괴로움과 속박으로 부터 벗어나기를, 해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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