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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불교&명상 이야기

노승의 염주


3년 전입니다. 그녀가 라오닝성 선양에 머물 때 하루 일정의 나들이로 번시本溪의 관문산에 올랐습니다. 선양에서 번시까지는 기차로 한 시간, 번시에서 관문산까지도 버스로 한 시간 남짓한 거리라 하루 일정이지만 걸음을 바삐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관문산은 요녕의 황산으로 불리는 만큼 수려한 산세입니다. 그 산을 담은 호수로 인해 더욱 사람의 발길이 많습니다. 온 산의 단풍과 그 불타는 산이 빠진 호수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관먼산 나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 돌아와 그때를 돌이켜보면 그녀의 가슴속에 지금도 가득한 것은 현란한 단풍과 넓은 호수가 아니라 한 노스님입니다.  

"산 중턱 낡은 산사였습니다. 그 절은 관광객들의 몇 푼 시주로 살림을 꾸리는 형편 같았어요. 경내로 들어서자 멀리 마당을 쓰는 한 스님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는 굽은 허리를 한번 펴지도 않은 채 쓸기만 했어요. 가까이 가보니 옷은 세탁을 한 때를 가늠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때로 절어있었고, 손톱 밑에 때가 선명했지만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가득했어요. 제가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도 비질을 멈추고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팔순도 넘어 보이는 그 스님이 어쩐지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빗자루를 뺏어 마당을 쓸기도 하고 그것으로 스님에게 장난을 쳤지요. 그분 앞에서 춤추고 노래해주니 손뼉치며 기뻐해 주셨어요. 당신도 중국 창으로 답가를 해주시고 글쎄 노래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가래 끓는 소리에 더 가까웠으니까요. 제가 스님을 안아주니 두 볼을 마구 비벼요. 저는 스님의 귀를 잡아당기고 볼에 마구 뽀뽀를 했지요.  

그는 언제나 웃었습니다.  

오히려 '커아이!커아이! (可爱!可爱! 귀여워!귀여워!) 하시면서 함께 장난치는 개구쟁이 동무가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다시 뽀뽀를 해달라고 졸랐습니다. 저도 기꺼이 그분이 내미는 뺨에 입술을 대었습니다. 나들이 나온 많은 관광객 누구도 스님과 한 여인의 놀이를 나무라지 않았습니다. 아니 주목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스님은 빗자루를 아름드리 나무에 기대 세워놓고 저를 산사 이곳저곳으로 안내해주셨습니다. 제가 중국어에 능하지 못했고, 그분도 중국어 외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기 때문에 그 스님의 설명을 알아들을 길 없었지만 스님의 친절과 진심은 능히 제게 전달되었습니다. 선승이라기보다는 그냥 동자승에서 천성 그대로 나이 들어가는 천진한 노인이었어요. 이미 득도하신 듯했어요. 두려움이 없고 거리낌이나 얽매임이 없었으니. 도인들은 한결같이 어린애 같아요."  

그렇게 반나절이 흘러 다시 번시로 떠나는 버스를 타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 때 그 스님이 옷 안주머니 깊숙한 곳에서 염주를 꺼내 제 손에 쥐여 주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당신께서 저를 껴안아 주었습니다. 그것이 그 노승과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돌이켜보니 그 반나절이 천상의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른이 되고 의도가 개입되지 않은 처음의 행위였고 무상무념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노승이 쥐어 주었던 그 염주를 모티프원으로 보내왔습니다.
그 염주의 다음 주인을 지정하는 짧은 편지와 함께...     


†아름다운 님께 평화! 
   
이안수선생님의 글에서
한 때 사모님이 출가할 마음을 내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또한 삭발하신 사진도 보았습니다.
한눈에 반했습니다.
아름다우세요. 
   
출가란 너무나 아름답지만 참 길 없는 길을 가겠다는 신념의 길이죠.
제가 보낸 이 염주는 길 없는 길 위에서 깨달음을 추구했던 한 중국 노스님의 것입니다.
천주교 신자인 저는 지난 3년간 성모송 묵주기도를 바칠 때마다 이 염주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날마다 이 염주의 주인이었던 스님을 만났습니다.
그분과 노래하고 춤추는 3시간에서 문득 깨어나니 억겁이 흐른듯 싶었습니다. 
   
이 염주의 다음번 주인이 되어주세요. 
   
이렇게 길 위에서... 길 없는 길 위에서
낯모르는 영혼이 도반이 되어
서로 인사 나누네요.
반갑습니다.  
   
봄!
꽃!
나비!
그리고 다시 한번 평화!! 
   
***드림"


- 출처 & 작성자 : 모티프원 (http://www.travelog.co.kr)

● 아내가 출가를 선언했어요.

깜놀! 아내의 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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