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도자가 자신의 수행처를 벗어나 홀로 명상하기로 했다. 그는 호수 가운데로 작은 배를 저어 가서 그곳에 정박한 채로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침묵 속에 두세 시간이 흐른 후, 그는 갑자기 다른 배가 자신의 배에 부딪히는 것을 느꼈다.
두 눈을 여전히 감은 채로 분노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고, 눈을 뜰 즈음에는 부주의하게 명상을 방해하는 그 배의 주인에게 소리를 지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눈을 떴을 때 자신의 배에 부딪친 배가 빈 배임을 알고 그는 놀랐다. 아마도 줄이 풀려서 호수 가운데로 흘러온 것 같았다.
그 순간 수도자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분노가 자신 안에 있음을 이해했다. 단지 그 분노를 밖으로 분출할 외부 대상과의 충돌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날 이후, 그를 짜증나게 하거나 분노를 유발하는 누군가와 마주칠 때마다 그는 스스로에게, 그 사람은 단지 빈 배이며 분노는 자신 안에 있는 것임을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태국의 고승 아잔 차는 말한다. '우리는 고통의 원인을 바깥의 다른 것에 돌린다. 우리 자신의 잘못된 마음이 문제인데.' 내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한국에서도 괴롭고, 인도에 가도 괴롭고, 미국에 가도 괴롭다. 절에 가도 편치 않고, 힌두 사원에 가도 편치 않고, 교회에 가도 편치 않다. 괴로움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이 잘못된 견해를 바로잡고 마음속의 분노와 탐욕을 제거하는 순간 우리는 어디에 있더라도 평화롭다.
- 류시화 시인 포스팅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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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ure_우포의 봄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