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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생활 속의 수행_남상욱님

마하시선원 퇴소와 회향 그리고 만행


가끔씩 세상과의 연결고리와 감각적 욕망을 끊어버리고 당연시하던 습성을 바꿔보는 것도 참 좋은 일인것 같습니다. 

늘 끼고 다니던 핸드폰을 끊으니 고요하고 적막해서 좋고, 오전 10시30분 점심공양 이후 적용되는 오후 불식도, 새벽 3시에 일어나는 짧은 수면도 아직 수행 습성이 붙어있어 쉽게 잘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금욕 생활이 주는 가장 큰 보람은 세속의 생활이 얼마나 동물적 본능과 반복된 습성속에서 살아가는지를 관조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음식과 수면을 절제함으로써 얼마나 먹고 자는 일에 충실했는지를 알 수 있고 통신을 끊음으로 얼마나 관계에 집착하며 살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여행 중에 들른 짧은 수행 기간이었지만 모든 것의 처음과 중간과 끝이 다 좋았습니다. 

친정집 같은 수행처의 법당에 다시 와 앉아 있는 자체가 행복했고, 발 때 묻은 경행대에 다시 서는 것도, 익숙한 새소리도, 심지어 선원밖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세속의 소음도 좋았으니, 다만 그것들을 즐기다 왔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극락은 따논 당상처럼 보이는 공양간 보살님들 다시 뵈니 반갑고 고마운 마음 한량없고, 외국인 처소에 몇 대째 새끼를 치고 주인 행세를 하는 멍멍이들도 반가웠습니다. 그 놈들 중 몇 놈은 법당 예경소리 듣고 수행자들 본 받아 좋은 곳에 다시 태어 났을 것 입니다.

스님들과 수행자들께 형편껏 공양과 보시를 올릴 수 있었으니 더더욱 고맙고 감사한 일입니다. 다만, 정들었던 노스님들의 기력이 쇠해지시고 떠나시는 분이 계셔서 아쉽지만 그 또한 세속의 마음일 뿐입니다.

조금 힘든 점이 있었다면 새벽 다섯시 아침 공양을 위해 스님들과 재가 수행자들이 긴 줄을 서서 지루하게 서 있다가 드디어 공양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신기하게도 어딘가에 모여 있던 개들이 이상한 괴성으로 일시에 환호하며 화답하였는데, 대중들 마음을 대신해 주는 것 같아 웃음을 참느라 혼났던 것 밖에 없었습니다.

아무튼 짧은 안거를 끝내고 다시 배낭을 싸서 만행을 나서니 산중 촌부가 혼잡한 사바세계에 갑자기 떨어진 격이라, 어리버리하는 사이 그 아비규환의 인도에서도 안 당하던 택시사기를 '호치민'에서 그 쓴맛을 보며 간단한 신고식과 더불어 실참을 함께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한해가 가고 또 새해를 맞았습니다. 아무리 살펴 보아도 가고 오는것 그 어느것도 없건만 가는해다 오는해다, 이름짓고 그동안 세상은 떠들썩 했던 모양입니다.

오고 가는 것 아무것도 없다고 하나 또 있다고 하면 있는 것이니, 지난 한 해 마음을 나눈 페친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늦었지만 새해에 몸도 마음도 건강하시고 복 많이 지으시며 항상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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