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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생활 속의 수행_남상욱님

여행, 그 불확실성

어느 듯 배낭싸서 나온지 한 달 남짓, 
여행이라고 해서 항상 신나고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택시 바가지를 왕창 쓰기도 하고, 황당한 일정 차질로 모처럼 예약한 제법 근사한 호텔의 3일치 숙박비를 몽땅 날리기도 했다.

처음 배낭을 매고 해외로 떠난 것이 10여년 전이니, 배낭여행이라면 그래도 조금 해 본 셈이지만 여행에서 겪는 이런저런 일들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거칠고 힘든 여행지는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해야 된다는 생각에 그동안 인도와 네팔 등지를 많이도 돌아다녔다.

특히, 인도를 몇 달씩 여행하다 보면 그 혼잡함과 끈질기게 달라붙는 삐끼들과 사기꾼, 무엇이든 제대로 되는 일이 없는 그 불확실성에 치를 떨며 돌아와서 몇 달간 한국에 있다보면 또 무엇엔가 홀린 사람처럼 인도행 비행기에 앉아있곤 했다.

대단히 아이러니컬 하게도 나를 끌어당긴 인도의 마력은 어쩌면 그 불확실성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영문도 모른 채 기차역 플랫폼에 쪼그리고 앉아 12시간을 기다리기도 하고, 찌는 대낮에 버스 지붕이 굴다리에 걸려 몇시간째 오도가도 못하는데도 'No problem'을 외치는 인도인들의 후안무치 할 정도의 태연자약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불확실의 세계에 익숙하게 되면 왠지 편안해진다. 이런곳에서는 빡빡하게 돌아가는 톱니바퀴에 굳이 나를 끼어 넣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불확실하다는 것은 황당함과 불만족함 속에도 뭔가 여유가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혼자서 하는 여행도 어쩌면 그런 것이다. 여행 중에 계획대로 되는 것도 있고 안되는 것도 있다. 그러나 계획의 틀에 굳이 자신을 밀어 넣을 필요도 없고 안되는 것을 되게 너무 애쓸 필요도 없다.

때론, 바가지도 쓰고 푸대접도 받으며 황당한 일을 겪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일로 일정이 꼬이고 기대하고 갔던 곳에서 크게 실망하기도 한다. 심지어 낯선 여관방에 홀로 며칠씩 꼼짝없이 앓아 눕기도 하는 것이 여행이다.

결국, 여행지라는 것도 온갖 파노라마가 펼져지는 인간사는 세상이다. 보다 의미있는 여행은 자신 앞에 펼쳐지는 그 불확실성과 온갖 좋고 싫음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나아가 더욱 성숙한 여행은 그것으로부터 배우고 그것을 즐기는 것이다. 이런 여행자에게 좋은 여행지, 나쁜 여행지는 따로 없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리라. 안되는 것을 되게하는 것도 위대하지만, 안되는 것을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은 또 얼마나 성숙하고 지혜로운 삶의 태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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