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UDDHISM/생활 속의 수행_남상욱님

황당한 No problem 그러나...


황당한 No problem 그러나...

인도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서 일할 때(봉사) 입니다. 콜카타는 인도에서도 환경이 참 열악한데, 많은 봉사자들이 자비를 들여 묵고있는 '서더 스트리트' 주변의 숙소도 열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보통 우리돈 오천에서 만원 정도의 방은 거친 시멘트 바닥 위에 야전 침상하나 놓여 있는데, 창문이나 선풍기 등에 쌓인 먼지는 대략 오백년은 묵은듯 하고, 얇은 시트 한 장 씌운 침대 메트리스나 베개 안쪽은 아예 열어보지 않는게 속이 편합니다.

그래도 땅은 넓은 나라여서 방이 엄청 크고 방안에 화장실도 딸려있는데, 변기는 받침대와 뚜껑이 아예 없고 역시 오백년쯤 된 듯한 녹슨 수도 꼭지에는 연신 물이 뚝뚝 흘러내렸습니다.

편하게 있으려면 주변에 제법 괜찮은 숙소도 있지만 한발짝만 나가면 길 바닥에 늘브러진 노숙인이 들끓는 그 빈곤의 땅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돌보러 온 마당에 그것은 차마 도리가 아닌듯 하였습니다.

어느날 일을 마치고 침대에 멍하게 누워있는데, 깨진 문틈 사이로 뭔가 움직이는 물체가 보여 시선을 옮겼더니 왠걸, 방안으로 막 들어오려던 강아지만한 쥐와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황당했지만 낮에 본 죽음의 모습이 떠울라 약간의 우울모드인데다 귀차니즘에 빠져 그냥 가만히 누워있었더니, 한참 눈치를 보던 이놈이 자유자재로 방안과 연결된 화장실 사이를 들락날락 하더군요!. 

내 참, 아무리 인도라지만 그래도 왠지 이건 아닌 것 같아 다음날 숙소 메니저에게 항의를 하며 당장 깨진 문짝을 수리 해 달라고 했지요. 

의자에 앉아 햇빛을 쬐며 눈하나 깜짝않고 듣고 있던 메니저는 귀찮은 표정으로 말하더군요. "그 쥐는 바깥에 사는 놈이기 때문에 방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니 아무 문제가 없다"라고요.

책에서나 본듯한 황당한 대답에 잠시 멍했다가 조금 생각을 해보니 허긴,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긴 하더군요. 

좁은 골목이나 대로변, 심지어 기차 대합실에도 불쑥 나타나는 소들이나, 가정집 창가를 기웃거리며 음식물이나 귀중품을 낚아 채가는 원숭이들과도 "노 프라블름'으로 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깟 쥐 한마리 가지고 무슨. . . .

그에게는 전혀 문제 될 일이 아닌 것을 공연히 문제를 만들어 호들갑을 떤 것 같아 태연자약한 메니저에게 부아는 커녕 왠지 겸연쩍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뭐, 이건 좀 일반적인 비유가 아니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별로 문제될 것이 없는데도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속을 태우고 관계에서 갈등을 만들며 업을 지어갑니다.

사실, 그 어떤 것이든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는 없는 것입니다. 좀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상은 그 자체로 존재하고 사실은 사실일뿐인데, 우리의 마음이 호불호, 미추, 선악 등으로 구분짓는 것이지요.

이 모든것을 마음이 지어내니 '일체 유심조'라는 것이고, 그러한 이치를 알고 체득하기 위해 '알아차림'하며 수행이라는 것을 하는 것이지요. 돌아보니 그 때 그 숙소 메니저는 저의 위파사나 '구루'였습니다.

인도 사람들이 걸핏하면 '노 프라블럼'을 외치는 이유가 바로 이런것이라면 그들을 우러러봐야 될 것 같은데, 딱히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며칠 전 미얀마 여행을 마치고 베트남으로 왔습니다. 모처럼 바닷가에 조그만 수영장까지 있는 숙소에서 묵고 있지요. 밑바닥 거지 여행자가 가끔씩 이렇게 호사도 누립니다.

요즘 어디가나 중국 여행객들이 참 많네요. 그네들은 대체로 여러명이 떼로 몰려 다니는데, 억양이 쎄서 그런지 참 시끄럽긴 합니다. 아침부터 늦게까지 숙소 곳곳에서 떠들고 바로 앞 수영장에 물려와 신나게 괴성을 지르고 있습니다.

모처럼 함께 하신 동행께서 몹시 신경이 거슬리는가 봅니다. 그렇다고 사회질서와 정의를 위해 그들을 마당에 모아놓고 일장훈시를 하며 교화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잖습니까?

그냥 '알아차림' 하면서 문제삼지 않으면 될 듯한데 말이죠. 그것이 곧 수행이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번뇌 곧 보리'가 체득 될 터이니, 그들이 바로 스승이 되기도 하겠군요.

하긴, 문제삼는 것을 문제삼는 그것이 더 큰 나의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아무래도 내일은 떠나야 겠습니다.

인도사람들의 참 어처구니 없는 발언이 'No problem'이었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참 좋은 말입니다. 오늘도 No problem!을 외치며 더 이상 문제를 만들지 않아야 겠습니다.

No problem!



맨 위로 맨 아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