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떤 마음가짐을 지니고 삶에 임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은 긍정적으로 흐르기도, 부정적으로 흐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때 ‘마음’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혹시 ‘마음’이란 단어를 듣고서야 당신의 마음을 떠올려보지는 않았는가? 무의식 속에 갇혀 있는 마음을 잠시 꺼내어보자. 무의식의 세계를 떨쳐내고 의식의 세계로, 마음을 알아차리는 세계로 나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의 마음은 순간순간 떠오르는 무의식의 산물이 아니라, 매 순간 의식하고 일깨워나가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고엔카는 ‘위빳사나 명상법’을 통해서 일러준다.
마음으로 향하는 길, 위빳사나 명상법
책의 제목에는 처음 접하는 단어와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 ‘위빳사나’와 ‘명상’이란 단어가 담겨져 있다. 그렇기에 이전에 명상을 행해오지 않았던 이들에게 이 책은 생소하고 낯섦 그 자체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런 낯선 경계를 넘어서고 위빳사나의 세계로 발을 내딛는다면, 이제껏 보지 못한 이 세계(=나)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세계를 나라고 표현했다. 명상은 외부의 세계에서 벗어나 나란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세계를 곧 나라고 언급해보았다. 먼저 위빳사나라는 단어를 보자. 위빳사나는 빨리어로 ‘특별한 보기’를 의미한다. 이는 곧 자신 안의 실제를 관찰함을 의미하는데 ‘빳사나’라는 단어 자체가 곧 ‘봄’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 말은 우리가 눈을 뜨고 보는 일반적인 세계를 넘어 내면을 바라보는 일을 지칭하는 것이다. 위빳사나는 주로 깨닮의 섬광 혹은 갑자기 일어나는 진리의 직감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그러니 이 명상은 내면으로 들어가서 진정한 ‘나’를 바라보는 작업인 셈이다.
이때 우리에게 주의가 요해지는 것이 있다. 이 명상법 역시 하나의 방법론이다. 그러니 맹목적인 멍때리기나, 가만히 오래 앉아 있다고 해서 명상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에 고엔카는 위빳사나 명상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최소 10일의 시간이 요구되며,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자신에게로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숙련된 명상가로부터 위빳사나의 가르침을 받아야 진정한 명상을 할 수 있다고 이른다. 고엔카의 이러한 뜻은 전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위빳사나 명상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전남 진안에 위치한 ‘담마 코리아’에서 우리는 위빳사나 명상을 배울 수 있다. 실제로도 이 책을 번역한 곳은 ‘담마 코리아’로서 위빳사나 명상법의 세계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끔 널리 큰 뜻을 펼치고 있는 비영리단체이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위빳사나 명상이란 책으로 읽고 터득하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책은 어찌 보면 위빳사나 명상에 입문하는 자들에게, 이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일종의 지침서로 다가온다.
‘나’로부터 벗어나기, ‘고통’과 마주하기
위빳사나 명상 10일 코스를 몸소 체험해보지는 않았지만, 책을 통해서 접한 위빳사나 명상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요란한 외부로부터 벗어나 내면으로 치밀하게 파고드는 작업을 하지만 불변하는 ‘자아’나 ‘나’는 결코 찾지 않는다. 애초에 ‘나’라는 존재가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위빳사나다. 우리는 ‘나’라는 존재가 있다고 믿음과 동시에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허나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매 순간 순간 변화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우리는 고통으로부터 천천히 멀어질 수 있다. 우리는 신체와 심경의 변화를 느낀다. 그러면서 이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이라 여기지만 정작 자기 자신 안에는 고정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위빳사나 명상은 이러한 고정된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얽매이게 하는 것으로부터 탈출할 것을 강조한다. 이는 스스로가 알아차리고 인정해가는 과정인 담마(Dhamma)를 통해서 성취할 수 있다.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고통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면 그 속에서 비로소 ‘자아’를 볼 수 있다. 변하지 않는 내가 있다 생각하고 내면으로 들어가려 한다면 삶의 고통은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호흡을 들이마시고 내뱉으면서 호흡 알아차리기를 시작으로 마음을 알아차리는 길로 나아가는 위빳사나 명상을 통해서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
책의 또 다른 제목은 'The Art of Living', ‘삶의 기술’이다. 위빳사나 명상은 우리의 삶을 보다 이롭게 해주는 분명한 기술임에 틀림없다. 명상을 통해서 객관적으로 나를 마주할 수 있고, 변화하는 삶의 흐름을 자연스레 바라볼 수 있다. 최소 10일간의 명상 코스를 통해서 담마를 실천해간다면 우리는 외부로부터 얻는 삶의 지혜 그 이상의 강력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위빳사나 명상은 단순히 무언가를 얻는 기술(技術)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를 몸소 체득한다면, 지혜로운 삶을 계속해서 기술(記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고엔카의 위빳사나 명상 - 이다선님의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