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UDDHISM/지구별 여행자外_류시화님

누구도 우연히 당신에게 오지 않는다


<누구도 우연히 당신에게 오지 않는다>

나는 모든 일은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일어나며,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도 이유가 있어서 만난다고 믿는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모든 만남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며, 누구도 우리의 삶에 우연히 나타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내 삶에 왔다가 금방 떠나고 누군가는 오래 내 곁에 머물지만, 그들 모두 내 가슴에 크고 작은 자국을 남겨 나는 어느덧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대학 졸업 후 중학교 임시 교사가 된 나는 시를 써야 할 시간에 자음접변과 구개음화를 가르치고 있는 현실이 괴로웠다. 선배 교사와 저녁을 먹으며 고뇌를 말했더니, 그는 '석 달만 지나면 그런 고민은 사라질 것이다'라고 감자탕 속 통감자를 건져 먹으며 말했다. 내게는 그 말이 '석 달 후에는 고민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는 무서운 의미로 들려 그다음 날 사표를 내고 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나왔다. 한 달도 못 채웠기 때문에 월급은 사양했다. 더 늦기 전에 그 선배 교사가 내 삶의 방향을 튼 것이다.

생계비가 없어 다시 몇 군데 직장을 전전하던 나는 나 자신이 사회 부적응자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조직 생활에 안 맞기도 했지만 두통이 심해 매일 출근은 늦고 퇴근 시간까지는 기다리기 어려웠다. 결국 몇 개월 만에 자발적인 추방자가 되어 무직자로 거리를 떠돌았다.

당시 서울 종로2가에 종로서적이 있어서, 승려가 절을 중심으로 떠돌듯 그곳을 기점으로 반경 100미터 내외를 온종일 걸어다녔다. 다리가 아프면 서점에 들어가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시를 외웠다. 어느 날 서점 화장실에서 한 남자가 아는 체를 했다. 시 동인 활동을 하던 시절, 동인지를 출간한 출판사에서 나를 한 번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화장실에서 그런 인사를 받으니 나는 그가 더 인상 깊었다.

그날 대화를 나누다가 나는 그가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불교 잡지를 운영할 계획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고리타분한 내용 대신 명상과 영성을 이야기하는 잡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으며, 그래서 함께 힘을 합해 새로운 계간지를 내기로 결정하는 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중 50분은 아마도 나 혼자 흥분해서 주장을 폈던 것 같다.

우리가 만든 잡지는 비록 발행 부수는 미미했지만 구도자들과 영성 추구자들 사이에서 금방 화제가 되었다.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의미 있는 성취였다. 잡지의 내용을 기획하고 글을 쓰면서 나 자신도 인도의 다양한 영적 스승들을 알게 되고, 내 삶이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시작점이 되었다.

잡지사를 그만둔 얼마 후, 서울 변두리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한 사람과 마주쳤다. 잡지사 일을 할 때 얼핏 만난 적 있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버스 안에서 얘기를 나눴고, 버스를 함께 내려서 계속 얘기를 나눴으며, 내가 어디를 가려고 했었는가도 잊은 채 그와의 대화에 몰두하다가 우리 사회에 명상과 영적 추구에 대한 책이 너무 부족하다는 사실에 의견이 일치했으며, 그리하여 그와 나는 출판사를 열기로 합의했다.

그렇게 해서 얼마 후 그는 발행인이고 나는 편집장이 되어 '정신세계사'라는 새로운 출판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일은 내가 명상서적을 소개하는 평생에 걸친 일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 우연한 만남과 대화가 아니었다면 내 삶이 어디로 흘러갔을지, 내가 한 인간으로 제대로 성장할 수 있었을지, 아니면 그냥 여전히 사회 부적응자로 떠돌았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어딘가의 배후에 나에게 정해진 어떤 섭리나 계획이 있었고, 그것을 일깨우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사람들이 내 앞에 나타났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이유가 있어서 우리의 삶에 나타난다. 우리가 배워야 하고 깨달아야 하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우리에게 온다. 이것이 진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나는 내게 길을 가르쳐 준 모든 만남과 작별의 결과물이다. 누구도 내가 걷는 길을 우연히 지나가지 않는다.

여기, 인생의 만남에 대한 작자 미상의 글이 있다.

"당신의 삶에 나타나는 사람은 어떤 이유가 있어서 오는 사람, 한 계절에만 등장하는 사람, 혹은 평생 동안 만남을 갖는 사람이 있다. 그중 어디에 속하는지 알면, 저마다의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알게 될 것이다.

누군가가 이유가 있어 당신의 삶에 나타났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당신이 드러내 보인 필요를 채워 주기 위함이다. 그들은 당신이 어려움을 통과하도록 돕고, 길을 안내하고 지지해 주려고 온 것이다. 물질적으로, 정서적으로, 혹은 영적으로 당신을 도우려고 온다. 그들은 신이 보낸 사람처럼 보일 것이고, 실제로 그렇다. 그들은 당신이 그들을 필요로 하는 그 이유 때문에 그곳에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당신 쪽 잘못이 전혀 없는데도, 혹은 좋지 않은 시기에, 관계를 끝낼 것 같은 말이나 행동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죽거나 어디론가 떠나 버리기도 한다. 때로는 과격한 행동을 해서 당신이 분명한 결단을 내리게 만든다.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필요가 충족되었다는 것, 우리가 바라던 것이 채워졌다는 것, 그래서 그들의 역할이 끝났다는 것이다. 당신이 올려 보낸 기도는 응답받았으며, 이제는 앞으로 나아갈 때이다.

한 계절 동안만 당신 삶에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당신이 나누고, 성장하고, 배우는 시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들은 당신에게 평화로운 시간을 가져다주고 당신을 웃게 할 것이다. 당신이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일을 가르쳐 줄지도 모른다. 그들은 대부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기쁨을 당신에게 준다. 이것을 믿으라! 이것은 사실이다! 다만 한 계절 동안만.

평생의 관계는 당신에게 평생의 배움을 준다. 굳건한 감정적 토대를 갖기 위해 당신이 쌓아 나가야만 하는 것들을. 당신의 할 일은 그 배움을 받아들이고, 그 사람을 사랑하고, 그 관계에서 배운 것을 다른 모든 관계와 삶의 영역에 적용하는 것이다. 사랑은 맹목적이지만 진정한 우정은 천 리 밖을 본다는 말이 있다.

당신이 내 삶에 나타나 준 것에 감사한다. 그것이 이유가 있는 만남이든, 한 계절 동안의 만남이든, 생애를 관통하는 만남이든."


drawing_Karolina Koryl



맨 위로 맨 아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