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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지구별 여행자外_류시화님

인생의 만트라



전에 알던 한 여성은 음식을 먹기 전에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하고 주문을 외었다. 맛을 변화시키는 특별한 마살라(양념)를 뿌리듯 자못 진지했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 때도 그 주문을 왼다고 했다. "그렇게 한다고 맛없는 음식이 정말로 맛있어지겠어?" 하고 묻자, "그럼요, 이건 강력한 만트라예요!" 하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벽한 음식만 맛있는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어느새 나도 전염이 되어 고구마를 삶으면서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하고 주문을 외게 되었다. 그러면 평범한 고구마가 호박 고구마로 변신하는 기분이 든다. 물론 자기최면이다. 하지만 맛은 본래 음식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뇌 속에 있다고 하지 않은가. 예를 들어, 꿀의 단맛은 우리의 뇌가 진화 과정에서 그것을 달게 느끼도록 발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종의 생존 전략이다. 따라서 자기 최면은 맛에 결정적인 요소이다.

뉴질랜드로 이민 가는 바람에 지금은 만날 수 없게 되었지만, 그녀가 그곳 북섬 어딘가에서 낯선 요리를 앞에 놓고 "이얏! 맛있어져라!" 하고 마법의 주문을 거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그려진다. 오라처럼 반짝이며 그 주문이 그녀와 음식을 감미롭게 감싸는 것도.

인도 여행 중에 만난 젊은 친구는 문장마다 '끔찍한'이라는 단어를 썼다. 방문한 장소들에서 연이어 '끔찍한 일'을 겪은 듯했다. '끔찍한 기차'를 탔고, '끔찍한 여인숙'에 묵었으며, '끔찍한 라시(우유를 발효시킨 유산균 덩어리 음료)'를 마셨다. 심지어 '끔찍한 소똥'을 밟고, 힌두 사원에서 '끔찍한 신'을 만나기까지 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강조하기 위해 계속 끔찍한 표정을 지었다. 다음 날 노천찻집에서 떨떠름한 입맛으로 짜이를 마시는 그를 보았다. 그와 세상 사이에는 큰 거리가 가로놓여 있었다.

10여 년, 나의 폴란드인 여자 친구 레나타에게 한꺼번에 많은 변화가 밀려왔다. 동료 교수들의 시샘과 적대감을 못이겨 재직하던 대학을 떠나야 했으며, 선천적인 심장병이 악화되어 몸 안에 기계 장치를 삽입해야 했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인생을 바꿔야만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어떤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늘 말했다. "벵제 도브제!"

폴란드어로 '결국에는 다 잘될 거야.'라는 뜻이다. 인생의 전환기에 그녀를 붙잡아 준 것은 스스로에게 건 그 주문이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다. 강의 범위를 더 넓혀 다른 대학에서 가르치게 되었으며, 수술도 염려한 것보다 간단했다. 또한 중요한 결단을 내린 덕분에 그때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라는 폴란드 속담을 실천한 것이다.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에서 '만트라'의 '만'은 '마음'을 뜻하고 '트라'는 '도구'이다.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마음의 도구'이다. 어떤 특정한 음절이나 단어, 문장을 반복하면 특별한 파동이 생겨 마음이 초능력에 가까운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이 만트라의 원리이다. 만트라를 이용한 명상은 힌두교와 불교뿐 아니라 다양한 정신 수행의 기본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만트라를 가지고 있다. 말이나 생각으로 어떤 단어와 문장을 습관적으로 되풀이한다면 만트라 명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만트라가 파동을 만들어 홀로그램처럼 각자의 삶을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부정적인 주문'에 더 익숙하다.

지난번 인도 클래식 음악회를 기획하면서 한 인도인 실무자와 일하게 되었다. 젊은 외교관답게 뛰어난 머리를 가진 친구이지만, 한 가지 문제는 모든 일에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습관이었다. 자신의 머리를 믿기 때문에 문제를 더 잘 발견하는 듯했다. 음악회를 준비하는 것보다 매사에 그를 설득시키는 일이 더 힘들었다. 결국 내가 "너는 인도인인데, 많은 인도인들이 흔히 말하듯이 왜 '노 프라블럼'이라고 말하지 않느냐?"고 따끔하게 말하자, 그는 더 따끔하게 "이러이러한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데 그렇게 말하는 건 불가능하다."라고 맞받아쳤다.

무엇에 마음을 집중시키는가가 삶을 결정짓는다. 고난과 불행의 시기에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되뇌인다면 한결 덜 힘들고 더 힘이 솟을 것이며, 행복과 기쁨의 시기에는 매 순간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난 이것밖에 안 돼.'라거나 '난 피해의식이 있어.'라는 중얼거림은 급격히 뇌를 변화시킨다. 뇌과학자 앤드류 뉴버그는 <단어가 당신의 뇌를 바꾼다>라는 저서에서 "단 하나의 단어라도 신체적 감정적 스트레스를 통제하는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힘을 지니고 있다."라고 썼다. '사랑'과 '평화'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전두엽의 인지 영역이 넓어져 뇌 기능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하물며 '이대로 좋다'라는 무한 긍정의 만트라가 가진 힘은 어떠하겠는가?

생각하고 말하는 모든 것이 만트라이며 기도이다. 그리고 그것이 인생을 만들어 나간다. <곰돌이 푸우>에서 푸우는 피글렛에게 "오늘은 무슨 날이야?"라고 묻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야."라고 스스로 대답한다. 푸우가 즐겨 하는 매일매일의 주문이다.

내 만트라는 '숨!'이다. 종이에 써서 벽에 붙여 놓지는 않지만 늘 마음속에 새기는 단어이다. 불안할 때, 감정적이 되거나 화가 날 때, 생각이 무의미한 쪽으로 달려갈 때, 몸이 아플 때도 나는 나 자신에게 '숨!' 하고 말하며 심호흡을 한다. 그러면 감정이 다스려지고, 마음이 안정되며,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존재한다.

당신이 자신에게 거는 마법의 주문, 당신의 인생 만트라는 무엇인가? 매일 어떤 단어와 문장들을 선택해 마음과 삶을 만들어 가고 있는가?


painting_Miroco Machi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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