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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지구별 여행자外_류시화님

고독



<아침의 시>


고독을 사랑하려면 강해야 한다.
튼튼한 다리를 가져야 하고
틀을 벗어나 저항할 줄 알아야 한다.
감기에 걸리거나 오한이 나고 목이 부을 수도 있다.
도둑들과 암살자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오후 내내 그리고 밤이 와도 계속 걸어야만 한다면
개의치 않고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겨울에는 앉을 자리조차 없을 것이다.
젖은 풀 위로 바람이 불고
흙투성이 축축한 돌들은 쓰레기로 덮여 있을 것이다.
어떤 진정한 위안도 없을 것이다.
전혀 없을 것이다.
어떤 의무도 구속도 없이
네 앞에 놓인 낮과 밤들을
전부 소유하는 것밖에는.

-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고독> 일 (박명욱 옮김, 부분 수정)


피카소는 "큰 고독 없이는 어떤 진지한 작업도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니체는 "나의 고독은 사람들의 존재나 부재에 영향받지 않는다. 진정한 동행이 아니면서 내 고독을 훔치는 사람을 나는 싫어한다."라고 했다.

고독에 지는 사람만큼 고독한 자는 없다. 그러나 고독을 사랑하는 자는 더 이상 고독하지 않다. 그것이 고독의 역설이다. 집단과 모임으로부터 추방당한 사람은 고독하지만, 자발적 추방자가 된 사람, 집단이 따르는 맹목적 가치로부터 스스로 떠난 사람은 고독하지 않다.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혼자 걷는 사람은.

권위주의적 사회 체제의 모순을 파격적이고 도발적으로 묘사한 이탈리아의 영화감독이며 시인, 소설가, 화가인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1922-1975)는 편파적인 비난과 오해 속에서 우익 언론과 좌익 언론 모두로부터 비난받았다. 현 권력에 대한 투쟁만이 아니라 그 권력에 맞서 새로운 권력자가 되려는 자들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끝까지 사회의 불편한 가시로 남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노벨 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말했다.

"작가로서의 삶은, 최상의 상태에서조차 고독한 삶입니다. 작가들을 위한 조직은 일시적으로는 작가의 고독을 덜어 주겠지만, 그것이 작가의 창작 행위까지 높여 줄지는 의문입니다. 작가는 자신의 고독을 저버림으로써 공적인 위상을 높이기도 하지만, 그러다가 종종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그의 작업은 오로지 혼자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며, 훌륭한 작가라면 영원한 고독 혹은 영원한 고독이 주는 결핍과 매일매일 마주해야 합니다."


photograph_ Phil McK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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