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ure_피골이 상접한 붓다(Fasting Buddha).
파키스탄의 라호레 박물관에 있는 피골이 상접한 붓다의 모습을 조각한 불상. 금식과 고행의 끝자락에서 뱃가죽을 만지면 등뼈가 잡히고 등을 만지면 뱃가죽이 잡혔다는 경전의 기록이 실감난다. 살갗 위로 드러난 뼈와 핏줄이 인상적이다. 이 조각은 파키스탄의 라호레(Lahore) 박물관이 보관한 수많은 불상 중에서도 최고의 마스터피스(Masterpiece, 걸작)로 꼽힌다.
돌로 제작된 석불로 시크리에서 출토되었다. 좌대를 포함한 조각의 총 높이는 61센티미터. 우리나라의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93센티미터니까,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 학자들은 제작 시기를 2 ~ 3세기로 추정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 조각은 간다라 초기 양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당시 쿠샨왕조의 간다라 양식이 그러하듯, 이 조각의 면면에도 그리스 헬레니즘 양식의 리얼리즘이 짙게 배어있다.
장장 6년 간의 금식 수행을 표현하기 위해 이 조각가에게는 꽤나 확실한 해부학적 지식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 조각가는 뼈 뿐만 아니라 상체의 잔근육들까지 표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었다. 상체 뿐 아니라 복식 호흡을 하는 듯한 복부와 잔인하게 드러난 골반뼈의 표현 또한 적나라하다.
조각가는 불거진 정맥을 이곳 저곳에 표현했다. 핏줄 선 이마가 참 인상적이다. 마치 당시의 싯다르타와 직접 마주하고 있는 듯 하다. 무엇보다도 이마와 안와에서 광대까지 이어지는 볼륨감이 가히 예술적이다. 당차게 위로 묶어 올린 길고 풍성한 곱슬머리, 덥수룩한 수염, 퀭하지만 고요하게 감은 두 눈, 입술에 희미하게 번진 미소 또한 굉장히 인간적이다.
이 조각가의 의도는 분명하다. 그는 리얼리즘을 넘어 감정까지 연출하려 했던 것이다. 그것은 헬레니즘 특유의 요소다. 그래서 이 조각은 간다라 양식의 그 어떤 조각들보다 훨씬 드라마틱하다.
한 가지 옥에 티는 후대에 조각상의 왼팔이 조금 엉성하게 보수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면 에폭시 자국이 선명하니, 라호레 박물관으로서는 두고두고 후회할만한 부실 시공을 한 셈이다.
BUDDHISM/無心님의 불교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