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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Ancient Futures -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개발' 이라는 미명하에 우리 인류는 오히려 퇴보하는 삶으로 역행하고 있는게 아닌지, 라다크로부터 배우게 됩니다. 오래전에 이미 우리가 가졌었던, 지금은 잃어가고 있는 우리의 오래된 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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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에 불어닥친 개발 바람으로 산업사회에 대한 의문은 커졌고, 개발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많은 라다크인들의 생활이 육체적으로 편안해졌습니다. 그러나 현대화는 라다크인들의 전통 문화의 기반을 흔들며, 특유의 파괴적 성향으로 환경과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킵니다. “현대화로 전체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모든 가치가 약화되고, 사람들이 전통을 지키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도시 주변의 강물은 더이상 식수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어른들은 ‘물이 더러워지지 않게 아무것도 버리지 말라’고 하셨죠. 옛 어른들이 정말 현명하셨어요. 어른들은 물을 더럽히는 걸 죄로 여기셨어요.”

과거의 레는 자급자족 경제의 중심지로 필요한 모든것은 근처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밀가루를 산 적이 없었어요. 겨자씨 기름조차도 사지 않았죠. 뭐든 자급자족했거든요.” 요즘 레 시민들은 호화품이나 소비재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식량, 옷과 에너지도 모두 외부에 의존합니다.

“개발은 체계적으로 현지의 경제와 자급자족 체계를 붕괴시키죠. 최초 피해자는 영세 농민들로 생계를 완전히 막아버립니다. 거금의 보조금 탓에 히말라야 반대편에서 오는 밀이 라다크에서 생산된 밀 보다 훨씬 싼 값에 팔리기 때문에 농사를 짓는 것은 돈이 안되니 농사를 계속할 이유가 없는거죠.” 

단기적으로는 값 싼 수입 음식이 큰 이득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라다크인들은 글로벌 경제에 종속되어서 자신의 힘이 닿지 않는 타국의 경제력에 의존하게 될 겁니다. 전통적인 경제에서 보리 1kg은 보리 1kg 이죠. 생산량도 매년 비슷해 가족의 생계가 보장되었죠. 사람들은 언제나 자급자족이 가능함을 알고 있습니다. 화폐 경제에 있어 레의 사정은 매우 다릅니다. 보리 1kg이 한 해는 3루페였다가 다음 해에는 6루페가 될 수도 있죠. 수입 양식의 값은 변동이 더 심합니다.

전통사회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활에 책임을 지고 살았습니다. 요즘은 점차 많은 결정들이 심지어 마을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까지

도 멀리 떨어진 관료들이 내립니다. 경제적인 초점이 레로 옮겨지며 핵가족화가 진행되어 이제 이런 가정에서는 더 이상 조부모를 모실 물리적, 감정적 여유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새로운 화폐 경제에서는 협업의 전통도 그 의미를 잃고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서로 의지하고 정을 나누며 살았습니다. 문제가 생겨도 형제들이 도와주니 걱정 없었죠. 이제는 돈을 갖게 되면서 더이상 서로 돕지 않아요. 필요한 게 있으면 마켓에서 사라고 하죠.” “모든 인간관계가 피상적으로 변했어요. 약간의 긴장감이나 스트레스만 생겨도 관계는 깨져 버립니다.” 시골에서조차도 협업의 전통은 무너지고 있습니다. 상부상조는 사라지고 돈 문제 같은 개인적인 문제를 걱정하죠. “모두 보수받는 일을 원하기 때문에, 대가 없이는 땅을 갈거나 추수를 하려고 하지 않아요.”

모순되게도 현대화로 인해 여가시간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전통적으로 라다크 사람은 여가시간이 상당히 많았고 일도 즐기며 느긋하게 했습니다. 기술 수준이 상당히 낮았는데도 말이죠. 하지만 개발이 진행되면서 삶의 속도가 빨라졌어요. 갑자기 기술 수준에 맞춰 일을 빨리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죠. 시골에 사는 친구 한 명이 이렇게 꼬집어 말하더군요.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요. 도시에 사는 동생은 시간을 절약해주는 물건들, 예를 들어 석유난로, 전화기, 지프차까지 있지만 찾아가면 말 붙일 시간조차 없더라고요.

전통적인 공동체 생활은 사라지고 단절이라는 새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범죄와 폭력은 매년 증가하고 있고, 종교간의 갈등도 증폭되었습니다. “불교와 이슬람교의 관계가 예전에는 매우 좋았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우호적인 관계였지만, 특히 지난 5~6년 전부터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해서 지금은 긴장감이 감돌고 상당히 적대적이 되었습니다.

여성의 지위 역시 땅에 떨어졌습니다. 남편이 도시에 나가 일하면서 아내는 집에 홀로 남겨졌고, 새로운 경제권에서 철저히 소외되었습니다. 가정의 부는 더 이상 자급자족 능력으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구매력에 의해 결정됩니다. 빈부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고, 처음으로 주거지가 없는 라다크인이 생겨났습니다. 

라다크인들이 이렇게 비참한 생활을 허용한 이유는 뭘까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현대화의 심리적 압박을 그 이유로 꼽습니다. 

“라다크를 처음 방문했을 때는 정말 아름다운 마을이었어요. 모든 집들이 3층 정도의 하얀색 건물이었죠. 호기심에 한 젊은이에게 가장 가난한 집이 어디냐고 물었죠. 잠시 생각하더니 가난한 집은 없다고 하더군요. 같은 젊은이가 8년 후에는 관광객들에게 라다크가 너무 가난하니 좀 도와달라고 간청했다더군요. 8년 이라는 시간동안 이 젊은이는 서구의 단편적인 모습에 과도하게 노출된 겁니다. 좋은 차를 타고 일은 전혀 안 하면서도 부자인 서구권과 낙후되고 원시적이며 가난한 자신의 문화를 비교하게 된 거죠.”

개발로 인해 라다크인들은 자존감을 상실했습니다. 현대적인 서구 이미지를 따라잡기 위해서 자신의 가족과 공동체를 점점 멀리하고 그 결과 점점 더 불안정해집니다. 장기적으로 문화와 지역 경제에 가장 위협적인 것은 교육입니다. 일반적으로 학교는 개발의 부산물로 간주되지만, 라다크의 경우 교육의 참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전통적으로 아이들은 경험을 통해 배웠습니다. 식량을 장만하고 집을 짓고 옷을 만드는 법을 배웠고 수백년간 이어진 라다크 생활방식의 가치를 배웠습니다. 대조적으로 현대 교육은 도시의 전문화된 직업기술을 가르칩니다. 하지만 일자리는 제한되어 있고 기술자들은 실업자로 전락합니다. 학교에서는 더 이상 고유 문화나 자원에 대해 가르치지 않습니다. 대신 서구 산업 모델에 맞춰진 커리큘럼에 따라 가르칩니다. 심지어 언어조차 외국어를 사용합니다.

교과서는 서구식 개발을 격찬합니다. 이 영어 교재에는 인도 소년이 일본에 보내는 펜팔편지 예문이 실려 있습니다. “우리 기술자들은 많은 댐을 짓고 있어. 그래서 농부들이 수백만 헥타르 땅을 경작할 수 있게 되었지. 우리는 산업을 더욱 발전시킬 방법을 찾아야 해. 그래야만 필요한 물건을 모두 생산할 수 있거든. 이제 시골에는 남은 땅이 별로 없어. 많은 가족들은 도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어. 공장이나 회사에서 직업을 구하려고 말이야. 많은 사람들이 매년 시골을 떠나 도시로 몰려들고 있어.”

“예를 들어, 차 끓이는 법을 배우려면 책에서 답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먼저 물을 끓이고, 차잎을 넣고 우유를 붓는다는 것을 알지만 답을 글로 쓸 수는 있어도 직접 만들지는 못해요. 2년간 영어 교육을 받고 나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힙니다. 직업을 갖거나 학업을 계속하게 되는데, 많은 학생들이 실패합니다. 무려 95%가 매년 낙오하죠. 낙오하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전통적인 생활로 돌아가 농사를 지을 수는 없거든요.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기 때문에 방법도 모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버림받아 어디에도 속할 수가 없어요. 현대 사회에선 버려지고 전통과는 단절된 거죠.”

현대화는 분명 단기적으로는 물질적 풍요를 가져왔지만, 수백년간 라다크를 결속시켰던 인간 관계를 약화시켰습니다. 환경은 오염되고 공동체는 무너지고 특유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예전에는 평화롭고 행복하게 돕고 살았어요. 요즘엔 오토바이 같은 것들을 포함해서 여러가지로 편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예전같은 행복을 찾아볼 수가 없어요” “물질적인 풍요와 모든 발명품, 지식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지금이 더 비참하다고 생각해요.”

“라타크를 통해 배워야 할 교훈은 지역사회의 가치와 중요성입니다. 지역 경제와 지역사회 말이죠.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정반대 현상이 진행되고 어느 곳이든 대형마켓 등 대규모 시설이 등장하고 있어요. 그리고 세계화로 영세 농민이나 소규모 상점은 경쟁이 불가능합니다. 라다크 농부들이 보조금으로 경작된 히말라야 밀과 경쟁할 수 없는 것처럼 전 세계의 소규모 상점주와 농민들은 대량 생산된 상품과 경쟁할 수 없죠.”

과학은 분명 놀랄만한 기술적 진보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단편적인 경제 개념과 결합하면서 예상치 못한 환경적 사회적 문제점들이 속출했습니다. 

“명석함과 현명함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요. 명석하다는 것은 머리가 좋아서 놀라운 성과를 이루는 것이지만, 현명함은 그 이상이예요. 미래에 유익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죠. 현재의 유익함과 상관없이 말이예요. 이런점이 라다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 사회와 비교해 볼 때, 과거가 훨씬 행복했습니다. 현실과 근본적인 진실에 훨씬 가까운 삶이었죠. 하지만 사람들은 복잡해졌고 더 이상 행복하지 않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족하고 온갖 기술적 혜택을 통해 한편으로 생활이 편리해지긴 했지만, 안락함이나 사치가 행복을 가져다 주진 않거든요.”

라다크가 보여주는 교훈은 환경친화적이고 공동체에 기반을 둔 삶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과거 라다크인의 삶으로 돌아갈 순 없지만,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 내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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