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UDDHISM/선방일기_지허스님

1. 지허스님 선방일기

책소개

 

『선방일기』는 1973년 <신동아>에 처음 연재되었던 글로서 모두 2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다. 때로는 담백하게 때로는 치열하게 전개되며 철저히 고독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선승()의 존재감과 눈물나게 인간적인 수행자의 두 모습을 잘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이번 발간에는 독자들이 좀 더 선방의 분위기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당시 선방 모습을 고증한 23컷의 일러스트가 추가되어 있다. 담백한 문장으로 수행 이면의 이야기들을 살갑게 풀어놓고 있다. 결핵에 신음하던 스님이 바랑을 챙기자 자신이 가지고 있던 내복을 그 스님의 바랑에 챙겨주며 가슴 아파하는 수행자의 모습, 수행에서 낙오해 뒷방에서 부표처럼 떠도는 수행자의 모습, 모든 욕구를 떠난 곳으로 가고자 하는 수행자들이 식욕을 견디지 못해 바둥대는 모습 등 선방의 이면사까지 잔잔히 풀어내 읽는 맛과 함께 감동을 전해준다.

 

저자소개

지허 스님
1957~1958년 사이 출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전에 의하면 서울대를 졸업하고 탄허 스님 문하로 출가했다고 한다. 1962년~1963년 사이 1년간 강원도 정선 정암사에서 20여리 떨어진 토굴에서 수행했고 이때의 기록이 <대한불교>에 연재된 적이 있다. 1975년 입적했다는 진술이 있으나 확실치 않다. 

일러스트
-견동한
1978년 경기 평택에서 출생했다. 대학에서는 만화를 전공했다. 
<2008 불교 디지털콘텐츠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국민은행 홈페이지, 서울시의회보 등에 일러스트 작업을 진행했다. 현재는 각종 단행본과 참고서의 표지 및 내지에 일러스트와 만화를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목차

 

책을 펴내며 
상원사행() / 10월 1일 
김장 울력 / 10월 2일 
산사의 겨울채비 / 10월 5일 
결제() / 10월 14일 
소임 / 10월 15일 
선방()의 생태() / 10월 20일 
선객의 운명 / 10월 25일 
포살 / 10월 30일 
선방의 풍속 / 11월 3일 
유물과 유심의 논쟁 / 11월 7일 
본능()과 선객() / 11월 15일 
‘올깨끼’ 와 ‘늦깨끼’ / 11월 20일 
식욕()의 배리() / 11월 23일 
화두 / 11월 25일 
병든 스님 / 11월 28일 
용맹정진 / 12월 1일 
마음의 병이 깊이 든 스님 / 12월 10일 
별식()의 막간 / 12월 15일 
세모 / 12월 31일 
선객의 고독 / 1월 1일 
스님의 위선() / 1월 3일 
열반에 이르는 길 / 1월14일 
해제() 그리고 회자정리() / 1월15일



결핵에 신음하던 스님이 바랑을 챙겼다. 몸이 약하지만 그래도 꿋꿋이 선방에서 배기던 스님이다. 어제저녁부터 각혈이 시작되었다. 부득이 떠나야만 한다. 결핵은 전염병이고 선방은 대중처소이기 때문이다. 
각혈을 하면서도 표정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동진출가(童眞出家)한 40대의 스님이어서 의지할 곳이 없다.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다면서도 절망이나 고뇌를 보여주지 않는다. 조용한 체념뿐이다. 
뒷방 조실스님의 제의로 모금(募金)이 행해졌다. 선객들에게 무슨 돈이 있겠는가. 결핵과 함께 떠나는 스님이 평소에 대중에게 보여준 인상이 극히 좋아서 대중스님들은 바랑 속을 뒤지고 호주머니를 털어 비상금을 몽땅 내놓았다. 모으니 9,850원이다. 사중(寺中)에서 오천 원을 내놓았고 시계를 차고 있던 스님 두 분이 시계를 풀어 놓았다. 나는 마침 내복이 여벌이 있어서 떠나는 스님의 바랑 속에 넣어 주었다. 결핵요양소로 가기에는 너무 적은 돈이며, 장기치료를 요하는 병인데 병원에 입원할 수도 없는 돈이다. 응급치료나 받을 수밖에 없는 돈이다. 모금해 준 성의에는 감사하고 공부하는 분위기에는 죄송스러워 용서를 바랄 뿐이라면서 바랑을 걸머졌다. 
눈 속에 트인 외가닥 길을 따라 콜록거리면서 떠나갔다. 그 길은 마치 세월 같은 길이어서 다시 돌아옴이 없는 길 같기도 하고 명부(冥府)의 길로 통하는 길 같기도 하다. 인생하처래 인생하처거(人生何處來 人生何處去)가 무척이나 처연하고 애절하게 느껴짐은 나의 중생심 때문이겠다. 나도 저 길을 걷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병든 스님」 중

    









 


맨 위로 맨 아래로